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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n 20. 2019

밀레니얼의 감성코드

bts, 백예린, 소미, 악뮤. 

우상, 투영, 우울


백예린, 소미, 악뮤.


근 몇 년 동안 하나의 현상이자 연구소재가 된 가수는 둘이다. 하나는 BTS고, 둘은 백예린. BTS는 사실 한국이 더 물고 빨아줘도 모자를 판에 묘하게 저평가 받는 기류가 있는 게 의문이다. 진짜 구라 안치고 글로벌 1티어인데, 막말로 한국 영화말고 문화산업에서 글로벌 1티어 찍은 플레이어는 BTS가 유일한데. 


여튼, 본론은 백예린. 사실 백예린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다. 대중에게 처음 자신을 알린 15&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고, 예능 등 TV프로그램에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으로 들어갔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유튜브로 나왔다. 특유의 음색으로 음원깡패라고 불리지만, 사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음원을 씹어먹은 특이한 경우다. 역주행이라 보기도 어렵다. 백예린 현상은 그동안 원탑이던 멜론차트를, 졸지에 이인지하 (인스타그램 + 유튜브) 플랫폼으로 밀어버린 셈. 


그녀의 성공을 단순히 플랫폼 변화와 음색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스토리와 그녀의 노래는 10대와 20대가 공감할 만한 꺼리가 충분하다. 우주를 건너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겠다는, 일기장의 감성을 담아 사랑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담은 노래는, 풋풋한 우울이 가득하다. 음원 차트의, 아니 콘텐츠 산업 전체에 큰손인 10대 후반과 20대 초중반 여성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사다. 아니, 백예린 자체가 1020이 자신들의 우울과 감성을 투영할 수 있는 일기장과 같은 가수다. 


BTS가 LOVE YOURSELF를 외치며 건강함과 자존감을 챙겨주려는 밝은 자아라면, 백예린은 방구석에서 방황하는 나의 영혼을 글로 적어내릴 수 있는 일기장과 같다. 조금 오버치면, BTS와 백예린은 지금의 밀레니얼 (나아가 젠지) 을 관통하는 감성코드다. 백예린이 플레이리스트 OST를 부르고, (다소 공격적이지만)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팬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이유는 그렇다. 한국의 커트코베인…


소미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어린, 젠지…? 여튼 10대 후반이 환호할 수 있는 여성 팝스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쁘고 멋지지만, 대형기획사가 뒤에 있지만 결코 쉽지 않던 데뷔 과정. 그 데뷔를 뚫고 나온 노래는 ‘오늘이 내 생일’이라며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저기 뒤로 가라고 발칙하게 말한다. 도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자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노래도 잘나옴. 굳이 따지자면, 제니의 좀 더 밝은 버젼이랄까. 남자도, 여자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런 포지션. 


악뮤. 앞서 말한 일기장 감성의 원조는 악뮤다. 찬혁이 군대 가 있는 동안 음원 활동이 뜸해져서 그 자리를 빼앗겼지만, 데뷔부터 떡상까지 함께 지켜본 대중의 입장에서 - 그리고 그 또래의 입장에서 - 악뮤는 그런 가수다. 사춘기라며 자신의 우울을 말하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설레며 밝게 말하는 가수는 악뮤가 유일했다. 수현이는 그 또래가 관심 가질만한 뷰티 유튜버로 유튜브 활동도 하니. 2년의 공백이 있어 과거 케이팝스타 시절, YG 초창기 시절 풋풋한 감성이 그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밀레니얼의 감성을 소화하고, 그들이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 


콘텐츠가 무엇인가. 어느 콘텐츠가 좋은가.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가 고민될 때 그들을 떠올린다. BTS처럼 팬들을 존중하고, 백예린처럼 그들의 일기장이 되고, 소미처럼 투영 가능한 우상이 되고, 악뮤처럼 자신의 감성을 지키는 콘텐츠.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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