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턴>NJ Transit 165 - 세번째

첫 출근

by Jony

1월 26일 금요일.


첫 출근 날. 밤새 잘 못 잤다. 시차 적응 때문에 순수하게 잠든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고, 그 외의 시간은 억지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내가 한 달간 묵게 될 방.


내 한 달간 숙소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자면, 리지필드 파크 주요 상권에서 걸어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딱히 좋은 집은 아니었다. 그러나 뉴욕의 어마어마한 렌트비를 생각해보면 그 중에서도 가장 싼 편에 속한 집이었다. 집주인은 청소에 영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집안 곳곳은 고장 나 차마 수리공을 못 부른 흔적들로 가득했다. 세면대는 언제부터 였는지 고장이었다.


아무튼 아침은 다가왔고, 나는 욕조 바깥에 무릎을 꿇고 간신히 머리를 감았다. 마당으로 나와 조금 기다리니 오과장님의 미니가 도로 끝에서 달려와 집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차에 탔다.


“잘잤어?”


“예. 한 두시간 잘 잤습니다.”


“시차 때문에 그렇구나.”


카 오디오에선 설교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요일에 교회로 끌려가는 게 아닐까?


오과장님은 십년 전쯤 제대한 직후 미국으로 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서른 넷에 과장에다 예쁜 딸을 두고 있다면 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항상 그런 상상을 했다. 언젠가 어느 회사 입사 4년차쯤 되었을 때, 휴가를 내고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던 호주 광산촌 칼굴리로 찾아가 선글라스를 끼고 나의 옛 직장 동료들을 찾아가는 상상을. 청소를 하는, 어느새 칠십을 바라보는 나의 호주 엄마 앨리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난 말한다. Mama! 그럼 앨리시아는 청소를 하다 말고 날 바라보며 My son! 이라 외치며 나에게 달려오고, 그날 밤 난 다같이 파티를 즐기며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청소했던 스위트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때쯤, 차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웨어하우스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여긴 이자룡씨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현장실습으로 한 달간 있게 되었어요.”


“이자룡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사수 H를 따라 모든 부서를 돌며 인사했다.


우리 회사는 CEO 아래 총 5개의 법인으로 나뉘어져 있다. 모회사인 E soft는 컴퓨터 프로그램 외주 개발로 시작했고, 지금은 회사 전체 시스템 개발 및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 및 각종 it 제품이 주력인 I, 내가 속해 있는 건강관련 제품 제조회사인 D,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P, 비영리법인 G, 이밖에 총무, 회계,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팀, 남미 출신 직원들로 구성된 웨어하우스팀이 있다.


사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는 웨어하우스로 들어가 나의 선임 안드레를 만났다. 푸에르토리코에서 16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어느새 환갑이 넘은 노인인 그는 회사에 꽤나 오래 일했다고 한다. 내가 그의 지시 아래 처음 맡게 된 업무는 케어 박스 제작이다. 케어 박스는 대학교나 군대, 회사 등에 보내는 선물용 과자 꾸러미를 말하는데, 타사의 유명한 제품들 사이에 우리가 직접 개발한 과자를 포함하여 판매한다. 일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노, 노. 이렇게 담아야 보기 좋다고.”


안드레는 과자를 어떻게 예쁘게 담아야 하는지,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주었고, 그렇게 오전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왔다. 점심은 한국인 셰프가 주방에서 제공하는데, 한식이 나오기도, 양식이 나오기도 한다. 식사하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모두 친절하고 잘 대해주었다.


사무실에서.


나의 일과는 하루 70%를 웨어하우스에서 보내며 제품을 생산하고, 30%는 오피스에서 엑셀 및 인트라넷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퇴근은 오후 5시인데, 일반적이라면 거의 모두가 야근 없이 칼퇴근한다.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앞으로 이틀의 주말, 어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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