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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17. 2020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본 미통당의 패배 요인

이걸 지네


2019년 초로 돌아가서 과거의 나한테 "야 민주당이 180석 먹고 미통당 실신함 ㅅㄱ"이러면 진짜 추호도 믿지 못할 거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여러 구도가 미통당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한 구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본다. 코로나? 그건 미통당의 악재가 아니라 나라의 악재였다. 언론판도? 유튜브, KMS, 조중동, 한경오 겐또치면 사실상 엄대엄이다.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도는 없었다.


그러면 미통당의 실수는 뭐였을까?



    방향성 없는 마케팅 전략  


국회의원을 제품에 비유하면, 선거 전략은 제품 마케팅 단계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마케팅 메시지에 방향성이 없다. 집권 3년차에 조금 있으면 대통령이 레임덕을 바라볼 시기에, 미통당이 던진 이슈는 결국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 태극기부대 등이었다. 전광훈, 가세연, 윤서인 등 코어 지지자를 제외하면 너무나 비호감인 채널과 협업하며 그들의 메시지에 묻어갔다. 


우리 제품은 A가 좋아요가 아니라, 저 B가 구려요만 일관되게 말하니까 소비자 입장에선 대체 뭐지? 싶은 거다. AS-IS가 많은 기획서는 수두룩 빽빽하다. TO-BE를 보고 고를 뿐이다. 


미통당은 문재인을 독재정권, 공산주의, 북한 등 여러 구시대적인 이슈로 때리면서 자유시장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이 자유시장경제라는 게 대체 뭔지 와닿지가 않는다. 전설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은 확와닿고, 이전 승리슬로건은 증세 없는 복지도 뭔지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대체 이 자유시장경제는 뭔지 그려지지가 않는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잘 사는 세상이라거나 기업과 노동자 좌우의 날개로 날아간다거나 이러면 모르겠는데 주구장창 자유시장경제라고 하면 대체 이건 그림도 안그려져, 설득도 안돼. 이러고서 국민의 선택 못받았다고 자유시장이 버려졌다고 하면 뭔가 싶다. 


이게 주요했던 이유는 경제 이슈로 까면 쉴드가 불가했기 때문이다. 경제 이슈는 만고의 가불기 이슈인데, 이 가불기 이슈를 그렇게 날림으로 해먹으니 유권자 입장에선 참... 


무조건적인 네거티브와 비전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일관하니 사고 싶겠는가. 



    일관성 없는 PR  


최악이었다. 추후 봐야 알겠지만, 미통당은 알아서 떡밥을 미친듯이 던져줬다. 아니 무슨 방탄이나 마블도 아니고 하루하루 매번 이렇게 떡밥을 던져대다니. 그런데 그 떡밥이 다 사냥감이었다. 


차명진 막말, 김대호 막말 (이건 솔직히 김대호 아재 좀 억울할 법도 할듯) 에 대한 대처가 최악이었다. 1차로 문제 발생이 문제였고 2차로 대응은 더 최악이었다. 맞는 말이라고?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다고? 에라이. 논리와 이성으로 치면 우리네 모든 제품은 노브랜드로 갈아타야 한다. 샤넬이랑 구찌를 논리로 사냐. 정치는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다. 내가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뽑냐가 내게 큰 영향을 주기에 나를 드러내는 상징성 있는 제품이나 사치재에 가까운데, 누가 막말로 점철된 사치재를 사겠냐. 


아무리 봐도 베스트는 차명진이 막말하자마자 '과하네'라고 싶을 정도로 대응해서, 민주당의 네거티브 이슈가 터지면 역으로 공격하는 구도였을 거다. 뭐 결론은 고개 하나 굽히지 못해서 설렁설렁 인사하는 박형준 움짤이었지. 아, 황교안 N번방 발언도 그렇고. 


정치는 그 특성상 PR과 마케팅이 더더욱 하나로 붙어있어야 하는데, 여긴 너무 따로 놀고 근본도 없다. 전국민이 실시간으로 뉴스보고 소비하는데 이렇게 한다? 응 망했어. 




    각자 따로 노는 조직 구조  


민주당은 크게 문재인이라는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축됐다. 사실 시스템 공천이야 내 알 바가 아니고, 결과적으로 잡음 하나 없는 공천을 낳았으니 성공이다. 물론 이 무잡음에는 1) 문재인이라는 카리스마 (어기면 죽어^^) 와 2) 합리적 근거 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미통당은 뉴스를 거의 안 보는 내게도 잡음이 들릴 정도였다. 갑자기 감옥에 있던 박근혜가 예토전생하더니 친박이 두둥두둥하고, 홍준표는 무소속으로 뛰지 않나. 대체 얘네 공천 뭐로 했나 싶다. 


정당은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추구해야 하나, 정당 내의 시스템이나 운영이 무조건 민주적일 이유는 없다. 역사적으로 성공했던 정당은 헤드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시스템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야 니네 쟤네 독재 정당아냐? 응 아냐 우리 근거 있어. 이러면 장땡. 



강력한 카리스마 바탕으로 리브랜딩하고, 하나의 메시지만으로 선거를 끝냈어야 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여러 이슈가 매일 같이 터지는 마당엔 한 가지를 세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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