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역사는 200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야 너. . . 내 사촌동생 닮았다."
유난히 까만 그를 보고 맨 처음 꺼낸 말이었다.
하유성.
초등학교 5학년 전학 온 첫 날에 난 그와 친구가 되었다. 같이 뮤직비디오를 찍고, 에픽하이에 빠졌으며, 농구를 했고, 많이 싸웠다. 사이가 많이 틀어졌었던 우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쓰레기장에서 서로를 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때리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맞았고, 울었다. 다시 화해하고, 같은 중학교를 가고, 땡볓에 다섯시간동안 농구하고, 할 것도 없는데 만나서 걸었다. 우린 둘 다 삼국지를 다 읽은 놈들이었고, 철학적 논쟁을 벌이길 좋아했다. 그리고 둘 다 어마어마한 또라이였다.
고등학교가 갈리고 그 전보다 자주 못 보았지만 사이는 여전했고, 수능을 친 이후 우리 둘은 중학교 동창 멤버 두 명이 더 포함되어 넷이 되었다. 대학도, 가는 방향도 모두 다른 우리 넷이었지만 목욕탕이나 가자는 이유로 고향도 아닌 곳에서 만나 술을 마셨고, 미래를 고민했다.
우린 각자 입대했다. 유성이는 군대가 아니라 어느날 훌쩍 미국으로 떠나 영주권을 땄다. 모이는 우린 넷이 아니라 셋이 되었지만 절대 한 놈을 지울 생각이 없었다.
나는 대학을 자퇴 후 호주로 떠났고, 못되먹었게도 더이상 볼 것 같지 않은 유성을 우리 사이에서 밀어내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쓰레기같은 짓이었다. 나머지 둘은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했고, 난 내가 얼마나 못되먹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호주에서 돌아와 다시 대학을 다니는 사이, 유성은 명문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다.
"이야 씨바 반갑다!"
그는 날 보자 아주 격하게 안았다.
우리 넷이 다시 모였다. 한 놈은 유성이 오던 말던 지각했다. 무려 5년만에 만났지만 우린 언제나 그랬듯 목욕탕을 갔고, 고기를 먹었고, 맥주를 마셨다. 유성은 한 달 후에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다시 넷이 모이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아니 모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한 장면이 소중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