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잔하다
잔디밭에서
가시덤불에서
바위 틈에서
계단 틈에서
담장 밑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살아내는
그 억척스러움이 애잔하다
참 강인하다
비바람을 잘 버텨내며 기어코
꽃을 피워내 강인하다 하겠지만
너희들의 진정한 강인함은 어울림이다
그 어울림으로 더 평화롭게 적응하고
그 어울림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종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들은 너희를 멈춰세우려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세계에
너희를 가두고 싶어한다
서로 섞이며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주의 질서인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비바람을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인간들은
제비꽃 너희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