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개발에도 불평등이 반영된다. 기술 발전의 과실은 소수 미국 기술 기업이 가져가는 와중에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전 지구적 골칫거리가 된다. Nas 모델 학습 시 발생하는 탄소량은 사람이 1년에 발생시키는 탄소의 57배다. 저임금 노동과 지구의 환경을 담보로 발전시킬 기술은 소수 기술 기업에 독점된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이 현 지구의 생산시스템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한국 농축산물 및 수산물 생산량 중 30%가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지구 반대편에선 음식이 없어서 죽어간다. 한국에서 고어로 남은 ‘굶어 죽는다’라는 동사가 아프리카 어딘가에선 현실인 셈이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대량생산에 초점을 둔다. 물론 지금의 시스템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 대량생산 시스템은 공산품과 농산품을 저가에 공급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궁극적으로 세계의 빈곤율은 유사 이래 최저 수준이다 (팩트풀니스). 1억 달러가 들어가는 영화를 단 돈 1만 원 내외로 볼 수 있으며, 첨단 기술이 반영된 스마트폰 역시 불과 60~80만 원 내외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대량 생산 시스템은 인간의 재화 접근성을 역대 최저로 낮추었다.
후진국이 비용을 대고 선진국이 생산물을 가져가는 지금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빙하는 녹고 난민은 넘쳐나며 지구의 폐인 아마존의 폐포는 죽어가고 있다. 전지구는 중국에 재활용 폐기물을 팔며 근근이 버텨나간다. 미국은 그간 재활용 폐기물의 70%를 중국에 수출했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멈추는 순간 자국 내 경제가 무너진다.
이렇듯 문제는 교과서를 넘어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교과서 수준에 머물러있다. 탁상공론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이걸 극복하고 문제 해결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선 올바른 유인구조를 짜야한다. 그 예시는 패션업계다.
패션 업계가 환경 차원에서 대면한 가장 큰 문제는 선형적 생산시스템이다. 자원을 추출해 제품을 만들어 팔고 다시 버리는 이런 선형적 경제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패스트 패션이 대세가 된 이상, 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패션업계는 곧 한 계절을 위해 평생 분해해야 하는 난도 높은 쓰레기를 만드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로 패스트패션업계는 전체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 중 8% 를 차지한다. 패스트패션 업계, 나아가 패션 업계는 기존 섬유를 재활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고자 한다. 고객이 다 입은 옷을 버리지 않고 가져오게끔 유인구조만 짜낸다면 패스트패션은 '재활용 패션'을 업의 구조로 삼을 수 있다.
결국 '재활용 경제'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한두 회사가 색깔 없는 페트병을 만들고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쓰레기를 둘러싼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어야만 한다.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의 대책이 대중교통 및 도로 개선이었듯,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를 둘러싼 시장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 돈을 벌거나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세금 구조를 만들거나 말이다.
동시에 전 지구적 거버넌스라는 분배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현재 생산시스템이 아니라 해당 시스템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부작용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진국을 비료로 삼아 과일을 기르고 선진국이 그걸 따먹는 지금의 구조에서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지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동아시아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와 같다. 중국에서 일어난 사태가 한국과 일본으로 뻗어나간다. 그렇기에 개별 나라가 홀로 정책을 세워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선 정책 수립이 답이다. 그렇다면 국경과 상관없는 하나의 동맹을 구성하는 건 가능할까? 책에서 언급한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의 책임 소지는 한두 나라에 귀속된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다.
앞으로도 그럴까? 미세먼지와 황사 그리고 기후 변화가 전지구의 문제로 다가온 이상 앞으로가 지금까지와 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기에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을 챙길 수 있는 미래가 올 수 있다.
비뚤어진 민족주의는 반감과 증오 감정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밥이 몸이다라는 말처럼 먹는 것은 우리의 몸을 만든다. 개인의 몸만이 아니다. 먹거리는 정치, 경제, 사회 구조를 반영하며, 그 모든 구조가 합쳐져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글로벌화가 가장 크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부문 또한 먹거리다.
지구적인 규모의 식량 공급 체계에서 발생하는 굶주림은 이제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