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sit 165 - 아홉번째

From Bronx to Smalls

by Jony

동물원을 나온 나는 브롱스 거리를 걸었다.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길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들, 거리 가득한 히스패닉과 흑인들, 너저분한 길가와 그래피티들 사이를 지났다. 할렘이 올라가는 임대료와 유입되는 흑인들로 인해 그 색을 잃어가는데 비해 브롱스는 여전히 그만의 독특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난 꽤나 긴장하며 걸었다. 분명 흥미로운 곳이었지만, 인적이 드문 거리에선 강도를 만나진 않을까 싶은 분위기였다. 어느 정도 둘러본 나는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주위 상가들과 노점상들이 정신없이 늘어서 있었다. 배가 고파 무언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푸드트럭을 유심히 바라보자 이탈리안으로 보이는 사장이 말을 걸었다.

"뭐 줄까. 말만 해"

사지 않으면 한 대 맞지나 않을까 생각 들 정도로 험악한 인상의 사나이였다.

"어. . . 음. . 치킨들어간 마카로니요."

난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7불짜리 "치킨 마카로니"라는 것을 일회용 도시락통에 받았는데, 정말이지 쓰레기같은 맛이었다. 마땅히 앉아 먹을 곳이 없어 자전거 거치대에 앉아 꾸역꾸역 넣었다. 맛은 둘째치고 더 큰 문제는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긴장하며 걸어다녀 그런지 오른쪽 발등이 심하게 아팠다. 걸어다니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내 머릿속은 오후 6시에 집에 돌아가는 것은 너무하다고 외쳐댔고, 난 절뚝거리며 맨해튼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다 찼어요. 8시 반까지 다시 오세요."

바(Bar)를 지키는 바운서(나이트클럽이나 바 등에서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가 계단 아래서 말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스몰스(Smalls) 라는 재즈바였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블루노트라는 곳이지만, 재즈 애호가도 아닌 내가 테이블까지 예약하면서 40불이 넘는 돈을 내고 싶진 않았다. 스몰스 역시도 뉴욕에선 유명하며 블루노트에서 가까운데, 입장료는 훨씬 저렴한 20불이었다.

내 아픈 발은 이제 살려달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듯 했다. 더이상 걸으면 발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절뚝거리며 24시간 운영하는 CVS (Drug store. 약국과 편의점을 겸하는 체인) 에 들어가 진통제를 찾았으나 당췌 무슨 약을 사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대 옆 직원을 부르는 벨을 눌렀으나 10여분간 이 한가한 가게에 무슨 할 일이 그렇게나 많은지 올 생각을 안 했다. 마침내 도착한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고, 나는 반 죽을상으로 진통제를 달라고 했다.

"계속 걸을거요? 아니면 차를 탈 거요?"

"계속 걸어야되요."

"그러면. . . 이게 제일 쎄니깐 이거 먹어요."

그는 바쁘지도 않은 가게에 무슨 할 일이 생겼는지 사라져버렸고, 가게로 나온 나는 다시 재즈바로 향했다.


Smalls Jazz Bar


아직 여덟시 반이 되기도 전이지만 사람들은 길게 줄 서 있었다. 내 뒤에 한 백인 남자는 바로 뒤 여자가 맘에 들었는지 작업을 거는 듯 했다.

"여기 처음이라구요? 나는 두어번 와봤어요. 재즈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만 다 헛소리죠. 듣고 있다보면 즐기게 된다니까요."

"음. . . 그렇군요."

차 한 대가 와 주차하더니 한 남성이 나왔고, 줄 서 있던 여자에게 다가와 키스하더니 그녀와 다시 차를 탔다. 작업을 걸던 남자는 무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난 그녀가 다시 줄을 서는 걸 보지 못했다.

여덟시 반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말과는 다르게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고, 한 명 한 명씩 가게로 들어섰다.

재즈 콰르텟은 악기를 조율하며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듯 했다. 상상 이상으로 좁은 가게 안엔 등받이 없는 6인용의 긴 의자가 늘어서 있었다. 가게는 입장료를 제외하고 1인 1주문이 원칙이었고 난 10불짜리 잭 앤 콕(Jack and Coke. 잭 다니엘에 콜라를 섞은 음료) 을 시켰다.

공연을 준비하는 콰르텟

공연이 준비되자, 남자 바텐더가 마이크를 들고 공지했다.

"스몰스에 오신 모든 여러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공연 전에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저희 스몰스에선 공연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꼭 지켜주시고요, 현재 공연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며 공연이 끝난 후엔 나가시거나 다음 공연을 위해 앉아계셔도 됩니다. . ."

바텐더는 공지한 후 공연팀을 소개했고, 사람들이 박수로 맞자 리더로 보이는 색소폰이 싸인을 주었다.

"원, 투, 쓰리, 포 . . "

색소폰, 트럼펫, 더블베이스, 드럼이 동시에 연주되기 시작했다. 재즈 라이브는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데, 각 악사는 각자의 악기로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조화를 이루었다. 솔로를 맞게 된 악기의 한 장이 끝나면 사람들은 박수로 맞이했고, 그 다음 솔로, 다음 솔로, 그리고 합주로 이어졌다. 각 곡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곡이 이어졌는데,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 조용히 어깨를 들썩이거나 박자에 맞춰 무릎을 쳐댔다. 재즈도 꽤나 오래 된 장르라 분명 어떤 종류의 원칙이나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런 걸 다 따지며 감상할 필요는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신났고, 꽤나 맘에 드는 부분을 들었을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말이지 절뚝거리며 찾아올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