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sit 165 - 열다섯번째

에릭

by Jony

2월 23일 금요일.

에어비앤비인 우리 집에 새로운 손님이 입실했다. 내가 스카페이스의 헬기씬을 보고 있을 때 쯤이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자가 계단으로 올라왔다. 나는 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안녕. 새로 온 친구구나. 난 조니."

"에릭이야."

그는 중국계 캐나다인인데, 미국은 여행차 왔고 약 20일 정도 머문다고 했다. 그의 안경은 정말이지 안 어울리는데다 그의 말하는 어조, 그리고 그의 답이 없는 빨간 체크셔츠를 보았을 때 난 그가 너드(Nerd)인게 분명하다 생각했다.

그가 방 안에 있을 땐 항상 중국어로 통화를 하거나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끔 그는 맨해튼으로 나가 밤늦게 돌아오곤 했다.

"에릭. 나 슈퍼마켓 갈건데 너도 갈래?"

"슈퍼마켓? 무엇을 사려고 하니?"

사실 아무도 "무엇을 사려고 하니?"라고 말하진 않지만 그의 말투를 묘사하는데 이 문장만큼이나 정확한 표현은 찾기 힘들다.

"그냥 주말간 먹을것좀 살까 해서. 요리 좀 해보려는데 내가 주말동안 만들어서 주면 니가 돈 보태줄 수도 있고."

"음. 그러니? 나도 나의 재료가 있긴 해. 어제는 스파게티와 양파 정도를 샀어."

"어. 음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긴 한데. 아무튼 니가 산 것좀 보여줄 수 있어? 그럼 내가 빌려쓰게. 어짜피 내일 니가 좋든 싫든 너 먹으라고 뭔가 만드는 데 보탤거야."

"무엇을 만드려고 하니?"

"스테이크, 라자냐, 스파게티 알라 알리오 에 올리오."

"스파게티 다음에 뭐라고 했니?"

"음 그러니깐 마늘하고 올리브오일을 이용한 오일스파게티 말하는거야."

"그렇구나. 내가 산 것들을 좀 보여줄게."

그는 마늘, 토마토, 양파, 스파게티, 우유 등을 가지고 있었다. 주방엔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 드라이허브 등이 있어 쓸만했다.

"적당하네. 우유는 라자냐에 쓸 베샤멜에 써도 되겠어."

"하지만 조니. 이건 나의 우유인걸. 너는 너의 우유를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래서 따라갈거야 말꺼야."

정말이지 짜증나는 말투였지만 그냥 넘기며 내가 답하였다.



나는 휴대폰에 사야 할 것 목록을 적어놓고 에릭과 집을 나섰다. 그가 여기 온 이유를 들어보면, 대학 졸업 후 토론토에서 직장을 구할 생각인데 여행차 뉴욕에 왔단다. 난 내가 미국 온 이유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음. 그렇구나. 굉장하네. 너 야동 보니?"

갑자기 그가 물었다.

"아니 씨발(Fuck) 그게 갑자기 무슨소리야."

"난 맨날 보거든."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었다. 그래 나도 당연히 보면서 살지만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그걸 자랑이라고 떠들어댈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었다.

난 슈퍼마켓에 도착해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데 반해 에릭은 어딘가에 박혀서 물건을 유심히 보았다. 사려고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보는 듯 했다. 내가 30분을 마트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그도 30분을 세번째 라인에서만 가만히 있었다. 왠지 일행인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슈퍼마켓에서 나온 나는 에릭에게 제안했다.

"자. 이렇게 하자. 내일 내가 해준 음식이 맛있다면 넌 나한테 적당하다 생각 드는 만큼의 돈을 줘. 근데 만약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청구해."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구나."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지.

"너 여자친구는 있어?"

내가 물었다.

"난 한 명의 여자친구와 다섯 명의 남자친구가 있었어."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싶어서 묻는건데 농담으로 한 말이야 아니면. . ."

"맞아. 난 게이야."

난 호모포비아는 아니었지만 게이가 내 옆방에 산다는 것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무슨 생각하니 조니?"

"아니 그냥 오늘부터 문 잠구고 자려고."

"걱정하지마. 난 너한테 끌리지 않는단다."

"허허. 그래. 고맙네. 오늘은 맨해튼 어딜 갔다왔는데?"

"난 오늘 섹스박물관에 갔다왔어."

난 이 중국인 머릿속엔 섹스밖에 없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니. 마지막 섹스는 언제였어?"

이젠 아예 한 대 치고싶었다.

"제발 부탁인데, 그런 사적인 것 좀 묻지 말아줄래?"

"아. 알겠어. 그럼 넌 몇 명의 연인이 있었니?"

"그것도 사적인데. . . 그래. 뭐 이건 좀 덜 하긴 하네. 저번 여름이 열번째."

"조니. 거짓말하며 살면 안 돼."

"아오 씨발 작작좀 해라."

난 아예 길가에서 짜증이 나 소리쳤다.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니? 알겠어. 믿도록 할게."

그러면서 그는 실실 쪼갰는데, 난 그를 장바구니로 힘껏 쳐버리고 싶었다.



"조니."

마트에 갔다오고 물품을 정리한 후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그가 불렀다.

"왜."

"그냥 뭐하나 싶어서. 야동보니?"

"제발 꺼져라 좀."

나는 문을 잠궜다.

매거진의 이전글<미국인턴> NJ Tranit 165 - 열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