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Aug 31. 2017

이동진의 독서법

책이란,,,몰까,,,?

이동진의 독서법 / 이동진 / 위스덤하우스 / 2017년


완독 : 2017년 8월 24일 - 3일 걸림


    어려운 책은 아니다. 책도 작고, 두께도 얇다. 심지어 뒷쪽은 이동진이 추천하는 책들의 목록이라 실상 읽는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3일도 넉넉 잡아 3일이고,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다. 

    이동진은 쓰기에서 시작했지만 말하기로 전직했다. 우리는 그의 글보다 그가 출연하는 팟캐스트와 TV프로그램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쓰기는 문어보다 구어에 가깝다. 존댓말로 글을 이어가서 그런지 내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이건 내게 묘한 체험을 주었는데, 말이 곧 글이 되는 정말 신기한 글쓰기를 봤으며 오랜만에 저자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이동진이 생각하는 책과 책을 읽는 독서라는 행위를 다루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책이란 무엇인지, 책을 읽는 건 어떤 의미인지 등을 말한다. 독서법이라는 제목을 가졌지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많이 다루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책에다가 메모를 쓰고 밑줄을 긋는 등 책을 막 다뤄야 하며 본인이 자주 앉는 곳 근방에 책을 두어야 하며 다양한 책을 한 번에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등이다. 

    이동진은 책이 저자가 세계관을 구축하고 만드는 과정이라 했으며 독서는 그 세계관을 일대일로 마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마루야마 겐지가 말한 작가관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겐지는 작가의 본분이 독자가 마주하기 싫어하는 것도 마주하게끔 해야 한다고 했는데, 독서를 세계관의 확장 내지 세계관의 대면이라고 말하는 이동진과 유사하다. 

    그 관점에서 이 책은 이동진의 가치관이 온전히 담겨있다. 책의 앞부분은 이동진이 존댓말로 독자와 대화하는 글이며 뒷부분은 팟캐스트의 내용을 가져왔다. 앞부분은 나와 이동진의 대화이고 뒷부분은 내가 이동진의 생각과 대화를 훔쳐보는 관음과 같다.

    내게 독서란 물음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행 콘텐츠가 내가 가지 못한 곳을 데려다주고, 사진이 내가 보지 못한 풍경을 보게끔 하는 것처럼 책은 내가 생각지 못한 혹은 알지 못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나 알게 해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책은 내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내가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저자가 다시 질문을 하는 과정이야 말로 저자와 독자의 대화다. 저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난 내 세계관과 가치관을 구축하고 생각을 정립한다. 책에 길이 있는 것은 생각을 만드는 길이 있는 거지, 생각에 대한 길이 아니다.

    책에 복무할 필요도 없고, 복종해서도 안된다. 책이 던지는 물음에 끊임없이 답하며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독서다. 


*는 발췌문이고 박스는 내 의견. 


* 세상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 행위 자체는 읽는 순간에 내 기억을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행위가 기억을 강화하듯이 사회적 행위는 그 사회가 그 행위의 목적을 기억하게끔 한다. 
사회가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끊임없이 행위해야 한다. 장애인차별연대라 등의 시위는 그래서 의미있다. 사회적 행위가 사회에 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 책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서 체험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독한 행위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그 고독한 행우인데 일삼아서라도 혼자 정신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 하나의 주제 아래 자신의 지적인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에 투사하는 것입니다. 


*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는 행위보다 그 행위를 통해 생기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를 만난다거나 읽는다거나 본다거나.
가장 의미있는 것은 변화다. 


* 인간은 접해보지 못한 것을 욕망할 수는 없어요. 최소한 접해봐야 욕망할 수 있어요

독서든 영화든 이 점에선 내 욕망을 넓히는 과정이다. 미디어는 개인의 욕망을 자극해야 한다. 접해 보지 못한 것을 접하게 해주고, 마주하기 싫은 것을 마주하게 해서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미디어의 기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