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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Oct 27. 2019

딱 5만원까지의 그저 그런 관계

오랜만에 청첩장을 받고 나는 망설이기 시작했다.

학생이었을 때는, 5만원이 무척 큰돈이었다.

간혹 일찍 결혼하는 친구들이나 선배의 결혼식에 참여할 때면,

없던 용돈을 쪼개 5만원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때는 드문 드문 청첩장이 날아왔다. 돈은 적었을지라도 온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10년이 세 번 지나가니 벌써 서른이 되었다.

10년 동안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알게 된 친구들 

5년간 대학생활을 하며 알게 된 친구 그리고 그냥 아는 사이

5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지인 그리고 마주친 얼굴들



10년이 지나면서 제법 내 곁에 남아있는 친한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한 때 친했던 것 같은데 몇 년이 지난 후 서먹해져 연락하지 않는 사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정말 옆 부서 지인 정도의 얼굴만 아는 사이들.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가 쌓여갈수록 결혼식에 어디까지 참여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결혼식에 참여하는 나만의 기준은,

1. 5만원 : 1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지인

2. 10만원 : 1년에 한 번 이상 만났던 친구

3. 20만원 이상 : 진짜 친한 친구들



보통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20만 원 이상은 정말 친한 친구들에게 주는 거라 상관없지만

가끔 나와 이 사람의 관계가 5만 원 까지였는지 혹은 10만 원까지인지 고민하게 된다.

혹은 결혼식에 참석해도 될 사이인지까지도



근 3년간 청첩장을 많이 받았다.

지난주 받은 메시지 하나. 5년 만이다.

"언니, 잘 지내셨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모바일 청첩장이 날아왔다.

"오 결혼하는구나! 축하해!!"

약 1시간 이후 띄엄띄엄 카톡이 와서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끝났는데

순간 결혼식에 가야 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나중에 내가 결혼을 한다면,

정말 친한 친구들이나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그런 사이에게만 청첩장을 보낼 것 같았다.

어쨌거나 혼자 가기도 뭣해서 5만 원을 부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견고 해지는 관계가 있지만 반대로 어느새 남인 것처럼 이름과 얼굴만 아련하게 남았을 뿐 점점 점점 잊히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 또한 잊히는 얼굴이겠지.

서른이 되면서 누군가와 처음 알아가면서 그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 사이가 되려면,

우선 하나의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꽤나 주기적으로 같이 보내야 한다.

돈과 같은 이익이 목적이 아닌 재미 혹은 일상 공유 같은 얼핏 보기엔 시시해 보이는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그런 사이는 으레 공부를 하는 공간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체육시간에는 뛰놀기도 한 학창 시절에

서로 시간표를 맞춰 공강 타임에 놀러 가던 대학생 시절에

그래서 오래된 사이일수록 그 관계가 더욱 소중해진다.

이제는 다시 만들기 어려운 '친구 사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안부를 묻고 카페에서 일상을 나눈다.

각자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은 그렇게 달력에 하나씩 약속을 채워나간다.

서른이 되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연락하는 법'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바빠서 서로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그 순간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몇 년이 흘러 어색함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청첩장 한 장 보내기 어려운 그런 사이,

받고도 가야 할지 고민하는 애매모호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딱 5만 원까지의 그저 그런 관계

훗날 결혼을 하게 되는 그때가 오면 나도 누군가를 초대할지 말지 고민하는 그런 순간이 오게 되겠지

시간이 계속 흐른다는 게 슬퍼진다. 그 시간의 빠름을 이제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도.

지금보다 10년이 더 흘러가면,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그때가 오면 새로운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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