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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Sep 17. 2018

OTT, 뉴미디어 언론사의 희망

아님 말고

격변


넷플릭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격변 그 자체였다. DVD 대여 서비스 블록버스터를 대체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입어 이제 전 세계 모든 OTT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해 극장을 거르고 소비자에게 송출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영화산업도 떨고 있다. 작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 옥자를 겨냥해 "황금종려상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게 돌아간다면 엄청난 모순”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처음엔 DVD를, 이젠 모든 영화를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이젠 뉴스까지 만든다. 한국 기준 6월 말에 업데이트된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이하 <익스플레인>) 가 주인공이다.  



물론, 이전에도 넷플릭스는 여러 다큐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익스플레인>은 다르다. 전통적인 60분 다큐가 아니다. 한 편당 평균 10분에서 15분 길이다. 단편도 아니다. 시의성과 상관없는 여러 주제를 다루며 시즌제를 표방한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제작자다. 전통 언론사 CBS, HBO, FOX가 아니다. 뉴미디어 매체 복스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기대


복스는 환상의 동물인 유니콘이었다. 컴캐스트 벤쳐스와 NBC 유니버셜 등으로부터 총 3억 달러 가량을 투자받은 복스 미디어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으로 평가받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명 기자였던 에즈라 클라인이 합류하고 IT 전문매체 리코드 등을 인수하며 성장했다. 명실상부 뉴미디어의 기수였다.


사실, 복스 이전에 버즈피드가 있었다. 2014년 4월 발행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서 버즈피드는 뉴욕타임스의 라이벌로 꼽혔다. 전 세계 18개국, 13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버즈피드는 스타트업을 넘어 거대 미디어 기업이 됐다.  


리버럴 언론사 마이크 닷컴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에 설립된 마이크 닷컴은 똑똑한 밀레니얼을 겨냥한 미디어 스타트업을 표방했다. 다양성 등 진보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미국의 젊은 리버럴을 주 독자로 포섭했으며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5천9백만 달러 가량 투자받았다.


복스, 버즈피드, 마이크 닷컴 그리고 바이스 미디어와 리파이너리 29 등 미국 미디어엔 차세대 기수가 쏟아져 나왔다. 전통 기수인 워싱턴 포스트와 파이낸셜 타임스가 매각되고 뉴욕 타임스가 휘청였기에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연이은 매출 부진과 해고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슬슬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버즈피드는 2017년 연말 100여 명을 해고하고 최근 20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매출 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이었다. 버즈피드는 작년 3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참혹했다. 예상 매출에 15~20%가량 미달됐고 2018년으로 예측된 주식 상장에 먹구름이 꼈다.


복스도 다르지 않다. 복스는 올해 초 전체 인력 중 5%가량인 50명을 해고했다. CEO 짐 빈코프는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조정작업이라 불렀다. 바이스 미디어와 리파이너리 29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바이스 미디어의 2017년 매출은 당초 예상치 8억 5백만 달러에 1억 달러 가량 모자랐다. 리파이너리 29는 전체 직원의 7.5%인 34명을 해고했다. 한때 기업 가치가 2억 5천만 달러를 호가하던 매셔블은 5분의 1 수준인 5천만 달러에 매각됐다.


해고는 구조조정의 일환이고, 구조조정은 매출 부진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출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페이스북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으로 인해 성장한 미디어가 페이스북으로 인해 흔들리는 꼴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셜 비디오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비디오 중심 = 페이스북 중심


몇 년 전부터 모든 매체가 너나 할 것 없이 비디오 전략을 외쳤다. 복스, MTV 뉴스, 바이스, 보카티브, 매셔블, 마이크 닷컴 모두 동영상으로 전환을 외쳤다. 허핑턴포스트, 매셔블, 그리고 마이크 닷컴은 영상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에디터 인력을 해고했다. 버즈피드는 엔터테인먼트와 뉴스팀을 동영상 제작 부문으로 확대했다. MTV

뉴스는 롱폼저널리즘 콘텐츠에서 숏폼 동영상 콘텐츠로 변신을 꾀했다.


변신의 뒤에 페이스북이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영상 우대 정책을 펼쳤다. 그러기 위해 콘텐츠가 필요했다. 콘텐츠 제작자에겐 사전 광고와 중간 광고 수익 분배를 약속했다. 미국인 절반가량이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페이스북의 정책을 무시할 수 없었다. 수익화까지 약속한 마당에 변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몇몇 언론사는 자사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60% 포인트 가량 줄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홈페이지 배너 광고로서 생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동영상 광고 시장으로 진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혀 돈이 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 동영상을 우대하고 언론사 피드를 노출시키겠다는 페이스북의 다짐은 스캔들 앞에 무너졌다. 페이스북이 5천만 명의 이용자 정보를 유출하고,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활용됐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마크 주커버그는 언론사가 아닌 개인 사용자 피드가 더 자주 노출되게끔 알고리즘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 뉴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상 언론사의 피드가 개인보다 우선될 일은 없어 보인다.


소셜미디어는 돈이 되지 않는다


알고리즘 우대 약속을 어겼으니 돈이라도 주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버즈피드는 2017년 한 해 동안 페이스북에서 총 570억 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나 알다시피 매출은 예년보다 부진했다. 유튜브의 트루뷰와 같은 광고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도입되지 않는 이상 수익화는 요원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언론사가 페이스북에 최적화된 짧은 동영상을 통한 수익화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미디어 전문 매체 디지데이가 주최한 디지데이 비디오 서밋에 참가한 111개의 언론사 중 24%만이 짧은 동영상 전략의 미래를 긍정했다.


사실, 언론사와 페이스북은 마냥 행복한 동반자 관계는 아니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2016년 한 해 동안 집행된 미국 디지털 광고 710억 달러 중 58%를 차지했다. 사실상 구글과 페이스북의 과점시장이다.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은 2019년까지 1천 억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지난해 8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TV 광고 시장 규모보다 커졌다. 같은 해 미국 TV 광고 시장 규모는 700억 달러 언저리였다.


모바일이 성장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커진다. 생존을 위해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 올라타야만 한다. 올라타기 위해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로 트래픽을 유치했으나 광고는 페이스북에만 달린다. 언론사 입장에선 트래픽을 유입하기 위해 온갖 콘텐츠를 만들지만 정작 과실은 페이스북과 구글이 따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을 버리자니 자신이 없다. 하나의 시장을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언론사는 트루 뷰를 통해 광고 수익을 나누는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많은 1인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유튜브 온리를 외치듯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전 세계 1위 조회 기록을 가진 싸이의 유튜브 광고 수익이 85억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전 세계 1등이 85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막례 할머니와 같은 소규모 크리에이터라면 모를까 복스 미디어와 같은 언론사가 생존하기에 유튜브 온리는 부족하다. 유튜브로 전략을 바꾼 복스 미디어는 채널 개설 4년 만에 440만 구독자를 모았지만,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페이스북도 손 놓고 있진 않았다. 뿔난 언론사를 달래고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2017년 동영상 시청용 탭인 ‘워치’를 열었다.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동영상만을 모아놓은 탭으로 인플루언서와 언론사의 콘텐츠를 모아두겠다고 밝혔다. 단순 갈무리는 아니었다. 언론사에게 투자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진흥했다. 페이스북에서 1천 8백만 구독자를 모은 ‘휴먼 오브 뉴욕’에 투자해 오리지널 다큐를 제작했다. 뒤이어 언론사와도 협업했다. 버즈피드 뉴스, 폭스 뉴스, 마이크 닷컴, 블룸버그 등과 함께 오리지널 뉴스쇼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구체적 계약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데일리 쇼에는 5백만에서 1천만 달러, 위클리 쇼엔 1백만에서 2백만 달러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알려졌다.



유튜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떠난 언론사들이 동영상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고르는 지금, 계속 노를 저어야만 한다. 동시에 언론과 공존해야 하며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잡고 있는 회사로서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모회사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유튜브가 언론사를 돕는 이유다. 유튜브는 2천5백만 달러를 투자해 가짜 뉴스를 퇴치하고 언론사가 동영상 중심 조직으로 변신을 돕기로 했다. 언론사의 동영상 인력을 교육하고 모바일 영상에 최적화된 콘텐츠 포맷을 같이 개발하고 함께 타깃 오디언스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페이스북과 달리 직접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지 않고 언론사의 동영상으로 연착륙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나 멀었다. 언론사는 당장의 생존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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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로 눈을 돌린 뉴미디어들


다시, 이 글이 시작된 넷플릭스로 시선을 돌리자. 복스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기로 한 결정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타개책이었다. 페이스북에서 공존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실패했다. 수시로 바뀌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마냥 믿을 수도 없다. 유튜브만으로 생존이 어렵다. 베보처럼 연합체를 구성해 직접 광고를 영업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새로운 수익을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OTT 플랫폼에 납품하기로 결정했다. 복스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에 좋고, 넷플릭스 입장에선 뉴스 콘텐츠의 특성상 저비용으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기에 윈윈이다.  


몇 년 전이라면 불가했을 테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과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넷플릭스는 총 1천여 개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확보하기 위해 2018년 한 해에만 무려 80억 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자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누누이 말했으며 최근 들어 훌루에 더욱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올 한 해 동안 콘텐츠에 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알려졌다. 이와중에 유통업계 거인인 월마트도 OTT진출을 꾀하고 있으니 넷플릭스 입장에선 오리지널 콘텐츠 한 개가 아쉬울 따름이다. 넷플릭스는 다큐에도 투자하고 있었기에 복스 미디어로 눈을 돌렸고, 앞서 말한 <익스플레인> 을 제작할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넷플릭스는 버즈피드, 뉴욕 타임스 와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계약한다고 알려졌다. 훌루 역시 버즈피드와 함께 알켈리 스캔들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수익화를 넘어 브랜딩에도 도움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를 발굴해야 한다. OTT와 협업은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복스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기린아일지언정 미국 한정이다. 전 세계에 알려야만 한다. OTT는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고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에 최적화됐다. 소셜 미디어와 달리 TV에도 진출했기에 이전보다 더 많은 소비자 접점을 획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직접 돈을 내는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집중도와 관여도가 높아서 소셜 미디어에 비해 시청자와 관계 맺기에 유리하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읽은 독자 중 절반가량이 해당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를 기억하지 못했다. 즉, 소셜 미디어에선 누가 주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뉴스를 보는. 넷플릭스에선 복스라는 브랜드가 강조되기에 훨씬 브랜딩에 유리하다. 더군다나 당장의 시의성이 중요한 데일리 뉴스가 아니기에 재시청이 일어날 확률도 높다.


OTT와 뉴미디어의 만남은 뉴스의 미래다


OTT 플랫폼이 시사 교양 콘텐츠 수급에 나섰다는 소식은 뉴미디어에게 새로운 기회다. 바이럴 효과는 좋지만 돈이 되지 않는 소셜 미디어를 벗어나 돈 되는 플랫폼으로 이동이다. 데스크톱과 스마트폰 그리고 랩탑에 머물러있던 뉴미디어가 TV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작은 OTT지만 종착지는 방송국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복스 미디어와 버즈피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기존 방송국의 시사교양국을 대체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버즈피드 뉴스는 최근 버즈피드뉴스의 독립 홈페이지를 열었고 TV쇼,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짧고 빠른 흐름의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해진 밀레니얼이 사회 중추로 올라가고 가정을 꾸렸을 때 그들은 기존 시사교양에 지루함을 느껴 이탈할 수 있다.


뉴스의 미래도 바뀔 수 있다. 케이블 TV를 끊고 OTT가 TV를 점령한다면, 뉴스는 실시간 보도가 아닌 고품질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더 이상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끄는 서비스가 아니라 뉴스까지 소비하는 곳이 된다면, 방송사 뉴스가 아니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세계를 접한다면 뉴스 역시 OTT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복스와 넷플릭스의 만남은 어쩌면 새로운 뉴스 콘텐츠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언론사의 미래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사는 기성과 뉴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트래픽에 의존했다. 웹 시대엔 홈페이지 트래픽을 중시했고, 트위터가 뜨자 팔로워를 따랐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시대엔 조회수와 구독자를 따졌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뚜렷한 수익원이 되지 않았다. 고정 유료 사용자를 확보한 OTT에 한국에서 오랫동안 콘텐츠를 제작해온 언론사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OTT와 결합은 언론사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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