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팀플레이.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일과 나의 일을 나누는 순간 우리의 일은 망가지기 마련이다. 컨베이어 벨트 생산직이 아닌 이상, 너와 나의 일은 뒤엉켜있다. 여기까지 내 땅, 저기부터 니 땅이라는 초등학생 유치한 장난질만큼 딱 나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잘 되는 팀은, 너와 나의 일을 구분 없이 다 같이 몰입한다. 너와 나의 역할을 분리하는 순간, 책임을 나누게 되고 서로를 탓하게 된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물론 내 체력이 닿는 한에서.
남을 탓하고 싶지 않고, 그냥 나를 탓하고 싶다. 남을 탓하긴 편하나, 남는 게 없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편해진다. 그래서 유혹이 강하다. 결국 열심히 일하고 열린 자세로 일하는 것은, 내 본능과의 싸움이다.
동기가 생겼다. 인턴을 지내고 같이 과제를 하고 출퇴근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기가 되고 싶었다. 동료가 내 자긍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상 동료에게 최선을 다하자 싶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벅차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여름부터 쌓아온 우리의 기억은 점에서 선이 되었지만 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머음이 열릴 때 내가 떠난다. 아니 떠나는 게 아니라 잠시 다른 자리로 간다. 그렇게 떠나간 곳이 낙원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담담하게 잘 버텨야지. 아침부터 몇 번이고 울컥했지만 잘 참아냈다. 내가 그들에게 부끄럽고 못난 동기이자 친구가 아니었기를 바라고 귀찮게 자주 연락해야겠다. 오그라들지만 언제든 다시 이어진다.
이별이 찾아왔다는 문장은 틀렸다. 내가 이별로 향했다. 이별을 바라진 않았으나 거기로 걸어갔다. 죽으러 가는 건 아니지만 센티해진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이야기할걸. 지나고 나서 남는 건 결국 사람과 추억이다.
선배는 어디서든 열심히 하라고 잘할 거라고 했다.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고 비전을 그리고 그 비전을 열심히 채우라고. 항상 다음을 생각하라고 지금에 충실하되 내일을 그리라 했다. 좋은 달걀이니까 잘 부화시키라 했다. 전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 만나서 다행이라 했다.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다시 뵙자고 인사하고 나왔다. 선배는 커피를 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