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주식한다길래 저도 시작해 보았습니다.
내가 주식 투자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워낙 안정 지향적이라 지금까지 만 5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적금만 꼬박꼬박 부어왔다.
적은 이자라도 원금 손실 없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매 월 받은 월급을 부어 넣는다면 내가 목표한 날에는 얼마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 있었다.
계획형인 나는 충동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내 투자 성향에는 '적금'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8월에서야,
뜻하지 않게, 주식에 발을 들였다.
주식을 왜 시작했냐고 물으신다면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의 삶이 너무 단조로워서 변화가 필요했다.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뉴스에서 동학 개미 운동을 떠들어대고 주변에서는 얼마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자
"그럼 나도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타입인 나는 그 즉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사실 예전부터 주식이 궁금하기도 했고
언젠가 할 거라면 장이 좋다는 바로 지금
코스피가 올라간 시점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3월 중순 이후 코스피가 확 떨어졌을 때, 바이오 및 진단키트 주식이 올랐고
그때 사둔 사람들은 몇 개월 만에 2~3배는 벌었다고 한다.
사실 벌었다는 이야기만 들려오니까,
한 번쯤 나도 투자를 해서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들고 있던 적금도 만기가 되어 2020년 8월 3일 처음 주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오늘 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삶의 변화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처음이라 다양한 회사를 매수하면서 감을 익히고자
단타로 이곳저곳을 매수, 매도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초보가 단타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평가된 기업을 투자할 수 있을만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보통 우량주에 넣어두는 게 손실을 줄이는 안전한 방법이었다.
주식을 시작한 후 삶의 변화
주식을 시작하자 정말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어 잠도 안 오는 날이 있었다.
돈이 들어가 있어서 그래프가 오르고 내려가는 것에 민감해졌다.
평소에는 잘 안 보던 뉴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10만 원 단위였고,
투자한 돈에서 수익이 나면 수익난 돈만큼만 더 투자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초심자의 행운인지 처음 넣자마자 수익이 났고
욕심이 생긴 나는 그 돈을 백만 원대로 부풀렸다.
백만 원이 넘어가자 처음 샀던 주식 말고 다른 주식이 눈에 들어왔고
거기서 손실을 보자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주식을 샀다.
다른 주식을 사려면 다시 돈이 들어가야만 했으므로,
처음 수익만큼만 더 넣자는 내 계획과는 다르게 몇 백으로 늘어났고
주 단위가 바뀌면서 그 단위는 천으로 올라갔다.
분명 이성으로는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 그럼 손실도 커질 수 있어서 자제해야 돼."를 주구 창창 외쳤건만
내 손은 나도 모르게 매수와 매도를 누르고 있었다.
사실 주식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가짐은, "무조건 나는 벌고 말 거야!"라는 생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주식을 시작할 때 잔뜩 행복 회로를 돌리고서는
얼마 벌 수 있을 것만 생각하고 잃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빨강 불 대신 파랑 불이 켜지면
다시 반등해서 올라갈 거라는 상상을 한다.
그 깊이가 점점 깊어져, 손실이 10퍼센트 이상을 지나가면
팔아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상하게 주식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다시 오르게 되어있다.
특히 초보일수록 그런 경험이 많다.
약 한 달간 주식을 사고팔며 느낀 점은 바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식에서 말하는 타이밍이란
1. 상승한다고 쉽게 매수하지 말 것
보통 1~2%대 상승할 때 거래량이 많을 경우 올라타도 괜찮은데, 이미 10% 이상 상승한 상태에서
올라타는 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올라서 상한가를 칠 가능성도 있다.
항상 살 때는 상승하고 있으니까 이 상태로 더 올라갈 거라는 행복 회로를 돌리지만
내가 사고 나면 어김없이 떨어진다.
10% 상승했길래 샀더니 10% 떨어져서 얻은 교훈. 갑자기 떨어진 게 보여 불안해서 20분 만에 팔아버렸는데
몇 시간 후 다시 올라가 있었다...
2. 거래량이 많고 재료가 확실하다면 좀 더 버텨볼 것
초반이라 수익 3%만 나면 팔아버려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산 2차 전지 주식이 바로 다음 날 올라갔고, 알고 보니 뉴스 기사가 그 날 떠서
거래량이 폭증했다.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서 오르자마자 팔아버렸는데,
3% 수익을 먹긴 했지만 그 날 무려 13% 까지 올라갔다.
그 날 확실한 호재가 있는 걸 확인했다면 거래량 체크 후 좀 더 버티는 게 낫지 않았을까
3. 내가 사야 할 지점은 지지선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보통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팔라고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사야 할 지점은 반등하는 지지선이 깨지지 않았을 때,
보통 평균 단가 이하에서 사는 게 올라갈 확률이 높다.
반대로 내가 팔아야 할 지점은 저항선을 못 뚫고 내려앉을 때.
그때는 하락 추세이므로 얼른 팔아야 한다.
나만의 손절가와 매수가를 정해놓고 시작해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흘러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4.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투자를 한다.
사실 처음엔 10만 원으로 시작했다.
초심자의 행운인지는 몰라도 초반부터 빨간불이었고,
역시 내가 선택하는 주식은 오른다는 이상한 촉이 있었다.
그래서 더 큰 수익을 보고 싶은 마음에 금액을 늘렸다.
100 다음 200, 그리고 300. 500. 700. 1000.
1000만 원 까지 올라가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보통 여유자금으로만 투자를 하라고 하고,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늘릴수록
상승한다면 수익이 커지겠지만 반대로 손해 보는 금액도 커질 것이므로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손해 수준을 잡고 금액을 늘려야 한다.
사실 올해 해외여행을 못 가기 때문에
'여행 대신 주식'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약간 손실이 나도 여유자금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차트만 잘 분석한다고 주식투자를 잘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주식은 멘털 관리를 잘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
주식은 돈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만 올라가도 기분이 업 되고
반대로 마이너스를 치면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그래서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가 잃어도 될 정도의 금액만큼만 넣어야 한다.
너무 욕심내서 무리하게 넣으면 손실이 났을 때 이성을 찾기 어렵다.
5. 전업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자주 보지 말 것
본업이 회사고 주식은 일종의 부업. 투자이기 때문에
초보인 입장에서 단타를 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차트 변동률에 맞게 경험에 따라 살지, 팔지를 바로바로 결정해야 하는데
직장에서 일할 때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며 체크하기가 어렵다.
단타로 수익 낸다는 책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만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게 아니라면 우량주 위주로
욕심이 있다면 정말 소액만 테마주 위주로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6. 매도하기 전까지는 진짜 내 돈이 아니다.
주식 잔고에 들어있는 계좌에는 빨간불과 파랑 불이 섞여있다.
그게 마치 내 진짜 계좌 안의 돈처럼 느껴지지만
하루 안에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실제 주식은 내가 목표한 만큼만 먹고, 매도해서 실현수익으로 바꿔야
진짜 내가 벌은 돈이 되는 것이다.
주식 잔고에 있는 돈을 내 돈이라 착각하지 말 것.
7. 너무 이것저것 사지 말 것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이소처럼 주식을 10개가 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진 투자금액에 맞게 비중을 나눠야 하지만,
워런 버핏이 했던 말처럼 주식을 너무 분산투자한다면
수익은 적금 이자를 웃도는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9월에 다이소식 주식 투자를 해보니 그랬다.
그리고 모든 종목에 신경 쓸 수가 없어서
어떤 종목에서 플러스가 나면 다시 다른 종목에서 마이너스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최대 5개까지 가져가야 내가 선택한 종목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치 올라갈 것이라는 상상만 한다.
내가 그랬다. 떨어질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한다.
하지만 내가 얼마만큼 오를 거야 라는 생각을 한다면
반드시 그만큼 떨어질 거라는 각오를 해야 된다는 것.
우량주는 느리지만 그래도 몇 개월 묵혀두면 서서히 오르는 것 같다.
반대로 롤러코스터 같은 주식은 오르는 것도 급하지만
떨어지는 것도 금방이다. 그 타이밍을 모르고 매수하고 매도해버리면
찰나에 손실이 금방 불어난다.
"그래서 주식을 시작하고 돈을 벌었냐고?"
라고 물어본다면, 분명 열심히 사고팔았는데 본전을 왔다 갔다 한다.
"차라리 처음 샀던 주식을 건들지 않고 가만히 두었더라면 수익이 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 달간 열심히 기업분석 한 셈 치고 앞으로는 신중하게 장기투자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