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메인에 브런치 글이 올라가면 생기는 일들
몇 분 단위로 알람이 울렸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조회수가 1000, 2000, 3000 단위를 넘어가더니
금방 몇 시간 만에 만 단위를 넘어섰다.
만 단위를 넘어서고부터는 천 단위로 울리지 않고 3만, 5만, 7만 단위로 알람이 날아왔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왜 그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는걸까?"
처음엔 브런치 홈에 배너처럼 글이 올라간 줄 알았다.
평소에도 쉬는 시간에 틈틈이 브런치 홈에 걸린 글들을 읽어왔기에
거기서 유입된 조회수라고 생각했는데
유입경로를 보니 '기타'가 95%에 수렴하고 있었다.
"기타? 기타가 뭐지.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거지?"
처음엔 '기타'가 어디서 유입되는 건지 몰랐는데 글 통계로 들어가 찾아보니
모바일 다음으로 들어오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스마트폰 다음 메인으로 들어가 메인에 걸린 메뉴를 샅샅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직장 IN'이라고 되어있는 메뉴에서 내 글을 발견했다.
다음 메인에 걸린 적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캡처를 해봤다.
확실히 메인에 글이 한번 노출되면 유입률이 엄청 높아진다.
온라인 커머스 업종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메인에 배너가 노출되었을 때 구매율과 참여율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도 매 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안에 본인이 담당하는 기획전 혹은 프로모션의
배너 구좌가 하나라도 더 들어가게 하기 위한 눈치 게임이 시작되곤 한다.
이왕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으니,
마케터의 시각으로 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이유와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 생기는 일들을 분석해보려 한다.
사실 메인에 올라갔다가 마냥 좋은 글도 아니고, 안 올라갔다고 나쁜 글도 아니다.
다만 글이 노출되고,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받아 그 글로 인해 구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공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 브런치 글은 왜 다음 메인에 올라갔을까
9년 된 친구를 손절한 이유 (20.09.20 기준)
조회 수 77,880
라이킷 123개
댓글 74개 (답변 포함)
1. 쉽고 간결하게 쓴다.
사실 그 글은 정말 빠르게 써 내려간 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채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들을 울분을 토해내듯이 써 내려갔다.
그날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답답해서 글로 풀어버리고 싶었다.
보통 화나는 일이 있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경우 글을 써 내려가면 자연스레 해결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갔다.
어쩌면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써내려 간 글이기에 더 잘 읽혔던 게 아닐까.
2. 경험에 기반한 일을 글의 소재로 삼는다.
글감의 가장 좋은 소재는 자기 경험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은 공감도 잘 되고 설득력도 높다.
마치 면접을 볼 때 아무리 훌륭해도 '가짜 경험'은 금방 들통나고 할 말이 없어지는 것처럼
실제 일어난 일을 쓰면 하고 싶은 말들이 술술 나온다.
그 글은 카톡으로 일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제 카톡 내용을 사진으로 올리는 건
브런치 플랫폼상 맞지 않을뿐더러(그런 건 네이트 판에 맞는 글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이름을 지운다고 하더라도 캡처해서 올리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생각해서
우리가 나눴던 그때 그 대화 내용 중 그 날 실제 일어난 사건만 그대로 올렸다.
그 글이 '대화체' 였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 글은 사람들이 쉽게 부딪히는 문제인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불편하지만 마주쳐야 하는 일들. 인간관계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기대를 해서 오히려 실망하는 일도 곧잘 일어난다.
특히 사회에 나오며, 이제는 약속을 잡아야만 만날 수 있는 '친구사이'가
어떤 사건으로, 그게 결혼이든 혹은 우연한 계기로든 멀어져 본 계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람이 쉽게 공감해주었던 것 같다.
3. 제목을 고심해서 짓는다.
제목이 한 편의 글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엄청나다.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보기 전 처음 보이는 이미지 한 컷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린 그 글의 제목과 영상 이미지 한 컷을 보고, 그 영상을 볼지 안 볼지 결정한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제목이 중요하다.
한 때 블로그 유저였던 내가 고민했던 점도 '키워드'로 노출하게 쓰는 제목을 뽑을지
이웃인 독자가 눌러보고 싶은 제목을 만들지 고민이었다.
키워드를 넣는다면 잘 노출되는 단어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상위 랭킹이 될지는 몰라도 재미없는 딱딱한 제목이 만들어지고는 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글들 중 글을 읽으려면 제목 한 줄을 읽었을 때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9년 된 친구와 손절한 이유'라고 적었는데,
여기서 내가 정한 키워드는 9년과 친구와 손절이다.
9년이라고 쓴 이유는 보통 숫자가 나오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궁금증을 일으킨다.
친구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이유는 이 글의 전체 토픽이 친구와 벌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에 넣었고
손절 키워드는 사실 내가 최근 주식을 하게 되면서
지금 이 상황이 '손절'이란 단어와 절묘하게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다.
주식에서 손절은 쉽게 못 하지만 그만큼의 '돈 날림'을 감당하고서라도
마음이 아프지만 버려야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지내온 친구와 손절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이 글에 공감하고 댓글을 많이 달아 주었다.
그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댓글로 인해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키워드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처럼 "왜~ 하는가?" 혹은 "~하는 이유" 혹은 "~하게 된 계기" 등이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소재와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은 검색으로 이어지기에 조회수가 높아진다.
그렇다고 제목에 어그로를 끌라는 말은 아니고, 적당히 내용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제목에 넣은 키워드가 본문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며,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내가 이렇게 지었을 때 무엇을 클릭할지 한 개의 게시글당
여러 개의 제목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 제목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제목이 아니라,
제목만 읽어도 내용에 뭐가 쓰여있을지 추측이 될만한 간결한 문장이어야 한다.
다음 메인에 브런치 글이 올라가면 생기는 일들
1. 조회수와 라이킷이 늘어난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회수와 라이킷이 늘어난다.
어느새 이 글은 내가 쓴 브런치 글 중 가장 많은 조회수와 댓글을 받은 글이 되었다.
다음 메인과 브런치 홈에 노출된 약 3일에 걸쳐 조회수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그 이후로는 다시 조회수가 떨어지긴 했는데, 여전히 다른 글보다는 높은 조회수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 퇴사의법칙 7계명 이란 글이 오랜 시간 넘버 원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계기로 TOP 2 글이 되었다.
이 글은 브런치를 16년도에 시작해서 처음 남겼지만, 근 3년간 브런치를 잊고 살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유입이 되었는지 확인할수가 없다.
2. 브런치 구독자가 늘어난다.
다음 메인에 글이 올라간 후, 브런치 구독자가 30명은 넘게 늘었다!
어디서 본 글이었는데, 블로그의 이웃과 다르게 브런치라는 플랫폼 특성상
구독자를 늘리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글을 보았다.
마치 블로그 이웃 1000명이 브런치 100명과 같다고나 할까.
그만큼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하다.
'구독'이라는 말 자체에서 보듯이, 내가 평소 보는 글의 취향이 같아야 구독까지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알기에, 최대한 공감이 되는 글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쓴 직후에도 브런치 구독자가 많이 늘었다.
아마 '결혼식 축의금'에 얼마를 낼지 다들 한번은 고민해본 경험이 있어서 유입이 많이 되고
구독자가 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3. 댓글이 많아진다.
조회수와 좋아요의 상관관계는 얼추 맞지만
조회수와 댓글의 상관관계는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조회수가 많아도 댓글이 적은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그래서 댓글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이 글은 본의 아니게 댓글이 많아진 만큼 불편한 댓글도 더러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같진 않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제 3자가 본 글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사람인지라 날카로운 댓글에는 괜히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공감한다는 댓글이 대다수여서 반대로 댓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던 하루였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하나의 소재를 생각해내고 브런치에 글로 풀어내기까지
출퇴근길에 계속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며 어떻게 쓸지 구상을 한다.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순간은 금방 일지 몰라도, 무슨 이야기를 풀어낼지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관찰해야만 막힘없이 글이 써진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약 22편의 글을 남겼는데, 내가 힘들게 쓴 글은 잘 읽히지 않았고 쉽게 쓴 글은 유입도 잘 되고 라이킷도 많이 받았다.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도 부단히 연습 중이지만, 최대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 글에 '공감'을 일으키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하나의 글을 읽고 다른 글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진심이 담긴 글을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