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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 Cha Aug 29. 2024

백두산, 그 생태의 아름다움에 반하다 (1)

— 백두산은 한반도 생태의 중심

백두산에 다녀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버킷 리스트 특등 좌석에 예약되어 있었던 곳, 야생화 애호가로서 더욱 애절하게 가보고 싶던 곳, 그 백두산과 주변 야생화 동산들을 탐사하고 왔다.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는 듯해서 육로로 다녀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잠시 보류해 두었던 곳, 그곳을 결국은 중국을 거쳐 비행기로 다녀왔다.


7월 17일 연길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는 여정에서부터 그토록 고대했던 백두산 지역 야생화 탐사가 시작되었다. 백두산 야생화 전문가와 연길지역 식물 서식지에 밝은 조선족 동포 여행사 대표의 안내에 따라 우리의 여정은 쉴 틈 없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백두산 북파 용문봉 일대에 만발한 구름송이풀과 호범꼬리

도착 첫날에는 조양천과 선봉령을, 둘째 날에는 황송포습지와 백두산 북파를, 셋째 날에는 새벽 3시부터 탐사를 시작해 북파 용문봉 일대와 장백폭포와 소천지와 지하삼림에 이르는 공원을 탐사했다. 넷째 날에는 백두산 서파와 왕지의 야생화를 여유 있게 탐방했고, 마지막 탐사일인 다섯째 날에는 장화를 신고 비틀거려 가며 액목습지 이곳저곳의 온갖 희귀야생화들을 온종일 만끽했다.


정말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5박 6일간 빈틈없이 짜여진 야생화 탐사일정은 대만족이었다. 백두산과 주변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깊이 깨닫게 된 사실은 백두산이 한반도 식물상의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의 야생화 대부분이 남한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것들이었지만 똑같거나 같은 계열의 유사종들이 남쪽 어디엔가에 서식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큰 감흥이었다.

액목습지에 군락을 이루어 피는 큰송이풀

백두산 고산습지에 자생하는 잠자리난초가 한반도 끄트머리 낙동정맥 어디엔가에도 서식한다고 하고, 백두산 2300 고지 이상에서 많이 보이는 구름송이풀이 남쪽의 가야산과 한라산에 이삭송이풀이니 한라송이풀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멋지게 집단을 이루며 산다. 때로는 같은 종이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느라 약간의 형태적 변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강원도 고산엔 어수리가 있고 백두산지역엔 좁은잎어수리가 있으며, 이곳의 하늘나리가 그곳 백두산에선 큰하늘나리로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남쪽에 송이풀이 있다면 백두산 지역엔 송이풀 대열에 큰송이풀과 대송이풀이 합류해 각기 개성을 뽐낸다. 동남아열대 지역의 야생화들도 참 아름답기는 하지만 우리와는 별개의 것으로 느껴져서 내게는 별 감흥이 없던 것과는 큰 차이였다.


백두산 지역 야생화를 탐방하면서 머릿속에 하나의 대의가 정리되었다. 백두산은 신성한 산이요, 영험한 산이라는 것! 다만, 우리 한민족과 만주족 등 예부터 백두산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민족들에 전승되어 온 종교적, 민족적 차원에서의 신성하고 영험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백두산 지역의 식물상이 백두대간과 여러 정맥을 타고 한반도 곳곳으로 파고 들어서 지역마다 독특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신성한 게 어디 있으랴!

큰하늘나리, 남쪽의 하늘나리에 비해 키가 커 보인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도 그곳의 야생화들은 아직 머릿속에 생생한 모습으로 남아 나를 손짓해 부른다. 어서 다시 와달라고, 또 와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함께 놀아 달라고. 그들의 손짓에 대한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새겨진 아름다운 백두산 야생화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쪽편의 글로 여기에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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