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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16. 2018

지적 자본, 삶을 설계하는 힘

지적 자본론 후기

야, 그거 알아?


일본 서비스업 브랜드가 인기다. 정확히 말하면 무인양품과 츠타야 두 가지가 인기다. 힙해 보이고, 세련됐다. 적당히 우아하다. 더군다나 브랜드가 좋은 실적을 냈다.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도 갖고 있다. 찬양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사봤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대체 무슨 말이 적혀있을까 말이다. 삐딱하게 고개를 45도로 기울이고, 비뚤한 시선으로 읽었다.

지적 자본은 무엇일까. 구글링 해보니 비재무적 자산으로서 조직의 노하우, 인적자원과 역량과 같은 자본이라고 한다. 소위 말해, 재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그 기업에 쌓인 노하우와 역량인 듯하다. 1999년 정부 보도자료에도 쓰인 걸 보니, 뭐가 있긴 있다.


이 책은 지적 자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지적 자본’론’인만큼, 지적 자본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파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지적 자본인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B2C 소비재 기업이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며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한다.


디자인보다 설계가 좋더라


여기서 말한 지적 자본은 고객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책에서 저자는 기업이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도어야 하고, 고객 삶을 증진시키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디.알.못인 나는 저 디자인을 ‘설계’로 고쳤다.


즉, B2C 소비재 기업은 1)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획을 통해 2) 고객의 삶을 설계해야 한다. 각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구체화시켜 마케팅하고, 포장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객의 삶이 이전보다 더 나아지게끔 설계한다. 저자는 이를 ‘제안’과 ‘기획’이라 부른다. 소비자 입장에서 삶이 원활해지는 아이템을 제안한다. 기획은 제품 설계부터 기획까지 전체를 포괄한다.



여기까지 방법론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 저자는 말을 넘어 츠타야 서점으로 구현해냈다. 본인의 기획으로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고, 이를 고객에게 제안했다.


마, 내가 츠타야가보니까


츠타야 서점은 타 서점들과 달리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이런 책이 있고, 저런 책이 나왔다를 넘어서 이런 책을 사면 어떤 기분이 들지를 공감으로 잘 표현해냈다. 매거진 B 등에서 읽어보니 청년기를 일본 경제 호황기에 보냈던 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해냈다고 한다. 프리미엄 세대였나?


책은 사치재다. 아니, 허영재다. 돈이 없으면 책을 사지 않고, 돈이 있으면 책을 사는데,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지적인 사람을 뽐내기 위해서 책을 산다. 단적으로, 우리는 서점에만 들어가도 마치 똑똑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허영재의 기초다.



지난 9월 일본 여행에서 본 츠타야 주요 매장은 전부 통유리였다. 안에서 바깥이 보이고, 바깥에서 안이 보인다. 책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나를 전시하러 간다. 있어빌리티에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을 재현한다. 이는 서울의 주요 서점과 대비된다. 광화문 교보문고, 동대문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은 대부분 지하에 설치됐다. 소규모에 제안을 강화하고 쇼잉에 초점을 둔 츠타야와 달리 한국의 서점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보여준다. 그저 커다란 책 창고에 책 광고 진열대다. 전략이 다르다고 하자.


최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생긴 별마당 도서관이 책을 전시하지만, 책 읽는 모습을 전시하기엔 부적절하다. 오히려 광화문 테라로사와 책 발전소 위례 등이 한국판 츠타야가 아닐까 싶다. 책 읽는 모습이 멋져 보이고, 가장 이쁘고, 멋지게 전시되게끔 꾸려져 있다


여하튼, 한 번 제안에 성공하니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츠타야는 많은 고객의 결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츠타야의 T카드를 가진 사람만 4800만명이라고 한다. 이 정도로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 또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다. 한 번 굴러간 스노볼은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사용자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 조직의 지적 자본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그 조직에 쌓인 '지적 자본'이 훌륭한 기획의 기반이라고 한다. 그게 그 조직의 내공이고, 삶을 설계하고 삶에 무언가 제안할 수 있는 기획은 그 내공의 부산물이다. 예를 들어 UX/UI를 비롯해 레이아웃을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콘텐츠 기업엔 수많은 디자인 서적이 쌓여 있어야 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인디 잡지와 가까이하고, 해외 잡지 인스타그램과 인플루언서를 놓치지 않으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들에겐 그 모든 과정이 지적 자본을 쌓는 일이다.


자, 여기 몇 가지 물음이 있다.




첫째, 개인은 어떻게 지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가


영감 받기 (인풋) : 취미활동, 공부, 독서, 사교 모임 등


창조적 노동자에게 지적 자본이란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혹은 새로운 지식 습득이다. 이를 위해선 일상에서 수많은 영감을 받아야 한다. 내 게으른 뇌에게 새로운 자극이란 새로운 세계와의 충돌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취미를 계발하거나,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기록하기 (아웃풋) : 순간 받은 영감을 내 말로 표현하고 기록하기


만남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수백 가지의 잡념을 얻는다. 그 잡념이 날아가지 않게끔 잡아야 한다. 잡념과 사색은 그 한 끝에서 다르다. 휘발되지 않게끔 잡기 위해서 계속 기록해야 한다. 인스타, 페북, 트위터, 브런치, 수첩 등 기록할 곳은 많다. 


토해내기 : 동료들과 나누면서 새로운 자극받기


나 혼자 기록하면 일기고 공유하면 글이다. 공유되지 않은 글은 의미가 없다. 내가 대가가 아닌 이상 혼자 백날이고 잡아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 달라지기 위해선 다시 한 번 내 생각을 공유하고 자극받아야 한다. 공유하자. 




둘째, 조직은 어떻게 지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가.


전사적 공유 문화 : 우리의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서 공유하기


옆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저 팀의 프로젝트는 왜 자빠졌는지 서로 알아야 한다. 공유되지 않을수록 이득인 조직에서 공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공유 없이 지적 자본이 쌓일 리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축적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극단적인 공유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기안문을 공유하고, 모든 보고서를 공유해야 한다. 


비전 확립 : 무엇을 공부할까 → 방향 없는 공부는 진 빠진다. 


지적자본에서 뜬금없이 비전이 왜 나오겠냐 묻지만, 무엇보다 무엇을 공부하지? 고민하기 전에 우리의 방향은 뭐지? 알아야 한다. 알아서 쓸모 없는 지식이야 없다만, 갑자기 나한테 중장비기계를 공부하라고 하면 얼탱이가 없잖냐. 최소한 이 조직의 비전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아야, 그에 필요하고 도움이 될 공부를 하고 어떻게든 끼워 맞춘다. 기존에 있는 지식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기 위해서라도 방향이 필요하다. 




셋째, 개인이 쌓은 지적 자본은 어떻게 조직에 융화되는가.


의사 결정에 조직원의 의견이 있어야 한다. 내가 백날 소리쳐봤자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입을 멈추기 마련이다.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야, 어차피 재석이가 다 정해줘"라고 하는데, 진짜 이렇게 되면 조직은 멈춘다. 내가 아는 걸 말해봤자 손해고, 딱 그 사람이 해오라는 만큼만 알아오면 그것도 노답이다. 


둘째로 토론문화와 듣는 문화가 너무나 중요하다. 위랑 연결되는데, 토론이라고 하고 보고하는 시간이면 이것 또한 답이 없다. 강제로 우리가 가진 지식을 공유시켜야 하는데, 이를 토론이라고 치자. 서로 이야기하고, 부딪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선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 (회의랑은 다르다). 조직의 일상에서 이런 토론 문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여기 어때? 저기 어때? 이거 어때? 이렇게. 잘되는 팀은 카톡방이 불난다. 모두 토커여서도 안된다. 잘 들어야 한다. 잘 듣고, 되묻고. 


마지막으론 신뢰. 조직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 서로의 능력과 인성에 대한 신뢰. 명심하자. 우리 회사는 쓰레기야라는 말엔 구성원에 대한 평가도 있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겐 직장 동료이기에 더욱 자신을 잘 관리해야 한다. 난 요즘 "나는 동료의 자긍심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동료의 믿을맨이 되어야 한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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