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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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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17. 2019

포르투 와서 느꼈던 몇 가지.





1. 일단 기본적으로 friendly neighborhood다. 스파이더맨 대사다. 내 첫 에어비엔비 주인장은 리스본 출신인데, 포르투는 포르투갈 내에서도 프렌들리한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본인은 리스본에서 태어나고 포르투에 온 지 약 3년즈음 됐는데 포르투가 더 좋다고. 




포르투에 와서 2일에 한 번 꼴로 밤에 3~4km를 뛴다. 많이 뛰는 건 아니니까 어디 자랑하기엔 부끄럽고. 뛰게 된 이유는 별 게 없다. 그냥 도오루강 야경을 보는 게 좋았다. 그렇게 뛰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면서 근처 재즈바에 들어가서 공연을 보고 들어온다. 하루 입장에 10유로인데 한 대여섯 번 갔다. 가서 그냥 2시간 정도 공연보고 오면 괜히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 




아, 러닝을 하다보면 도오루 강을 지나 건너편 마을에 가게 된다. 서울이랑 다르게 여긴 그냥 조용한 마을이다보니 참 한적하다. 마치 예전 달동네가 생각날 정도로 고요하다. 낮에 사람이 오고가던 복작복작한 골목길엔 자동차만 있고, 가로등만 그걸 지키고 서있다. 




그걸 볼 때마다 여행객의 윤리를 생각한다. 1) 직업을 여기에 두거나 2) 여기에 적을 두고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여러 도시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외부 사람으로서 우리는 그 사람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무차별하게 침범하고 전시하지 말아야 하며, 과도하게 그곳을 낭비하면 안된다. 낭비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길거리에 침뱉기, 쓰레기 함부로 버리기 정도? 물론 누구보다 이 도시를 함부로 여기며 담배를 틱틱 버리는 게 여기 사람들이지만. 윤리적으로 여행하기. 잊지말긔~ 비엣남에서 두유노바캉서? 하면서 디씨 말하던 아재들 에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다. 내가 이들에게 마지막 한국인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첫인상과 kibun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한 번 수틀린 인상은 쉬이 펴지질 않는다. 이 지역의 로컬 룰과 문화를 지키며 여행해야 한다. 편견과 차별은 하는 새끼가 문제긴 하지만, 적어도 뭐 잡힐 거리는 주고 싶지 않아서. 내게 좋은 여행이 되려면, 그들에게도 좋은 여행객이어야 한다. 삶이라는 게 일방적이진 않고 쌍방향이니까. 




2. 여기서도 카페 잉여는 많다. 포르투에서도 매일 카페에 가는데 1) 버드 2) 콤비 3) 아람비크 모두에 노트북족은 있다. 카페에서 노트북 죽치고 있는 문화는 모두의 것. 다만, 이 카페가 개인카페냐 프랜차이즈냐가 좀 다르다. 아무래도 땅값이 비싸고 여러모로 비용이 높은 서울이다보니 프랜차이즈가 득세할 수밖에.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균일한 경험은 소비자에게 항-상 좋은 것.




3. 접객의 중요성. 여기서 말하는 접객이 단순히 모시는 그 능력이 아니다. 아무래도 외국이다보니 한국이랑 커피 먹는 문화도 다르고, 메뉴명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뜨거운 커피가 메인이고, 우유가 들어간 라떼류가 메인이다보니 뭐가 좋냐, 원두 추천해줄 거 있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근데 여기서 카페의 체급 차이가 좀 드러난다. 




진짜 친절하게, 아니 심지어 -_-;; 자기네가 이 이벤트를 왜 만들었는지 (당시 콤비 커피는 스페셜 원두 이벤트하고 있었음) 내 자리까지 따라와서 열라게 설명해주는 형도 있었다. 어제는 포르투에서 유명한 비누 가게에 갔는데, 내가 둘러보니 옆에 있던 누나가 와서 "야 ㅎㅎ 이 향수는 포르투갈 내의 다양한 도시에 영감받은 거야. 저건 포르투고 이건 리스본이야 ㅎㅎ" 이러더라. 




단순히 제품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이야기로 해서 잘 말해주는 게 '처음 오는 고객'에겐 참으로 매력적인 부분. 




4. 사는 건 거진 비슷하다. 에어비엔비, 북킹닷컴,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이 기술 회사들 없으면 대체 내 여행은 얼마나 거칠었을까 생각하니 암담하다. 여기 사는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 옆에 형은 페탐으로 리모트 워크하는 듯. 




여기 와서 가장 잘쓴 앱은 구글 맵과 유튜브 뮤직. 구글 홈 구입 이후 유튜브 뮤직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편하게 쓴다. 미리 다운로드 해가서 데이터도 아끼고. 근데 인스타 스토리즈를 하도 올리다보니 데이터가 오링났다. 




아, 여기 에어비엔비는 1) 그 주에 세금을 내고 2) 숙박객의 여권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앱에서는 세금이 더 붙고, 숙박하는 날에 그 주인장이 직접 체크하고 여권 사진을 찍어둔다. 여기 법이 그런듯. 




있는데 잘 쓰지 못하는 건 오븐. 한국에서 오븐을 써본 적이 없어서 잘 손이 안 간다. 하도 먹고 다녀서 요즘 음식을 좀 줄이기도 했다. 




5. 의외로 맥주는 기냥저냥. 구글 리뷰로 막 찾아보니, 맥주가 그리 발달한 도시는 아닌 듯하다. 와인 브루어리는 갓갓인 곳이 많다는데, 맥주 브루어리 평가는 기냥저냥. 물론 난 알콜찌질이라 카페만 갔다. 




그 여튼 지금 카페에 있는 누나랑 형들은 전부 애플로 떡칠됐다. 맥북, 의사선생님 헤드폰, 아이폰까지. 나는 약간 특이하게, 폰은 갤럭시 노예고, 노트북은 맥북이다. 이어폰은 갤럭시 아이콘. 그리고 집엔 서피스 프로 2가 잠자고 있다. 시발 이건 사는 게 아니었는데 시발ㄹㄹㄹㄹ 가끔 하나로 통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삼성페이와 맥북에 너무 익듁해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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