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sit 165 - 열세번째

비오는 날의 맨해튼

by Jony

2월 10일 토요일.

할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매우 위험한 동네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금의 할렘은 옛날과는 많이 다른데 유명세를 탄 후 백인 인구가 많이 유입되었고, 가난한 흑인들은 높아지는 임대료를 이기지 못해 브롱스, 퀸즈, 브루클린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커다란 쇼핑센터들도 많다. 물론 밤에 이스트 할렘을 걸어다니는 건 강도당하기 딱 좋은 짓이지만, 대낮에 마틴 루터 킹 대로를 걷는 건 그냥 맨해튼 시내를 걷는 것이다.

할렘에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적당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치킨을 먹는 것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치킨 진열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뭐 드릴까요?"

"아. . . 치킨 먹고 싶은데. 아직 없죠?"

"2분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2분이 채 못 되어 어마어마한 양의 갓 나온 치킨이 진열대로 들어갔다.

"치킨 나옵니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치킨!"

나는 큼직한 네 조각을 받아 들고 유리창가에 앉았다. 치킨은 맛있기 이전에 너무 뜨거웠다.

할렘. 저 멀리 아폴로 극장 간판이 보인다.

웨스트와 이스트를 나누는 말콤 X 대로에서 난 지하철을 타고 노이에 갤러리로 왔다. 오늘 노이에 갤러리는 따로 입장료가 없고 기부금으로 운영중이었는데, 2층의 구스타프 클림트 특별전 외의 전시관은 준비중이었다.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표작 연인(흔히 '키스'로 알려짐)은 오스트리아 미술관에 있기에 볼 수 없었고, 그 대신 아델레 블로흐 바우서의 초상(1907)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에겐 그림속의 수많은 메타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림에 황금과 보석을 수놓은 독창성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도착하니 비오는 날인데도 길게 줄 선 사람들로 가득했다. 계단 아래에선 한 흑인이 스티비 원더의 파트타임 러버를 열창하는 중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내부는 사람들로 미어터질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이 박물관은 기부금으로 입장권을 살 수 있기에 1달러만 지불하더라도 관람할 수 있지만, 학생의 경우 적정금액은 18불 이상이다. 아예 키오스크에선 금액을 책정해 팔고 있었다. 나는 이게 굉장히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 가난한 예술가와 뉴욕 시민들을 위한 배려일수도 있겠지만, 팁 문화와 마찬가지의 위선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냥 솔직하게 입장료를 책정하고 받으면 안 되는걸까. 별로 보고싶은 생각이 없어진 나는 기념품 판매장을 잠시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난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파크 안엔 이 빗속에도 중국인 단체 관람객들이 동상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삼십분간 걸으며 날씨를 탓했는데, 이런 날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있는지 파크 내엔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