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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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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ug 26. 2020

전 당신의 감성이 부럽습니다.

서울에 내 방 하나, 내 마음 한 켠에 권성민PD님 하나 <3

넌 궁금해서 묻는 게 아냐. 너 스스로가 답을 내리지 못해 묻는 거야

알 사람은 알겠지만 질문이 많다. 일요신문 취재 프로젝트 때도 질문 살인마라 불릴 정도로 인터뷰를 꽤 폭력적으로 (?) 했다. 이토록 질문이 많은 내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남에게 묻는 거라고. 역시 이기적인 구현모다.

독서도 비슷하다. 책을 많이 사고, 읽으려고 하는 이유는 (많이 산다고 했지, 많이 읽는다고는 안 했다) 그만큼 내가 모르고,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독서는 내게 남을 통해 나를 보는 일이다.

#서울에내방하나 는 그런 책이다. 사회과학도서가 아닌 일상 에세이에게 최고의 찬사는 "이 책 하나만으로 저자가 그려진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내가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권성민 PD님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 차가워보이지만 따뜻하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공감력이 매우 높은. 마치 매운데 맵지 않은, 무서운데 무섭지 않은 그런 사람.

이 책을 읽으면 피디님이 보이고, 피디님을 보면 내가 보인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눕는 방, 자기가 만지는 삶, 자기가 신은 신발로 갈 수 있는 곳까지만 아는 법이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나랑은 이런 차이가 있구나, 아 그러면 난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논리적 전개. 결국, 내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난 이 사람의 글에서 찾고자 했나 보다.

서글서글한 인상보단 묘하게 날카로운 눈빛이 보이는 피디님의 글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인간은 경로 의존적인 동물이라, 내가 지나온 경로에서 꽃 피운 삶밖에 모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분은 최대한 타인을 이해하고자 했다. 남이라면 어땠을까. 아주 단순하고 쉬운 가정이지만, 고민하고 행하기 어려운 그 가정.

왠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차갑고 무섭게 느껴지는 눈빛과 단호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사실 난 피디님의 첫인상이 좀 무서웠다. 스릴러 드라마에 나오는 인텔리 악역을 하면 잘하실 것 같고, 알고 보니 반전의 악당이라는 클리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분이다. 물론 실제로 보면 피디님은 따뜻하고 키도 큰 사기캐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재수 없네. 모발도 굵고 기신 걸 보니 탈모 확률도 낮으신 듯하다. 재수 없다. 실제로 만나면 이야기꾼의 자질도 낭낭하시다. 2번째 만남은 서촌의 이자카야였는데,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만나서 새벽 4시까지 떠들었다. 나보다 더하시다. 좋은 의미다.

책은 재밌다. 내가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하는 내 인생 3대 에세이 작가시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와 작문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베껴봐도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다. 흔하디 흔한 힐링 에세이에는 없는 삶의 실존적인 고민이 들어있고, 너절한 현실에도 꽃을 피우려는 피디님만의 따뜻한 감성도 들어가 있다. 이쯤 되니 이런 사람이니까 #가시나들 을 만들 수 있구나 싶더라.

책을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김보통&권성민&김민철 세 명의 에세이 작가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사차원의 세계와 같다. 김훈의 글을 베끼고 싶어 필사를 하던 어릴 적의 나는 김훈의 건조한 문장을 따라 할 수 있었으나 능력치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좌절했고, 권성민의 책을 읽는 나는 곧 죽어도 이 사람의 감성은 내가 베낄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점에서 현타가 온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아닌가. 아 물론 난 위대한 작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없는 잡부지만 ㅠㅠ

참고로 피디님은 MBC에서 가시나들, 마리텔, 듀엣가요제 등을 연출하시다 지금 카카오로 옮기셨고 곧 '톡이나 할까'를 하신다고 한다. 하나 둘 셋 권성민 파이팅! 김이나 파이팅!

직접 주시기 전에도 이미 내가 샀기 때문에 난 2권이 있는데, 읽다가 친구에게 주려고 한 권 더 샀다. 아무래도 한 번 더 밥을 얻어먹어야겠다.

#권성민 #책스타그램 #읽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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