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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 Cha Oct 25. 2024

백두산, 그 생태의 아름다움에 반하다 (11)

— 액목습지 야생화 탐사


백두산 지역 야생화 탐사 마지막 날이다. 숙소에서 탐사지인 액목습지까지 버스로 3시간 넘는 거리였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정겨운 시골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고, 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화단에서 나도닭의덩굴과 풀또기도 만났다. 안내팀의 인도에 따라 시장에 들러 각자의 발에 맞는 장화를 하나씩 골라 들었다. 오늘의 습지는 꽤 험해서 발에 맞는 장화 없이는 탐사가 힘들다고 했다. 오늘은 각각 16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같은 곳을 방문하기에 순서를 정해야 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먼저 마친 후 탐사지로 향했다.

(좌) 차창밖 시골풍경 (우) 장화를 사러 방문한 시장입구

우리를 태운 버스는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 탐사지 옆 도로에 정차를 했다. 우리는 장화를 잘 챙겨 신고 습지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습지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감탄과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감탄은 붉고 화려한 색감의 삼쥐손이를 처음 맞이한 감동에서 나온 소리요, 외침은 발이 푹푹 빠져드는 습지에 들어서면서 균형을 못 잡아 허둥대며 내뱉는 외마디 소리였다.


삼쥐손이는 쥐손이풀속 식물이었다. 꽃은 상대적으로 크고 진분홍색이었고 잎은 쥐손이풀 보다 여러 갈래로 가늘게 갈라졌다. 키도 꽤 커 보였는데 줄기가 가늘어 습지에 누워 살다시피 했다. 삼쥐손이 꽃은 몇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계속 눈에 들어왔고 주변에는 숫잔대와 독미나리도 여럿 눈에 띄었다. 언뜻 보기에 꽃이 멍석딸기처럼 보이는 식물이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안내자가 검은낭아초라고 일러줬다. 황송포습지에서 만난 잠자리난초도 몇 개체 눈에 띄었고 애기쉽싸리도 쉽사리 관찰할 수 있었다.

(좌) 삼쥐손이 (우) 검은낭아초

별꽃 같이 생겼는데 꽃잎이 가늘고 길며 10장이나 되는 꽃이 있어서 일단 사진에 담았는데 후에 알아보니 실별꽃이라고 했다. 별꽃, 개별꽃, 큰개별꽃, 쇠별꽃 등 별꽃에는 종류가 참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별꽃도 있을 줄이야... 안내자가 습지 중간쯤에 관목처럼 보이는 작은 나무를 가리키며 아주 중요한 식물이라고 했다. 잎이 햇볕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이름은 반짝버들이었다. 참 그럴듯한 이름이었지만 햇볕에 반짝이지 않는 나뭇잎이 어디 있을까? 자세히 보니 잎 뒷면이 더 흰색을 띠어서 햇볕에 더 반짝이는 건 분명했다.


이쪽 습지에서 삼쥐손이만큼 우리의 눈길을 끌어당기며 그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큰송이풀이었다. 낱꽃과 잎의 모양과 색은 일반 송이풀과 유사했지만 전초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키가 무척 커서 어떤 개체는 1미터를 훌쩍 넘었고 꽃대가 줄기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와 꽃대 아래부터 위쪽으로 계속 꽃을 피워 올리는 모습이 개화한 복사나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분홍 꽃색의 매력에 이끌려서 눈에 보이는 개체마다 사진에 담고 보니 나중에 좋은 사진을 선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모두가 다 멋지고 아름다운데 어떤 사진은 버리고 어떤 사진은 간직할 것인가? 꽃친구 한 분은 선택장애 때문에 같은 종류의 꽃을 많이 찍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말에 오롯이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큰송이풀의 다양한 모습

큰송이풀에 취해 있다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강한 주황색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동자꽃 종류임을 알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국에서는 희귀종에 속하는 제비동자꽃이었다. 나는 선자령 임도변에서 여러 번 보았기에 익숙했지만 일행 중에는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아 보였다. 모두들 장화가 푹푹 빠져드는 습지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이 강렬하고도 예쁜 아이들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온갖 카메라 셔터소리 속에서 이 아이들은 분명 무대의 주인공이었지만 그들은 과연 우리들 때문에 행복했을까? 갑자기 화려한 무대를 떠올리며 엉뚱한 생각에 빠져 보기도 했다.


주변에는 황송포습지에서 많이 보았던 애기황새풀도 여러 개체 보였다. 똑같이 습지라서 같은 식물이 관찰되는 건 당연할 게다. 일행 중 한 분이 작지만 유난히 하얗고 깔끔한 꽃을 가리키며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에 담으라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버들바늘꽃이라는 식물이었다. 꽃대가 굵고 뚜렷한 것이 바늘꽃 종류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저 깔끔한 꽃이 한순간에 뚝 떨어지고 나면 꽃대는 여전히 남아 바늘 모양으로 보일 텐데 그게 바로 이 꽃의 씨방이다.

(좌) 반짝버들 (우) 버들바늘꽃

습지 여기저기 작은 보라색 꽃이 눈에 띄어 들여다보니 용머리였다. 조양천 언덕에서 처음 만난 꽃이다. 참 놀라운 것은 용머리가 조름나물 잎 그리고 긴잎곰취 잎과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한국에서 조름나물은 아주 희귀종이라서 서식지가 두어 군데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곳 습지에서는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띄었다. 개화기가 한참 지났기에 털이 보송보송한 흰 꽃을 볼 수 없었지만 모두가 제철이 있는 법이라 아쉬워할 건 없었다. 긴잎곰취는 노란 꽃을 한창 피워 올리고 있는 개체들이 많이 보였다. 잎의 모양은 길다기보다 타원형인데 왜 '긴잎-'이라 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 이유가 생각이 났다. 일반 곰취가 완전한 원형이라면 긴잎곰취의 잎은 상대적으로 긴 편에 속하기 때문일 거다.


저 멀리 옅은 노랑색 꽃 군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솔나물이었다. 낭림새풀 속에서 꽤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다른 노란색으로 꽃잎이 큼직하고 두툼하며 윗꽃, 옆꽃, 아랫꽃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 모습이 닭의 벼슬을 연상시키는 닭의난초 무리가 보였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올해 서해 바닷가 근처에서 어렵게 찾아내 처음 마주했던 닭의난초가 여기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습지 여러 곳에서 관찰이 가능했다.

(좌) 조름나물 잎, 용머리, 긴잎곰취 잎 (우) 긴잎곰취 꽃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닭의난초

안내팀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실제로 호루라기를 분 건 아니지만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외치는 안내자의 소리가 마치 호루라기 부는 소리처럼 인식되었다고나 할까. 한 시간여 장화를 신고 습지를 누비다 보니 습지에서의 이동이 상당히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힘들고 조심스러웠다. 어느 분은 뒤로 벌러덩 넘어져 엉덩이가 다 젖었다고 하고, 어느 분은 장화가 물속에 완전히 빠져서 벗어나는데 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바지가 흠뻑 젖어서 불편했을 건 말할 나위도 없다. 버스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다가 습지 속 작은 바위 위에서 금강제비꽃처럼 보이는 제비꽃 종류 식물을 발견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누운제비꽃이라고 했다. 잎줄기는 작은데 잎이 커서 관찰자에게 누워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일까? 습지에서 벗어나 버스 주변에 핀 달구지풀과 부처꽃을 담고 있는 사이 일행이 모두 버스 쪽으로 모였다.


우리는 도로를 중심으로 반대편 습지로 이동해 들어갔다. 톱풀 몇 개체가 먼저 눈에 띄었는데 꽃이 크고 소담했다. 건강상태가 좋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큰톱풀이라는 다른 종이었다. 주변에 봉오리 상태의 흰색 꽃 군락이 있어서 백두산떡쑥의 개화 전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귀국 후 단체문자방에서 팀원들이 토론을 통해 내린 결론은 버들분취의 개화 전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처음 보는 야생화였는데, 귀국 두어 달 후 정선에서 완전히 개화한 개체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여기저기서 분홍색 패랭이꽃도 많이 보였다. 이곳의 패랭이꽃은 꽃색이 무척 진한 것이 참 건강해 보였다. 노랑원추리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는데, 한 곳에서는 꽃잎이 몇 장 떨어져 나간 노랑원추리와 꽃이 바래가고 있는 여로가 서로 줄기를 기대서 의지하고 있었다. 이 모습이 오늘따라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좌) 큰톱풀 (우) 버들분취

좁쌀풀을 보고 물양지꽃을 보고 물레나물을 보았다. 공통점은 모두 여리고 부드러운 노란색 계열의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 "짜잔!"하고 외치며 다가오는 듯한 꽃들의 무리가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진한 노랑의 큰 꽃을 달고 있는 큰금매화였다! 소천지 숲길에서 그리고 서파에서 보았던 금매화가 샛노랑이라면 큰금매화는 주황색에 가까운 진노랑색 꽃을 달고 있었다. 게다가, 꽃잎보다도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꽃술은 매우 길고 모두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추서 있었으며 꽃잎과 똑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꽃의 모든 부분이 군대 용어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꽃이 지고 나서 형성된 씨방의 모습도 참 특별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같았다. 야구공에 뿔(가시)이 돋친 모습이었는데, 손으로 만져 보니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도깨비 뿔 모양의 가시까지도. 큰금매화는 이쪽 습지에 엄청나게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었다. 도로 건너편 습지에서 큰송이풀을 사진에 담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 것처럼 여기서는 큰금매화에 매료되어 사진에 담고 또 담았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또 선택장애를 겪어야했다.

큰금매화, 우측 사진에는 가시 돋힌 공 모양의 열매가 함께 보인다.

큰금매화에서 벗어나 습지의 다른 야생화를 살피니, 한국에서도 많이 보아온 참조팝나무와 생열귀나무와 짙은 보라색 꽃창포가 눈에 들어왔고, 마타리와 갈퀴나물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도 보였다. 또한, 황송포습지에서 많이 보았던 흰제비란이 이곳에서도 거대한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쥐오줌풀로 보이는 야생화도 눈에 들어왔는데 후에 확인해 보니 색감을 고려할 때 설령쥐오줌풀 같았다.


이쪽 습지에서 큰금매화 못지않게 시선을 잡아끈 야생화는 큰하늘나리였다. 꽃색과 모양으로 볼 때는 강원도 고산에 서식하는 하늘나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차이점은 키가 크다는 것이었다. 꽃이 커서가 아니라 키가 커서 '큰-'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초의 길이는 분명 보통 하늘나리 보다 컸지만 줄기가 가늘어서 곧추서지 못하고 습지의 다른 수풀에 기대어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크지만 크지 않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참 매력적인 꽃이었으며 왕지입구에서 만난 날개하늘나리 보다 훨씬 진한 색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두 번째 습지의 끝부분에는 여러 가지 진귀한 야생화들이 우리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짙은 붉은색의 털동자꽃이었다. 털동자꽃은 줄기와 씨방에 흰털을 빽빽이 달고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듯한데, 사실상 일반 동자꽃과는 모양이 상당히 달랐다. 꽃잎은 상당히 가늘고 깊게 갈라져 있어서 오히려 제비동자꽃과 모양이 유사했다. 둘을 옆에 두고 비교해 보지 않으면 꽃 모양만으로는 구분이 힘들 정도였다. 제비동자꽃과 털동자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구별점은 털의 유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 제비동자꽃 (우) 털동자꽃

털동자꽃 서식지 뒤쪽에는 이도백하 숙소 앞 미인송공원에서 보았던 물앵도나무가 여러 그루 보였다. 열매가 꽃 보다 매력적인 식물 중 하나일 것이다. 앵도의 종류라고 생각해서 한 알 따서 입에 넣어 봤는데 쓴맛이 너무 강해서 저녁식사를 마칠 때가 그 쓴맛이 가시지 않았다. 일반 앵두 같은 맛이 전혀 아니어서 혹시 홍괴불나무가 아닐까 추정을 했는데 귀국 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물앵도나무로 결론을 지었다.


물앵도나무 주변에는 검종덩굴과 소경불알이 함께 서식하고 있었다. 이곳의 검종덩굴은 꽃이 자주색을 띠고 있어서 처음엔 일반 종덩굴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팀원들의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 검종덩굴로 최종 동정을 하게 되었다. 전에는 무궁화종덩굴로 불리었다가 현재는 검종덩굴로 통합된 식물이라고 했다. 종 모양의 꽃 표면에 흰털이 분포한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소경불알은 꽃 모양만으로는 왕지에서 본 만삼과 똑같아 보였다. 구분 포인트는 꽃의 안쪽이 갈색이라는 점이었다. 소경불알이라는 이름은 뿌리의 모양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므로 뿌리를 캐 보지 않고서는 그 이름을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손바닥난초와 같은 경우라고 하겠다. 꽃의 내부 모습을 아래쪽에서 위로 찍어 보니 영락없이 천정에 공이 달린 종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갈색종덩굴 등으로 명명했으면 이해하기가 참 쉬웠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작명법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의 해학에 놀라워할 따름이다.

물앵도나무
(좌) 검종덩굴 (우) 소경불알


습지 안쪽 깊숙한 곳에서 마주한 액목습지의 마지막 주인공은 대송이풀이라는 꽃이었다.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아주 생소하고 모양도 특별한 야생화였다. 큰송이풀처럼 잎과 꽃의 모양은 일반 송이풀이랑 유사했다. 차이점은 꽃이 옅은 노랑이고 키가 송이풀처럼 크다는 것이었다. 큰송이풀과 다른 점은 꽃대가 갈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뚝 솟은 긴 줄기 끝 부분에 옅은 노랑색 꽃이 수직으로 피어 올라간다. 꽃차례의 모습은 서양꽃 글라디올러스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마주한 대송이풀은 개화단계에 막 접어든 상태로 수직 꽃차례의 아랫부분에만 개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대송이풀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안내자는 큰송이풀처럼 크거나 보다 더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이름의 근거가 이해되지 않았다. 전초의 키나 크기가 큰송이풀에 비해 크지도 않을뿐더러 크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순한글 기본형에 한자 접두어 '대-'를 붙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크다는 의미라면 궁색하기 그지없는 명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 명명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는 길게 곧추선 줄기를 뜻하거나 긴 꽃차례의 모양이 대나무를 닮아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명명자를 대신해 변명을 하고 싶어 진다. (한글명명자가 학명 Pedicularis sceptrum-carolinum을 참고했다면, sceptrum(scepter, 왕이 권위의 상징으로 드는 홀)에 착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게 곧추선 줄기가 분명 홀(scepter)을 닮았으므로.)

대송이풀 꽃봉오리와 전초의 모습

액목습지 야생화 탐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안내팀의 요청에 따라 가까운 개울로 가서 진흙으로 범벅이 된 장화를 씻었다. 깔끔해진 장화를 들고 개울을 벗어나려는데 일행 몇몇이 개울 옆 수풀 속에서 뭔가를 사진에 담고 있었다. 가까이 다다가 보니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왕별꽃 여러 개체가 멋진 폼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식탐사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파주 어딘가에나 서식한다는 왕별꽃을 이곳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어제와 오늘 새벽에 아침잠 없는 일행 몇 분이 숙소 뒤편에서 왕별꽃을 보셨다 해서 몹시 부러워했었는데... 결국 내게도 왕별꽃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진 거다. 기쁘디 기쁜 마음으로 왕별꽃을 여러 각도로 정성스레 사진에 담았다. 오늘 액목습지 탐사 초반부에 만난 실별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별꽃 종류를 사진에 담을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버스에 다시 몸을 싣고 세 시간 이상 걸리는 숙소로 돌아오는 마음은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모두 참 좋은 시간이었다. 야생화와 함께 한 5일간의 빡빡한 여정은 참으로 보람 있었다. 첫날은 연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야생화 탐사를 시작했지만 백두산 여행 마지막 날인 내일은 오로지 귀국일정만 남아 있다. 오늘 저녁에 우리는 모두 멋진 파티의 시간을 즐길 것이다. 그래야 한다!

(좌) 실별꽃 (우) 왕별꽃

이 글이 백두산 야생화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많이 길어졌다.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또 올 것이다. 아니지, 또 갈 것이다. 노랑만병초 꽃이 흐드러진 날에, 가솔송 방울꽃이 나를 잡아끄는 날에, 하이얀 담자리꽃나무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날에, 큰솔나리가 나를 유혹하는 날에, 온갖 복주머니란이 우리 꽃쟁이들을 손짓해 부르는 그 어느 멋진 봄날에.

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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