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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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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18. 2019

청하의 시대가 왔다.

우리 술 미쵸


포르투에서 엄정화의 엔딩 크레딧을 들었다. 소음이 덜한 포르투라, 가사가 더 잘 들렸다. 


화려했었던 추억
우릴 비추던 조명들
영원할 것 같던 스토리
수많았던 ng 속 행복했던 시간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관객은 하나 둘 퇴장하고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위로 저 위로

언뜻 들으면 사랑 이야기지만, 다시 들어보면 저물어가는 여자 솔로 가수 엄정화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한때 그 누구보다 화려했던 초대형 솔로 가수였던 엄정화는 이제 어느덧 시대의 저편으로 넘어갔다. 물론, 넘어간 지 오래됐다. 엄정화의 바톤은 이효리에게 갔고, 이효리는 아이유에게 바톤을 넘겼다. 현아는... 좀 애매하다. 패왕색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는 가졌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노래가 없다. 난 진짜 좋아하지만, 립앤힙이나 어때나 성적이 영...


중간에 아이비와 손담비가 있었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아서 뺐다. 김현정 같은 경우, 여자 솔로 가수로서 가장 높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당대 대중 문화를 휘어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CF도 별로 찍지 않았으니.. 김현정과 에일리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룹보다 솔로가 어렵고, 여자 솔로가 남자 솔로보다 어렵다. 성공하기 말이다. 솔로가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퍼포먼스가 중요시되는 케이팝에서 군무는 필수불가결이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갈수록 데뷔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에, 그 어린 친구가 혼자 3~4분의 노래를 격한 안무와 함께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간단하게 말해, 그 어린 나이에 1) 혼자서 춤을 추며 2) 노래까지 소화하는 재목을 찾기 어렵다. 어지간히 짬이 차지 않는 한 혼자 무대를 채우기 어렵다. 그 날고 기는 힙합 가수들도 막상 쇼미 라이브 무대를 놓고 보면, 허전한 경우가 꽤 있다. 


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솔로는 덕질할 껀덕지가 없다. 그룹이라면 케미를 보여주고, 서로 엉켜있는 사진이라도 소비할 수 있는데 혼자선 그럴 게 없다. 이미지 소비도 빠르다. 그룹이라면 각 앨범마다 포커스 주는 멤버를 달리해서 오래 갈 수 있는데, 솔로는 정말 빨리 소진된다. 


근데 그걸 뚫고 나온 친구가 있다. 바로 청하.


우리 술이 최고인 이유 


차세대 솔로 가수로서 청하가 경쟁력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본인의 무대 소화 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댄서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프듀 때부터 무대에서 항상 살아있는 표정을 보여준다. 애교도 아니고, 조련하는 얼굴도 아니다. 그냥 무대를 즐기는 그 표정 자체가 매력적이다. 내가 덕질하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은하가 너 그리고 나 때부터 제대로 조련을 했고, 하니 역시 위아래 때부터 표정이 살아났다는 걸 감안하면 청하가 프듀 때부터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압도적인 셈.


음색도 더해야 한다. 댄스와 발라드 그리고 미디움 템포에 모두 맞는 음색을 가졌다. 보컬 실력은 키울 수 있어도 음색은 길러주지 못한다. 그 점에서 타 가수와 대비되며 댄스와 발라드 모두에 맞는 음색을 가진 건 진짜 장점이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선미의 음색은 발라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FAHk5Mgz8


남팬과 여팬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프듀에서 남팬은 어느 정도 확보했고, 그 이후에 나오는 노래와 컨셉에서도 성별에 따라 취향 타지 않는 노래와 의상을 보였다. 이건 아무래도 소속사가 영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좋은 노래에 집중한다는데, 뻔한 큐트도 아니고 마지막 수인 섹시도 아니고 그 중간이다. 사실, 청하가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긴 했다. 왜냐면 너무 말라서 "으아아아아아 춤추다가 쓰러지는 거 아냐ㅑㅑㅑ"생각이 먼저 들었거든. 


특유의 성실성과 자기 관리도 장점이다. 일단 SNS를 하지 않는다. 너무 다행이다. 공식 계정밖에 없다. 대표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본인이 예능보단 무대 자체에 욕심이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스캔들도 없고. 나야 아이돌의 연애에 찬성하고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게 오히려 좋다고 보지만, 하니와 제니의 사례를 보면 스캔들은 일단 없는 게 좋다. 솔직히 EXID 중에서 솔로 포텐각이 제일 높던 게 하니였는데. 하니 솔로 곡 듣고 갑시다. 솔직히 청하보다 더 포텐이 높았는데 스캔들 이후에 그룹이 꺾여버리면서 아쉬워졌다. 음색도 좋고, 무대 장악 능력은 넘사고 비주얼에 예능 캐릭터까지 완벽했는데ㅔㅔㅔㅔㅔㅔ


https://www.youtube.com/watch?v=ZKN0xu1Mm5s


물론, 단점도 명백하다. 아직까지 노래들이 애매하다. 물론 이제 지상파 1위 처음 찍은 가수한테 무엇을 바라겠냐만은, 선미에게 24시간이 있고 아이유에겐 좋은 날, 현아에게 트러블 메이커(...)가 있었듯 청하하면 대충 휘갈기면서 따라 부를 수 있고 예능에서 meme처럼 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 와돈츄노, 럽유, 체리키스, 드라이브, 벌써 12시도 뭔가 애매.... 음.... 


https://www.youtube.com/watch?v=6xYDDlWSeZE


앞으로 고비라고 할 만한 건,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넘어갈 노래가 하나 필요할 거다. 아이유는 '금만나'에서 본인의 아티스트성을 정점으로 내뿜었고, 선미는 가시나를 기점으로 아티스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하지만 난 JYP시절이 더 좋더라). 그럴 만한 노래가 한 곡 필요하다. 요약하면, 대중적으로 휩쓸 만한 노래가와 아티스트로서 변곡점을 찍을 노래 2개가 필요하다. 


청하와 선미가 같은 시기에 활동한다는 사실은 케이팝의 팬으로서 너무나 기쁜 일이다. 2019년 연말에도 둘이 합동 퍼포먼스 하는 것 보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rY3bZvHuc


번외로, 청하와 선미는 닮았다. 컨셉도 묘하게 비슷하고, 여자 솔로 가수로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따지고 보면 둘 다 시작점이 그룹이긴 하다. 물론 원더걸스라는 희대의 걸그룹 출신으로 정상을 찍고, 부상으로 인해 활동까지 정지한 선미가 훨씬 드라마틱했지만. 왠지 둘 다 묘한 걸크러쉬 + 퍼포먼스의 솔로 여가수로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데, 언제 갈라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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