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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24. 2018

진짜로 빛 좋은 개살구, 아쿠아맨

스포 있습니다.

아쿠아맨은 디씨 유니버스의 기대주였습니다. 원더우먼의 성공 이후, 이 기세를 이끌어갈 영웅이 필요했죠. 심지어 저스티스 리그 이후 첫 솔로 영화이기에 더더욱 기대를 받았습니다. 과연 공포영화부터 액션 영화까지,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제임스 완이 망해가는 DCEU의 구세주가 될까도 초미의 관심을 받았죠. 할리우드의 화타, 제임스 완! 


결과적으로, 살렸습니다. 그걸 해냈습니다. 아바타 이후에 이렇게 시각효과를 잘 살린 영화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전쟁 장면만 치면 마블+DC 다 합쳐도 이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물량공세 제대로 합니다. 잭 슈나이더가 타격감 저는 액션신을 만들었다면, 제임스 완은 스케일 큰 전쟁 신을 만들었습니다. 괜히 오션 마스터를 둘러싼 대결이 아닙니다. 


눈뽕이 전부입니다. 사하라 사막, 이탈리아, 심해까지 모든 배경이 예술입니다. 아이맥스로 보지 않으면 영화의 재미가 퇴색할 정도입니다. 최근 블록버스터는 4DX, IMAX 등 최신 기술을 잘 사용하는 데에 집중하는데, 아쿠아맨은 성공했습니다.  


아쉬운 점?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스토리에 긴장감이 없습니다. 할리우드 스토리 작가 크리스토퍼 보글러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웅 서사는 12 여정을 거칩니다. 대충 이런 사진입니다.  


반지의 제왕, 쿵후 판다, 아이언맨, 타이의 대모험, 블랙 팬서, 토르 등 다양한 영화가 저런 공식을 따릅니다. 운명을 거부하다가, 받아들이고, 스승을 만나고, 스승이 죽고, 다시 분노해서 싸우고 어쩌고 저쩌고. 


아쿠아맨을 볼까요? 일단, 아쿠아맨은 주인공이 겪는 부침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셉니다. 잃는 것도 없습니다. 초반에 패배하지만, 별 패배 같지도 않습니다. 블랙 팬서는 알고 보니 자기 아빠가 후레자식였고, 심지어 스승 같은 존재가 죽습니다. 토르는 묠니르가 박살 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죠. 원더우먼마저 사랑하는 이를 잃습니다.  

금수저 배틀


이러다 보니 아쿠아맨의 승리에 관객이 이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 니 똥 굵다… 이 정도? 그렇다고 빌런이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빌런이 흑화 하는데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헬라는 아스가르드에 복수하고, 킬몽거는 왕좌를 뺏고자 합니다. 근데 오션 마스터 놈도 잃는 것도 없고, 그냥 쓸데없는 콤플렉스만 가득합니다. 물론 여자친구도 뺏기고, 감옥 가는 너 인마 화이팅. 빌런이 통일전쟁을 일으키려는데 별 공감이 안 갑니다. 오히려 블랙 만타는 그럴싸해요. 근데 얜 간지가 안 납니다.

노간지 노빌런


스토리에 서스펜스가 없으니 킹왕짱 액션으로 흥정해야 합니다. 어라, 그런데 아쿠아맨의 액션이 간지 나지 않습니다. 엥, 아까 전쟁 씬 멋지다 그러지 않았냐고요? 네 맞습니다. 전쟁은 멋있는데, 격투씬이 안 멋있습니다. 솔직히 메라의 와인 죽창이 더 멋있어요. 아쿠아맨은 영화 내내 맷집 자랑하다가 끝납니다.  

아쿠아맨이 아니라 런맨임


영화 보고 남은 건 제임스 완의 액션 연출력과 메라입니다. 영화가 흥행했기에 2편도 나올 거라는 게 다행입니다. 2편에는 이런저런 스토리를 추가해서 영화를 꽉 채우기 바랍니다. 사실 이야기할 거리는 많습니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왕과 인간에게 적대적인 관료들, 왕국을 뒤엎으려는 세력들, 블랙 만타와 함께 이러쿵저러쿵 왕을 암살하려는 세력들 등등. 여러 이야깃거리를 넣을 수 있습니다. 윈터 솔저처럼 정치 스릴러로 갈 수도 있고, 아이언맨 3처럼 정체성 혼란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어벤저스 3처럼 모든 것을 잃는 왕으로 갈 수도 있고요.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근데, 빛이 정말 좋습니다. 메라에서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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