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it 165 - 열네번째

성취감

by Jony

2월 셋째주의 어느 날.

"어? 그건 일하는 표정이 아닌데?"

시스템팀 신부장님이 지나가다 오피스에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부장님 살려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뭐하고 있는데."

"아마존에 있는 고객 정보를 모아서 감사편지를 보내야 되는데, 그걸 일일이 복사 붙여넣기하고있어요."

"뭐야. 이걸 왜 이렇게 해."

"크롤링(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긁어오는 일)이 안되던데요."

"이거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을걸? 지금 작업하는 내용 내 이메일로 보내줘요."

그리고 잠시 후 신부장님이 찾으신다는 얘길 듣고 1층으로 내려가니, 코드를 짜서 오라클(DB 관리 프로그램)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계셨다. 오 분도 채 안 되어 수천개의 고객 정보들이 뽑아졌다.

"앞으로 이런 단순작업 있으면 먼저 시스템팀에 문의해요. 회사가 이런 일들을 줄여나가야돼. 시스템팀이 하는 일도 이런 단순작업을 없애는 거고."

"고맙습니다."

나는 받아온 정보를 가지고 고민했다. 사실 이걸 그대로 제출해서는 안 되는데, 중복값을 제거한다거나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주문한 제품 등은 제외해야했기 때문이다. 무려 3천개가 넘는 고객 명단을 보고 난 한참 고민했다. 왠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엑셀 정렬 기능을 이용해 중복값을 제거하고, 다시 국가별로 정렬해 미국이 아닌 국가의 고객데이터를 지웠다. 반품처리된 명단은 파일에 없기에 아마존 시스템상에서 가져왔고, 다시 그걸 엑셀파일에 붙여놓아서 중복값 제거를 시행했다.

"자룡씨 점심 안먹어요?"

사수 H가 물었다.

"이것만 마치고 내려갈게요."

이제 남은 일은 다시 날짜별로 정렬하는 것이다. 열두시 칠분 쯤 나는 총 2천 7백개의 고객명단을 뽑을 수 있었다. 어제 하루종일 작업해서 600개 뽑아낸 게 전부였는데 그걸 두시간만에 한 것이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식사중인 H에게 보고했다.

"H님, 그 감사편지건 말인데요."

"자룡씨. 지금 식사중. 나중에 말해요."

"아니 그거 다 끝냈다구요."

"몇 개를?"

"2천 7백개요."

H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이 들 때가 있다. 일은 물론 재밌으라고 하는 게 아니지만, 그 성취감에서 나온 재미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며, 뭔가를 해냈을 때 짜릿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사실 회사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신나는 일이였다.

내 자리에서.

"오늘 일 어땠어요?"

리치가 나에게 한국어로 물었다. 나의 출퇴근 라이드(차 태워주는 일)는 오과장에서 리치로 바뀌었다. 차는 신호등에 정차했다.

"정말 굉장한 일이 있었지요."

"아 진짜요? 무슨일이었는데요?"

리치는 어려운 한국어 단어를 잘 모른다. 이럴 땐 영어로 설명하는 게 편하다.

"Um. You know the thank you card stuff. I think you also did. Anyway, we already had the customer's data in our database. So Mr.Shin, you know the manager of the sistem team, he gave me the excel data. But the data needed organizing. Some customers ordered at UK, Aus, etc... So first thing to do was deleting all the unnessesary data. I used sorting, and duplicant function. Therefore, I could get about 3,000 customers datas."

"우와. 영어 꽤 잘하시네요."

"그래요? 오과장님이 아셔야되는데."

나는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