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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l 31. 2016

가습기 살균제 사건

IT AIN'T OVER TILL IT'S OVER

사건 개요 to my friends

2011년부터 임산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사망. 근데 알고 보니 2006년에도 비슷한 원인으로 영아들이 사망했고 거슬러 올라가니 2002년에 첫피해자 발생. 

조사해보니 원인은 1994년에 발명돼 2001년부터 불티나게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거기에 섞인 화학물질이 폐를 파괴함. 그 물질이 폐를 종이처럼 딱딱하게 만들어서 폐를 파괴해 사망에 이르게 함. 피해규모는 어마어마함. 환경단체가 조사해보니 7월까지 사망자만 700명.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1년 판매 중지 전까지 매해 60만 개가 팔림. 잠재적 피해자가 최소 30만명 최대 230만명. 
http://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2_02&wr_id=403&page=2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7/04/0200000000AKR20160704068700004.HTML
https://www.google.co.kr/url?sa=t&rct=j&q=&esrc=s&source=web&cd=14&cad=rja&uact=8&ved=0ahUKEwjUqbTC4ZvOAhUJL48KHR13Cv0QFghgMA0&url=http%3A%2F%2Fwww.kca.go.kr%2Fbrd%2Fm_367%2Fdown.do%3Fbrd_id%3DG026%26seq%3D286%26data_tp%3DA%26file_seq%3D1&usg=AFQjCNEy1stj2t9g1OaN9UPTT_o3AvhvDQ&sig2=102yLeTIec4PFvj-Qq5CEQ&bvm=bv.128617741,d.c2I

그렇게 위험한 가습기 살균제가 어떻게 800만개정도 팔렸을까? 간단하다. 그만큼 꼼꼼하게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판매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공업용항균제' 자격으로 검사받았다. 유해해도 공업용으론 쓸 수 있으니 정부는 허가했다. 문제는 이 살균제를 공업용에서 '가정용'으로 용도변경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살균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이라 인체에 유해한지 검사를 할 의무가 없었다. 기업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기업에 맡겨야만 했고 기업들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옥시는 이게 위험한지 몰랐을까? 아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옥시는 위탁 제조업체, 원료 공급업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10&cid=1043078&iid=49187124&oid=001&aid=0008405650&ptype=052

이뿐만이 아니다. 옥시자체연구소는 2005년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는 우리가 검증하지 않았으니 광고 문구로 쓰면 안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허위, 과장 광고다.

문제의 책임은 정부에게도 있다. 사전관리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문제다. 

2011년 8월에 정부 역학 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판매 중지는 같은 해 11월에 있었다. 9월 국정감사에서 더민주 전현희 의원이 당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판매 중지와 살균제의 이름을 밝히라 요구했다. 하지만 장관은 완벽하게 증명이 되지 않았으니 밝힐 수 없다고 답변함. 그 무렵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100건이 넘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592585

정부의 소극적 태도는 이어졌다. 지난 국회에서 심상정, 장하나, 이언주, 홍영표 의원이 이 피해자분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냈으나 정부 여당은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라 치부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피해자 구제 법안에도 반대했다. 근거는 세금이었다. 어차피 제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는데 세금을 핑계로 구제법안에 반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근본적으로 정부 부처들은 건강문제이니 복지부의 책임이다, 환경문제니 환경부의 책임이다, 공산품의 문제이니 산업부의 문제다며 어그로핑퐁을 했다. 즉, 정부의 감시 부실이 명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071

확인된 피해자만 몇백명, 잠재적 피해자만 몇십만명인데 정부의 조사는 2013년에서야 시작됐다. 검찰 수사는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지 4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하라고 말하고나서야 여당은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056

행정부와 입법부, 검찰 등이 책임을 방기할 동안 제조사들은 은폐 시도를 했다. 2001년부터 회사 게시판에 부작용 호소 글이 올라왔는데, 올해 1월말에 그간 올라온 부작용 호소 글을 일괄 삭제했다가 검찰에게 들켰다. 그간 사과도 하지 않고 자체 조사 중이라고 말하던 옥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 달 초에 있던 검찰 질의서에 옥시 관계자들은 나는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뿐이다 등 책임회피 중이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10&cid=1035193&iid=31167078&oid=421&aid=0002193052&ptype=052

이 사건은 비극이다. 가습기가 대부분 가정에서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문자 그대로 집안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피해자 중엔 아이들이 많다. 가습기 구매자 중 아이들의 코와 입을 건조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산 부모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 중엔 유산한 분도 있고, 평생 호흡기 마스크를 들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를 가슴에 묻어야만 한 분들도 있다. 아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샀는데, 아이가 죽었다. 자기 손으로 가족을 죽였다. 간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갔고, 남은 사람들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옥시가 집중적으로 비판받지만 애경,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문제다. 그들 모두 같은 위험한 제품을 팔았다. 옥시 빼고 다른 기업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구상금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11/2016051100234.html?right_key

이 사건은 명백한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피해자의 잘못이라곤 하나다. 가족을 위해 가습기를 씻기 위해 살균제를 구매했다는 점. 살균제 설명서에 따라 살균제를 물이 들어있는 가습기에 부었고, 그 가습기를 켰을뿐이다. 

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좋겠다. 기업이 망하면 대개 피보는 사람은 노동자다. 야근하는 사원이, 하루하루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사원이 잘린다. 그 사원은 내 친구요, 내 친구의 부모요, 삼촌이다. 하지만 이래선 안된다. 위험한 걸 알고도 판매하고, 정부가 나서기 전까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없는 것마냥 치부하고,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은 망해야 한다. 소비자 불매 운동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징벌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 소비자 보호로 치환될 일이 아니다.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보호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 개개인을 보호하고, 사회에 크나큰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정부는 징벌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기업에게 부담을 준다고? 크나큰 피해를 주는 기업을 처벌하는 게 기업에 왜 부담이냐. 그건 나쁜, 당연히 퇴출되어야 하는 기업에게만 부담이다. 

시민들이 사회를 꾸리고, 정부에 세금을 내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에게 맡기기 위해서다. 제품의 성분이 안전한지 검증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에 책임을 가하는 일은 일개 시민이 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존재하며, 이를 하지 않는 것은 곧 직무유기다. 뒤늦게 조사에 시작한 검찰, 기업을 검찰, 입법부, 행정부 그 어느 곳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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