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sit 165 - 열일곱번째

달려

by Jony

2월 25일 일요일.

"야 이거 진짜 맛있는데?"

"그러니깐 어제 여친 데리고 오지그랬냐. 전자렌지로 돌린 건 갓 식힌 것보다 못하다고."

내 방 안에서 유성은 라자냐 두 조각을 접시째 먹을 기세였다.

"그래서 오늘 어디갈건데."

내가 물었다.

"좋은 데."



회사 근처 타겟 쇼핑몰 옆엔 허드슨 강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유성에 따르면 여기서 밤낚시도 많이 한단다. 일요일 저녁의 산책로는 사람보다 오리가 더 많았는데, 너무 어두워 길바닥에 앉아 있는 오리떼들을 밟을 뻔 했다. 아니, 몸집이 오리보단 커서 거위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벤치에 앉아 있는 커플은 우리가 지나가는 건 아랑곳 않고 키스에 열중이었다. 이 커플은 걷다보니 다른 벤치에 앉아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난 이들의 취미가 "벤치가 나올때마다 일분간 키스하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린 허드슨 강으로 뻗어 있는 부둣가에 섰다. 강 건너 맨해튼의 야경이 보였다.

"마. 성공하자."

내가 그의 어깨를 감싸며 조용히 읆조렸다.

"존나 오그라드네 씨발."

유성은 웃으며 말했다.


우린 강 옆 대형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난 또 일일큐레이터가 되어 식재료에 대한 잡식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깐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무턱대고 등심부터 사지 말란 말이야.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렴하면서도 연습하기 좋은 부위는 부채살(Blade)이지. 이걸 더블스테이크 사이즈로 썰어달라고 하면. . . 뭐지. 누구한테 전화온거야. 여보세요?"

<하유성 바꿔.>

"안 돼. 유성인 내꺼야."

<내꺼야앙!>

"니 여친인데?"

"어, 자기야. 나 지금 자룡이의 요리강좌를 듣고 있어. 얘 완전 신났음."

유성은 아예 스피커폰으로 바꿔놓고 나의 장광설을 중계하기 시작했다.

차로 돌아오고 유성의 집으로 향하는데, 메이가 감기에 걸린 걸 알게 되었다.

"얘 언제부터 이랬는데."

"좀 됐는데?"

"달려."

"뭐?"

"달리라고. 아프대잖아."

<뭐야 오지마. 미쳤어? 아 오지마. 진짜 오게?>

그 스피커폰 생중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자기야 이따 전화할게."

우린 전화기를 끄고 무려 40분이 걸리는 메이네 집으로 달렸다.

"노래 찾아서 틀어줘봐라."

"뭐 틀지. 음. . ."

창 밖으론 밤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난 거북이의 비행기를 틀었다.

"씨바. . . 이건. . . 비행기 타고 가요!"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 가! 겟! 죠!"

우린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목청껏 소리질렀다.



이 바보는 톨게이트를 무려 두 번이나 잘못 탄 끝에 여친 집에 도착했다. 왜 바보냐면, 자기가 졸업한 대학 찾아가는 길에 톨게이트를 두 번이나 잘못 타는 바보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 집 앞 차고 문이 천천히 열리고, 감기에 걸렸다는 메이는 주차장 문이 열리자마자 유성의 품에 안겼다.

"진짜 오냐 히잉히잉"

나는 차 문 앞에서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일요일 자정까지 두 시간, 내일부터 인턴쉽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