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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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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12. 2019

어쩌다 팀플레이, 어쩌다 안녕


어쩌다, 팀플레이.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일과 나의 일을 나누는 순간 우리의 일은 망가지기 마련이다. 컨베이어 벨트 생산직이 아닌 이상, 너와 나의 일은 뒤엉켜있다. 여기까지 내 땅, 저기부터 니 땅이라는 초등학생 유치한 장난질만큼 딱 나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잘 되는 팀은, 너와 나의 일을 구분 없이 다 같이 몰입한다. 너와 나의 역할을 분리하는 순간, 책임을 나누게 되고 서로를 탓하게 된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물론 내 체력이 닿는 한에서. 


남을 탓하고 싶지 않고, 그냥 나를 탓하고 싶다. 남을 탓하긴 편하나, 남는 게 없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편해진다. 그래서 유혹이 강하다. 결국 열심히 일하고 열린 자세로 일하는 것은, 내 본능과의 싸움이다.


동기가 생겼다. 인턴을 지내고 같이 과제를 하고 출퇴근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기가 되고 싶었다. 동료가 내 자긍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상 동료에게 최선을 다하자 싶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벅차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여름부터 쌓아온 우리의 기억은 점에서 선이 되었지만 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머음이 열릴 때 내가 떠난다. 아니 떠나는 게 아니라 잠시 다른 자리로 간다. 그렇게 떠나간 곳이 낙원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담담하게 잘 버텨야지. 아침부터 몇 번이고 울컥했지만 잘 참아냈다. 내가 그들에게 부끄럽고 못난 동기이자 친구가 아니었기를 바라고 귀찮게 자주 연락해야겠다. 오그라들지만 언제든 다시 이어진다. 


이별이 찾아왔다는 문장은 틀렸다. 내가 이별로 향했다. 이별을 바라진 않았으나 거기로 걸어갔다. 죽으러 가는 건 아니지만 센티해진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이야기할걸. 지나고 나서 남는 건 결국 사람과 추억이다. 


선배는 어디서든 열심히 하라고 잘할 거라고 했다.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고 비전을 그리고 그 비전을 열심히 채우라고. 항상 다음을 생각하라고 지금에 충실하되 내일을 그리라 했다. 좋은 달걀이니까 잘 부화시키라 했다. 전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 만나서 다행이라 했다.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다시 뵙자고 인사하고 나왔다. 선배는 커피를 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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