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부탁
ㅁㅅㅍㅊ, ㅊㅊㅆㅂㅇ, ㅍㄹㅈ 등등을 하면서 많은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기레기' 라는 단어가 아직도 횡행하지만, 제가 뵌 기자님들은 달랐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내일을 고민하는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모바일 시대에, 새 시대에 필요한 언론은 무엇인지 고민하시고 나름의 실험을 하셨습니다. 이글은 그냥 그간 많은 기자님들과 대화하면서 공감한 문제점입니다.
1. 메없산왕? 언론사는 기왕.
메시가 없으면 산체스가 왕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론사에서는 기자가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자는 읽고 쓰고 마와리 도는 데에 익숙한 분들입니다. 김훈을 좋아하고, 권석천의 글에 감동하고, 이 달의 기자상을 받고 싶은 분들이죠. SPA시사상식을 보고, 아랑에서 스터디를 구하고, 아침에 신문을 읽고, 저녁에 뉴스를 보는 각고의 노력 끝에 공채에 합격한 분들이죠. 대단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저분들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언론사는 희망이 없습니다. 언론사에 필요한 인력은 단순 공채용 기자만이 아닙니다. 포토샵, 애펙, 일러스트 등을 다룰 수 있는 모션디자이너와 어휘망을 연결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저런 분들이 주축으로 언론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서강대학교와 구글코리아가 진행한 구글뉴스랩식의 프로젝트가 새 시대의 저널리즘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텍스트 디자이너(기자라는 표현보다는) 등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런 모습말입니다. 언론사에서 디자이너에게'이렇게 만들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식의 명령하는 구조는 너무 구식입니다. 능력있는 디자이너, 열망있는 디자이너가 저런 곳에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ㅍㄹㅈ팀에 모션그래픽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언론사 인턴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언론사에 가는 것이 디자이너에겐 자살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왜일까요. 커리어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주도적으로 일하지 못하니 '외주'형태밖에 되지 못하며, 모든 콘텐츠가 지면 중심이며 홈페이지 콘텐츠 역시 단순히 '지면기사를 홈페이지로 옮긴 수준'인 판국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극히 허섭스레기밖에 없습니다.
VOX, MIC, REFINERY29, PLAYGROUND, THEVERGE 등 해외 유수 언론을 보십시오. 단순 취재기자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영상도 다루며, 인포그래픽도 다룹니다. 관훈클럽 기자님들이 그렇게 말하는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 기사요? 텍스트 기자가 어떻게 다합니까. 인포그래픽 디자이너가 레이아웃을 꾸미고, 기자가 텍스트를 집어넣고, 개발자가 모바일-웹-앱에서 잘 돌아가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미래입니다. 이 미래 프로젝트는 텍스트 디자이너인 기자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외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일을 하루이틀할 것도 언제까지 외주에만 집중할 것입니까. 적어도 내부 인력을 충당하고,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안전을 외주화하냐고, 중요한 부분은 직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하는 언론사가 왜 그리 미래의 인력인 디자이너를 하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 아랑 좀 그만 보세요.
많은 언론사 공채인력들이 아랑에서 배출됩니다. 정론직필을 꿈꾸는 기자지망생, 아이돌이 보고 싶어 피디가 되고 싶은 친구(...), 한국의 퓰리처를 꿈꾸는 여러 학생들이 아랑에 기거합니다(...)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여러분들이 아랑에 인력 공고를 합니다. 뉴미디어 연구라든지, 뉴미디어 페이지 혹은 매체 제작 인원이요.
진정으로 기존 출입처-취재방식 혹은 지면콘텐츠와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아랑엔 들어가지 마세요. 막말로 아랑에 계신 분들 중에 VOX, MIC, THE MARSHALL PROJECT 아시는 분들 거의 없을 거고요, PEW RESEARCH CENTER나 NIELMAN LAB 아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저런 분들의 중심에 있었거든요(....)
아랑이 되게 쉬운 경로이긴 합니다. 언론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에 저만큼 쉬운 곳이 없죠. 근데, 진짜로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면 좀 더 다양한 경로에서 사람을 구해보세요. 대학 광고 동아리라든지, 대학 방송사라든지, 인터넷 방송국 인력이라든지 등등에서요.
뉴미디어가 무엇인진 아무도 모르나, 적어도 융-복합이라는 요소는 확실히 있는 듯합니다. 이 점에서 단순 언론고시지망생만 모아봤자, 한겨레 시즌2, 조선일보 시즌2밖에 더 되겠습니까. 적어도 스브스뉴스처럼 디자이너들 위주로 뽑든지, 아니면 아예 인재상을 새롭게 만드는 게 좋습니다. MIC 채용페이지라도 봐보세요.
아니면 하다못해 피디만 데려가든가요. 기자지망생 데려가봤자 뭐합니까. 거기 정통 저널리즘에 푹-빠져서 AJ나 NOWTHIS의 영상 콘텐츠는 뉴스도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태반입니다. 막말로 그 사람들 사건 현장에서 스탠딩하면 양복입고 할 사람이잖아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다거나, 새시대를 위한 미디어라면 적어도 그런 사람보단 현장에서 츄리닝 입고, 청바지에 반팔티 입고 인터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낫습니다. 적어도 '뉴미디어'를 표방한다면요.
3. 외주 그만 하세요.
1과 이어지는 부분이긴 합니다. 언론사가 외주 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외주로 프로젝트 하나에 200줄 거면, 그냥 150주면서 채용하는 게 낫습니다. 인플루언서 활용하는 방식이요? 이것도 넓게 보면 외주겠죠. 근데 전략적으로 써야합니다. 계속 인플루언서만 활용해봤자, 결국 인플루언서만 좋은 일 하는 겁니다.
신문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언론사는 '초고학력 / 끼 / 적극적으로 나대고 싶은'의 3박자를 두루 갖춘 인원이 넘쳐납니다. 모두가 권석천이 되고 싶고, 모두가 손석희가 되고 싶고, 모두가 엄기영이 되고 싶고(?!), 모두가 김현정이 되고 싶은 사람들인 걸요.
이런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한 명을 전략적으로 푸쉬한다거나 능력 있는 사람들을 연예인으로 만드는 게 언론사의 힘입니다. 스타 기자는 단순히 취재로만 나오지 않습니다. 막말로, 누가 읽습니까? 밀레니얼 세대가 권석천을 알까요? 김관을 알죠.
회사 내에서 저런 일을 한다면 분명 정치적인... 그런 '줄타기'가 빈번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언론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케어하는 것도 능력이죠.
4. 이거 전부 거짓말.. 아니아니
이거 전부 거~짓말인 거 아시죠? 가 아니라
전 지극히 외곽에 있는 유사언론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주제밖에 안되니 적당히 걸러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해외 미디어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안 하지?"라고 느낀 여러 문제점을 나지막히 풀어놨습니다. 걸러들어주시는 것도, 이 글을 어떻게 판단하는 것도 여러분의 재량입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가 재정난으로 인해 텍사스트리뷴과 제휴를 끊었을 때, REFINERY29와 MIC와 VICE는 투자를 더 받고 성장했습니다.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