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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27. 2018

미디어는 시작이다

콘텐츠의 미래 컨퍼런스 이후에, 소소하게 모여 저녁을 먹었다. 저녁 자리를 빙자한 수다에 가깝고 매서운 문답시간이었다. 그날 들었던, 그 테이블 위에 오고 갔던 여러 질문 중 하나는 ‘꼭 미디어야만 하는가’였다.  


세상엔 다양한 C가 있다.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등. 물론 씨중의 씨는 청춘씨다. 그중 나는 콘텐츠와 미디어를 키워드로 가져가고 싶었다. 기자도, 피디도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대체 무엇일까.  


미디어의 영향력이 좋다. 정확히, 미디어 중 콘텐츠가 가진 힘이 좋다. 그럴싸한 문장으로 감싸안아보면, 콘텐츠는 촉매제다. 행동이 종결점이라면, 콘텐츠로 어떠한 행동을 이끌고 싶었다. 콘텐츠의 형태는 중요치 않았다. 드라마든, 영화든, 예능이든. 내가 편히 할 수 있는 게, 우리 팀이 가진 자원 중에 최적의 형태가 1인 뉴스였을뿐이다.  


콘미 컨퍼런스 준비를 위한 스크립트에 ‘미디어는 시작이다’라고 적어놓았다. 미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거나, 특종 하나가 정부를 바꾼다고 믿지 않지만 적어도 미디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시작점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미디어가 지겹고, 콘텐츠가 지겹다고 자주 말했다. 그날 테이블에 모인 사람 중 적지 않은 수가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에 지쳤지만, 사실 그만큼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디어 신봉자가 갖고 있는 믿음 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가 시작이라는 믿음이다.  


콘텐츠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옛날엔 드라마와 예능이, 지금은 아프리카와 트위치가 밈을 만들어낸다. 한국 드라마 누가 보냐고 하지만, 여전히 파급력은 막대하다. 미디어가 가진 힘이 뭐냐고 비웃지만, 개별 언론사가 가진 힘이 떨어질뿐 콘텐츠의 힘은 여전하다.
 


성서야말로 선순환 콘텐츠의 정석이다. 그 안에 담긴 믿음에 감화되어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발적 PR을 통해 콘텐츠를 수호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다. 성서 같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누군가 가슴에 품고, 물음표가 뜰 때마다 다시 꺼내 보는 그런 콘텐츠 말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피디를 꿈꾸고, 라이브를 보면서 위안을 받고, 미생을 보면서 위로 받듯이 말이다.  


내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못 만들 수도 있겠지. 하버드를 꿈꾸면 서울대 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 언저리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만들지 않아도 된다. 만들 수 있는 사람과 협업하면 된다. 그냥 그런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직까지 내 안에 사라지지 않은 ‘뽕’ (과거엔 저널리즘뽕, 지금은 음.. 그냥 뽕) 때문일까.  


미디어가 매력적인 이유는, 콘텐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행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구매가 종결이라면 미디어는 시작이다. 나는 그래서 미디어와 콘텐츠의 힘을 믿는다. 정확히는 미디어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 오리지널 콘텐츠든, 익스클루시브든, 페이스북이든 뭐든.  


아님 말고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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