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천, 식물 다양성의 표본
연길공항을 출발한 “야생화 탐사 버스”는 채 30분도 안 되어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왕복 2차선 포장도로 옆의 나지막한 동산이었다.
도로에서 바라봤을 땐 별 특별함이 없어 보였지만 풀섶을 헤치며 몇 걸음 옮기자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황금물결이 먼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난생처음 만나보는 황금빛 금혼초와 은은한 금색으로 동산을 여기저기 물들이는 가는금불초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낮은 동산이라고 표현했지만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 고지대라서 희귀 야생화들이 풀섶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남한에서는 용늪 등 특별보호지에서나 관찰이 가능한 용머리가 짙푸른 색감을 자랑했고 고산지역의 건조한 봉우리에서나 만날 수 있는 백리향이 곳곳에서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겉보기엔 흔한 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형태적 변이가 보이는 독특한 꽃들도 많았다. 애기우산나물, 좁은잎사위질빵, 가는쑥부쟁이, 가는장대, 가는기린초, 흰솔나물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꽃을 피우기 전까지 이어지는 고산지대의 추위와 강풍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잘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물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늘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밖에 남한에서도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주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잘 찍은 사진으로 보면 섬세하기 그지없는 원지, 작은 목화솜 같은 흰꽃을 피워내는 들떡쑥, 이름을 이해하기 힘든 벼룩이울타리, 개시호 보다 보기 힘든 시호, 꽃이 크고 키가 너무 커서 결국 덩굴로 뻗어나가는 선이질풀, 큰까치수염의 기준이 된 까치수염, 훤칠한 키와 두꺼운 잎과 깔끔한 꽃으로 더 건강해 보이는 조뱅이, 짙은 분홍색의 패랭이꽃이 여기저기서 관찰되었다.
또한, 건조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솔체꽃, 그저 평범해 보이는 딱지꽃, 짚신나물, 도라지, 꽃층층이꽃, 삽주, 갈퀴나물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진보라색 망루처럼 우뚝 서서 동산을 지켜주는 듯한 꼬리풀을 만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개암나무의 열매도 볼 수 있어서 참 기뻤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양천은 하천 이름이 아니라 연길의 한 지역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지역의 식물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식물 다양성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한에서는 아주 보기 힘든 희귀종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변이종 뿐만 아니라 쉽게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식생들이 같은 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다양한 식생들이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이곳이 필요한 환경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일 게다.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곳, 식물 다양성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곳, 조양천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