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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니 Apr 07. 2016

퇴사를 했다, 돌아온 취준생!

20대 돌취생의 감성에세이

나는 퇴사를 했다.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아니, 백수라는 말은 너무 슬프니까 좀 더 고급지게 백조가 되었다고 하자. 이전부터 상상해온 일이었고, 마침내 실행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행으로 옮기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왜냐면 1년은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던지, 무조건 1년은 버티자는 내 신념하에 나는 이곳에 1년 이상을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1년 2개월 재직한 경력을 가지고있다. 이정도가 경력이라고 말하기 뭣해서, 같은 업종 아니면 굳이 쓰진 않고 경험정도로 스토리를 만들어 신입으로만 넣고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그깟 1년이 나에게는 기나긴 사회생활의 일부였지만, 일평생 일을 해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1년은 역시나 그깟 1년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서류에 남겨질 1년 2개월 재직은 사실 쓰기에도 참 뭣한 경력일 뿐이다. 어쨌거나, 나는 다시 취준생이 되었고 이력서를 쓰고 있다. 작년 봄, 이력서를 많이 내진 않았지만 기회가 닿아서 보게 된 최종 면접으로 그냥 얼떨결에 이곳에 들어왔다. 무언가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았고, 하반기를 막 지원하려던 찰나.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서 일단 일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많이. 마음이 조급했다. 






물론 신입으로 들어갈때야 어리니까 경험으로라도 괜찮지만. 만약에 1년짜리 경력만 계속 반복된다면, 이 사람은 쉽게 회사를 옮길거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잘못하다가는 나이만 들고, 커리어 객사 당할수도 있다. 이 ‘객사’라는 말은 말 그대로 이 업종, 저 업종 기웃기웃 거리다가 여기서도 신입, 저기서도 신입. 맨 처음부터 계속 헤딩하는거다. 사회도 군대랑 마찬가지듯, 계급이 있는것처럼 직급이 있다. 20대 중후반은 인턴-사원을 거쳐, 30대가 넘어갈때쯤 주임-대리를 달아야한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넘어갈즈음 과장직급을 달고,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장, 부장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직종을 바꾸면 만년 사원일수밖에 없다.





초반의 시행착오는 있을수 있지만, 계속 그런식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일찍 자신의 적성을 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30대가 넘어서면, 그게 내 적성이든 아니든 몇 년간 해온 일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그 일을 지속하는 것 같다. 이래서 시작이 중요한가보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느냐에 따라 내 커리어가 그 분야로 쌓여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고, 내가 뛰어나면 연봉 협상을 통해 스카웃까지 받기도 하는게 사회이다. 






   

다들 회사를 고를 때, 무엇을 중점에 두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성’만큼이나 중요한게 ‘보상’이다. 회사는 내가 노동력을 준 댓가로 돈을 받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가 만족할 정도의 보상이 지급되어야만 만족을 하게 되어있다. 애초에, 보상 부분에서 만족이 안되면 언젠가는 그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적성이 맞아도, 보상은 없고 계속 힘들게 일만 하게 된다면 사람은 지치게 되어있다. 지치다보면 결국 회사를 다니는 게 버티는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버티다 버티다, 어느정도의 한계에 이르면 결국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나 안해!” , “그만두겠습니다.” 이 말을 회사원들은 매일 아침 품고 산다는게 거짓이 아니다. 미생에서 나왔듯이 정말로 회사원들은 어느정도 그렇게 산다. 물론, 자기일이 정말 잘 맞아서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회사란 곳은 만만한 데가 아니다. 






요즘 신입들은 1년 하고 그만둔다더라. 하는 얘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고 인내심이 부족하다느니, 그것도 못 참고 나간다느니.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곤 한다. 나도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힘들게 취업한거, 왜 1년하고 그만두는거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일은 100퍼센트 공감할 수 없는 존재다. 공감하는 ‘척’하더라도 결국, 완전히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누군가 너는 왜 퇴사를 결심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싶다.





"퇴사하는 이유는 회사를 다녀야 할 단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만두는거라고."





 

사실 회사를 그만둘 땐, 뭐 하나 때문에 못 참아서 그만두는건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고,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 하나가 결정타가 되어 그만두게 된다. 나같은 경우도 그랬다. 결정적으로,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내 비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계속 꿈을 꿀 수 없었다는거다. 3년 후, 5년 후 내 미래를 그릴 수 없었기에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만둘 때, 드라마에서처럼 멋지게 사표 쓰고 쿨하게 나설줄 알았다.그러나 나는 차장님과 상담 과정을 거쳐 조용히 퇴사 처리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집순이가 되었고, 돌취생(일명 '돌아온 취준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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