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복스? 여기에 있어.
여기, 한국의 Eater가 있소.
매거진F - 치킨편을 읽었다. 매거진 F는 배달의 민족과 매거진 B가 함께 만든 잡지로서 음식을 소재로 다룬다. 한 줄 요약하면, 매거진F는 한국의 Eater다!
Eater는 미국의 식문화를 다룬 Vox의 산하 매체다. 단순 맛집을 다루지 않는다. 오바마케어와 미국 레스토랑 노동자의 상관관계, 설탕의 역사, ISIS 이후 레스토랑 주변인들의 삶 등 식문화와 관련된 온갖 이야기를 다룬다.
매거진 F는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을 지향하는데, 다루는 이야기와 야마가 딱 복스스럽다. 아니, 복스보다 진하고 아틀란틱보다는 약간 얕은 그런 수준. 흔히 우리는 잡지를 떠올리면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거진 F의 깊이는 장난 아니다. SBS스페셜이 한 달 내내 다룰 만한 다양한 콘텐츠와 일간지보다 훨씬 깊은 취재 내용에 이를 담는 매거진 특유의 힙함까지.
사실, 매거진 F는 더이상 인디잡지라거나, 소수만 읽는 잡지라고 할 수 없다. 매거진 B 자체가 유명한 걸로 유명해졌고, 어느 정도 기성품이 된 마당이니. 이 와중에 매거진 F는 더이상 힙스터스러움으로 승부보지 않고, 닭국물과 같이 진함으로 승부보는 듯하다.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읽듯, 다큐멘터리 감독의 일기를 훔쳐보고 다큐멘터리 다이제스트를 보는 듯하다. 잡지의 미래랄까.
퀄리티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일간지는 답이 없다' 싶었다. 매일 기사를 생산해내야만 하는 구조에서 깊이와 질 그리고 솔루션까지 만들 수 없다. 한국 저널리즘 교수들이 그렇게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뉴요커기사, 마셜프로젝트, 프로퍼블리카 수준의 기사를 써내려면 최소 주간지 아니 월간지 급으로 가야 한다.
그 점에서 잡지 (매거진 B를 비롯한) 들이 보여준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를 소재로 조지는 그 집착은 주간지와 월간지보다 날카롭고, 이를 소화해내는 방식은 그 어디보다 힙하다. 우리가 바이스와 복스는 못이겨도, 아틀란틱은 이길 수 있겠더라.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새로운 저널리즘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배민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기엔 깊고, 파괴력있다. 황교익이 음식 저널리즘을 혁신시키는 속도보다 매거진 F가 새로운 지핑을 여는 속도가 빠를 테다. 이 잡지가 다큐와 함께 나온다면, 그리고 그 다큐가 넷플릭스로 나온다면?
배달의 민족이 보여주는 콘텐츠, 브랜딩, 그리고 브랜드 저널리즘까지. 어쩌면 배달의 민족은 전단지 재설계를 넘어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고 싶어하고, 문화가 되고 싶은 걸까? 영상, 잡지, 광고. 배달의 민족의 브랜딩 - 혹은 김봉진- 은 그 어디보다 뉴미디어스럽고 미디어스타트업스럽다.
시발! 존내 멋지네!
난 한국의 복스를 만들 거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