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 NJ Transit 165 - 열여덟번째

마지막 주.

by Jony

2월 26일 월요일로 시작되는 한 주.

마지막 주에 고맙게도 몇몇 분들이 식사를 대접해주셨다. 한 달짜리 인턴일 뿐인데 다들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엄대리님은 목사님이기도 해서 그런지 밤 11시까지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댁에서 술 대신 국화차만 1리터 마신 것 같았다. 신부장님 댁엔 나 이외에 많은 직원들이 동참하여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장님 윗집 사는 남자는 송아지만한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와서 함께 어울렸다. 오과장님은 애플비에서 점심을 사주셨는데, 이제까지의 인턴생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많이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회사를 못 나오는 동안 제대로 봐주지도 못했네."

"아뇨. 정말 많이 배웠는걸요 과장님. 제가 이런 시스템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인턴 치고도 다양한 업무를 해봤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정말 그랬다. 난 회사라는 시스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군대, 주방, 마트, 놀이공원, 각종 알바 등등의 집단에 속해 있긴 했었지만 웨어하우스와 오피스가 정식으로 갖춰진 기업에서 일을 해 본 적은 처음인 것이다. 한 달의 짧은 시간동안 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회사, 1층과 2층 사이.

금요일은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마지막치곤 끝이 꽤나 안 좋았는데,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난 언제나 그랬듯 컴퓨터를 켜 출근버튼을 누르고, 리뷰 현황파악을 하고, 배송필요량을 계산해 H에게 보냈다. 안드레에게 스몰라벨을 가져다 주고, 납품 들어온 것 검수하고, 제품을 만들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과장님이 내 준 업무를 진행했다. 나는 이걸 "기말고사"라고 불렀는데, 현재 우리가 출시할 계획인 여드름 세럼의 경쟁사 판매현황을 파악하고,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10개 제품을 분석해서, 차기 제품의 판매전략을 파일로 정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오전과 오후 내내 이것에만 몰두하다시피 했다. 3시쯤 마지막 급여를 현금으로 받았고, 난 잠시 오피스를 떠나 웨어하우스로 향했다. 안드레는 할 게 마땅히 없었는지 이리 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앤디. 음. . . 마지막 인사하러 왔어요. 오늘부로 인턴 끝나서 학교로 돌아가거든요."

"허. . . 아쉽네. 아예 가야되는거야?"

"뭐, 비자도 없고, 엄밀하게 말하면 불법노동이고 하니깐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정식으로 비자 받아서 입사할지도 모르죠."

"내가 H한테 너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맘에 들었어요?"

"물론이지! 너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게으름 안 피우고, 항상 작업장 깨끗이 하고, 그리고 넌 똑똑해서 한 번 말한 건 딱 그대로 한다고. 다른 놈들은 뭐. . .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는데 넌 참 마음에 들었다고."

"그렇게 봐주니깐 고맙네요. 진짜. . . 아무튼 건강 잘 챙겨요. 이젠 나이도 있으시니까."

"그래 나도 언제까지 이 일 할지 모르겠다. 허리가 아파 요새."

60이 훌쩍 넘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할아버지는 허리를 만지면서 미소지었다. 그는 나의 선임이자 동료이며 친구였다. 나는 악수를 청했다.

"그럼, 아디오스, 아미고."

그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이 외 부서별로 인사드렸다. 인사과, 시스템팀을 비롯한 1층 직원들, 주방여사님들, 웨어하우스 직원들 등. 오피스로 다시 올라와 기말고사를 작성한 데까지 제출하고, 컴퓨터를 포맷하고, 자리를 정리한 후 퇴근 3분 전에 난 우버를 불렀다.

"리치. 나 우버 불렀어요. 오늘은 안 바래다줘도 되요."

"어. . . 왜요 같이가지."

"날씨도 이런데 그냥 먼저 갈게요. 과장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H님도 건강하세요."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다."

나는 비바람을 뚫고 비행기 여러대는 들어갈 것 같은 웨어하우스 바깥을 따라 걸었다. 우버는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고, 지리를 잘 몰랐으며, 이 날씨에 난폭운전을 해댔다. 중간에 오과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난 받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받고 싶지 않았다. 모두에게 그러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은가. 괜히, 우울해지고 싶은 날. 그런 날은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맥주 한 병 마신 다음 영화보다 자야 한다.


아무튼, 나의 특별했던,

한 달간의 해외인턴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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