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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Apr 10. 2016

퇴사의 법칙 7계명

퇴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와 깨달음의 기록

퇴사를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던건 아마 3달 전이었을거다.

아니, 그것보다 더 일찍 퇴사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3,6,9 고비가 올 때마다 ‘퇴사’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끄적거렸고

그 땐, 그저 결심하기 어려운 단어에 불과했다. 일단 뭐가 되든지 1년은 버텨보기로 했으니까. 

힘들어도 참고, 또 참고.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1년차가 되면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애초부터 정한 유효기간은 단 1년이었고, 그 이상 내가 이곳에서 더 일한다면 ‘이렇다할’ 근거가 있어야했다. 즉, 그 이상부터는 여기서의 커리어까지 생각해야 했으니까. 사실 업종 자체가 싫은건 아니었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성격에 어느 정도는 맞는 편이었다. 단,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온라인 상으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지만, 퇴사를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가 아니다. 정말 퇴사를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무려 5번의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바다를 보며, 계곡을 보며, 산을 보며 정말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수백번은 더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와 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를 곱씹어 생각해보며 저울에 달아보았다. 나를 위해서, 내 미래를 위해서. 현재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만했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 맞는 길인지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나는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화끈하게 사직서를 부장 얼굴에 뿌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건 드라마일 뿐이니까. 내 퇴사 처리는 조용하고도 길게 마치 피아노에서 안단테를 치듯이 흘러갔다. 처음에 말하면 얼굴 붉힐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1년이나 있어서 그런지, 부서 사람들이랑 알게 모르게 나름의 정[?]이 들었나보다. 물론, 그리 친하진 않지만 딱 오피스에서 친해질 수 있을 정도로만. 사실 동기 아니면 나가서 연락은 안 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퇴사를 결정한건 절대 후회하지 않았지만, 그 날 퇴사 결정을 내린건 약간 후회가 남는다. 나는 2015년 8월 18일날 퇴사 여부를 밝혔고, 9월 30일을 끝으로 퇴사처리 되었다. 약 한달 반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들은 3개월보다 더 느릿느릿한 템포로 지나갔다. 왜 내가 일찍 말한걸 후회하냐면... 그렇게 생각한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에피소드도 있다. 9월 초에 말했어야 할걸. 하고 후회했는데, 그랬다면 9월 말에 나가는게 가능했으려나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내가 최대 버틸 수 있는 날짜는 9월 30일까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8월 중순에 말했을땐 당장 2주안에 나가고 싶었다. 나도 9월에 열리는 하반기 원서를 마음놓고 편하게 쓰고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8월말에 끝내는게 더 좋았다. 하지만 한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내 퇴사일은 9월 중순이 아닌 9월 말로 정해졌다. 




 

에피소드 1.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다.


 

사실 나는 9월 중순에 내가 참여하고있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렇게 일을 그만두는게 처음인지라, 끝날 때는 책임감있게 모든 파일을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출장까지 다녀오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난 말하고 난 2틀 후에 그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다. 꽤 깊숙이 그 일에 관여하고 있었고, 실무까지 직접 담당했기에 갑자기 하던 일에서 손을 떼라고 하니 기분이 좀 나빴다. 어쩌면 내 방식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아서 기분이 언짢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 책임감있게 일을 못 처리할것 같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의 처음과 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는 스타일이기에, 내 성격상 중간에서 나가는건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일 때문에, 난 정말 2주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내 성격을 탓했다. 아무리 속으로 이제 내 담당이 아니야라고 소리쳐봐도 끝을 잘 맺지 못했다는 찝찝함 때문에 혼자 괴로워했다.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힘들어하는 내게 한마디 툭 던지셨다. “넌 다른 사람이 스트레스 주는게 아니라 너가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맞는 말이었다. 난 스스로 괴로워했다. 괴로워하고싶지 않았으나 생각은 떠나지 않았고 온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체념하는 법’ 또한 배웠다. 회사에서 가르쳐준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상일은 내 뜻대로 한다고 다 그렇게 돌아가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회사에서는 나의 역할이 누군가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대체 가능할 수 없는 차별화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까지...  

그렇게 기나긴 한 달이 지나갔다. 그 일을 서포트하긴 했지만, 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쩌면 마음속으로나마 나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그 일을 올리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마지막 부탁까지 거절당하자, 그냥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라는거 지금까지 다 했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가겠다는것도 못하고가나.





그래서 그 후로부터는 뒤도 안돌아보고 업무가 마치면 집으로 향했다. 이제 더 이상 야근을 하기가 싫었다. 부서 사람들 전체가 다 남아도 나는 그 일에서 이미 빠졌기 때문에 할 일이 더 이상 없었다. 이전같았다면, 그저 상사들 갈때까지 눈치 야근이라도 했겠지만 마지막 한 달 남고서는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억울하게 퇴사하기가 싫었던거다.





에피소드 2.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그러나 차장님은 예외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차장님 일만큼은 나서서 도와주려했다. 회사생활하는 1년내내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정산하는 법도 직접 알려주실 정도로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하면 이유없이 도와주고싶었다. 그러나 하필 그 때가, 모두들 그 프로젝트로 출장갔던 그 주였다. 다들 부서에 없었고, 차장 2 사원 2 이렇게 넷이 남아있었다. 이 중 실질적으로 일을 할 사람은 차장 1, 사원 1이었다. 그러나 난 근무시간에는 일을 해도 야근을 하면서까지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하반기에 뜬 이력서를 넣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고작 해봐야 저녁에 3시간이 전부였다. 주말에 몰아서 쓰곤 했지만 한 주에 10개가 넘게 데드라인이 다가왔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개쓰기도 버거웠다. 그러나 야근을 하게되면 아예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회를 맞바꿀수가 없었다. 어쩔수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근무시간내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도와드릴수가 없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차장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고, 어차피 대부분 과장 이상급들이 해결해야 하는일이라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셨다.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것 같아 그 일주일은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편했다. 내가 집에서 이력서를 내야하는 것처럼, 사무실에 앉아 그 주까지 내야하는 제안서를 준비하고 계신 차장님의 뒷모습을 보니 괜히 씁쓸해졌다. 그 때, 두 번째로 후회감이 몰려들었다. 
 

에피소드 3. 유효기간은 한 달


 

그래서 난 퇴사 결정을 하고 딱 한달내에 그만두는게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나같은 경우는 한 달반동안 이곳에 있었는데, 사실 한 달 정도가 되자 당장 나가고 싶었다. 더 이상 일을 하기가 싫었던거다. 물론 나는 끝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이미 내 마음은 멀리 달아나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안하던 실수를 번복했다. 파일에 숫자를 잘못 기입하는 등 평소에는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나가고 싶었는데...”

무슨 일을 하던 처음과 끝은 제대로 마무리하고 나가야 한다는 나만의 신조가 있어서 그런지 몇몇 일은 아직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든 일에 완벽할 수 없듯이, 퇴사 또한 그러한것 같다.


     


퇴사의 법칙 7계명


그래서 퇴사의 법칙을 7개로 정리해보려 한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내 경험에 비추어서 “전 이랬어요.” 정도의 경험담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1) 퇴사를 고민한다면, 이 회사를 다녀야하는 이유와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를 A4 용지에 각각 써보아라. 

그리고 그만두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면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기.


2) 10개월쯤 퇴사를 하고 싶다면, 이왕이면 1년은 채우는걸 추천한다.

1년이 오랜 경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짧은 경력은 된다. 그리고 적지만 퇴직금도 나오긴한다. 

정, 그만두어야할 분명한 사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딱 1년은 채우고 그만두는게 낫지않을까싶다.


3) 퇴사에 대한 고민을 회사 사람과 너무 많이 나누지 말것.

확실하게 정해진게 아니라면 굳이 회사 사람들과 그런 고민을 나눌 필요가없다.

만약에 내가 확고한게 아니라면, 퇴사 고민만을 이야기했을지라도 이미 회사내에는 내가 퇴사한다고 소문이 퍼질수도 있다.


4) 더 이상 아쉬울게 남지 않았을 때, 과감히 사표를 던질것. 

퇴사 여부를 밝히는 순간, 이미 결정권은 내 손에서 떠나갔다. 당장 그만둬도 내가 손해볼게 없거나 아쉬울게 없을 때 퇴사를 말해야한다. 나 같은 경우는 그 프로젝트에 대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스스로 “그냥 끝내고 떠나야지!”라고만 생각을 했고, 결국 나는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되었다. 아쉬워도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라 붙잡을 수가 없었다.


5) 학교 선배 혹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할 것

회사내에서 정말 믿을만한 친한 동기라면 모르겠지만, 웬만해선 친구나 학교선배랑 고민을 나누는게 좋을것 같다. 특히 다른 회사에 다니는 선배라면,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같이 나눠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6)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나갈 것 

퇴사를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그 날 일이 끝나는건 아니다. 사람은 시작과 끝이 좋아야한다. 언제 어디서 회사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르는 법. 적어도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남겨두고 떠나야한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퇴사 사유를 밝히고 일주일만에 잠수 탄 사람이 있다. 이렇게하면 그 사람이 뭘 했던간에, 마지막 이미지가 안 좋게 남는다. 

퇴사가 결코 아름다운 단어는 아닐지 몰라도, 끝낼때는 쌍방간의 합의하에 아름답게 끝내야한다.


7) 회사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나가면 더 힘들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잠깐은 좋을지 몰라도, 돈이 떨어지면 조급해진다. 이직을 할 예정이라면, 어떤 분야로 이직할지 계획을 세워두고 하는것이 현명하다. 회사 그만두고 생각해야지, 이렇게 무작정 퇴사하면 공백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추가 팁 : 보통 1년,2년,3년 -등 연차 주기로 많이 끝내는 것 같다.

난 1년 2개월하고 그만두게 됐는데, 말을 할 때는 한 달정도 여유기간을 주어야한다.

직급이 올라가서 거래처가 많으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그건 회사마다 다르니, 한번 확인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 길지 않은 첫 사회생활이었지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점이 참 많았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를 위하여 도움이 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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