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rch
매주 일요일은 하우스키핑 부서 휴무다. 한국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가게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데다가 난 차도 없으므로 마땅히 갈 곳도 없다. 가장 가까운 도시 퍼스로 놀러 한 번 가려면 기차로 무려 6시간을 달려야 한다.
그래서 교회에 다니기로 했다. 인구 2만이 조금 넘는 이 곳에도 정말 다양한 교회 분파가 있다. 호주 그리스도교, 침례교, 시티교, 가톨릭, 여호와의 증인, 프리메이슨……. 너무 많은지라 기준을 정해두고 고르기로 했다.
1. 집 근처 가까운 교회일 것.
2. 호주인의 교회일 것. 필리핀 교회 등은 제외.
3. 지나치게 원칙적인 분파는 제외. 여호와의 증인 등.
4. 소규모일 것. 규모가 작을수록 가족적인 분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5. 절대 한인교회는 가지 말 것. 어차피 칼굴리엔 그런 거 없다.
이를 위해 각 교회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사진도 보고 대략적인 분위기도 파악했다. 그렇게 선택한 교회는 집 근처 걸어 10분 거리에 위치한 Oasis AOG Australian Christian Church. 일요일 아침 9시가 되자 준비된 셔츠를 입고 서점에서 산 쉬운 영어 성경과 헌금 1달러를 챙겨 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평범한 1층 건물에 웬만한 창고보다 작은 크기에다 십자가 하나 안 걸려 있어서 간판만 떼놓고 보면 교회인지 공공기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입구로 들어서니 중년 백인 남성 하나가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환영합니다. 난 에디에요.”
“조니.”
내부는 더 소박했다. 백여 석이 될까 말까 한 좌석에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서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송실도 따로 없었는데, 강단 반대편 끝에 마련된 약식 앰프 시스템에 수염이 주렁주렁 달린 남자 하나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예배 시작 전까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9시 30분이 되자, 밴드가 강단 위로 올라갔다. 금발 중년 여성이 스탠드마이크 위에 섰다.
“교회에 온 걸 환영합니다. 다시 보니 반가워요. 모두 일어서서 노래하도록 하겠습니다.”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강단 옆 스크린에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가사가 투영되었다. 모두는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기 시작했다. 팔을 힘껏 흔드는 남자도 있었고, 손을 힘껏 뻗어 열창하는 부인도 있었다. 심지어 양복 입은 남자는 펄쩍 펄쩍 제자리에서 뛰며 찬송가를 불렀다. 복장 역시 가지각색이었는데,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의 남성이 있는가 하면 하와이안 셔츠에 큼직한 벨트를 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찬송가가 끝나자, 놀랍게도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그 사람이 헤드마이크를 낀 채로 강단에 올라갔다. 그가 바로 이 교회의 목사 빌이었다.
“모두 환영합니다. 그럼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교회 뉴스를 볼까요?”
목사가 말하자 스크린에는 보컬을 맡았던 금발 여성이 등장했다. 마치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것처럼 스크린 아래 부분엔 자막이 지나갔다.
“5월 마지막 주 교회 뉴스입니다. 6월 5일 일요일 오후 5시 시립 체육관에서 침례 행사가 있습니다. 참석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교회 봉사팀에게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부터 해외봉사 접수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런 저런 소식 사이 사이엔 신도들의 인터뷰와 각종 참고 영상이 포함되었다. 뉴스가 끝나자 스크린에는 오늘의 설교 주제가 큰 글씨로 투영되며 설교가 시작되었다. 설교는 정말 열정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목사는 강단에 가만히 서 있는 법 없이 이리 저리 움직여가며 강론했다.
“우리는 주님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까? 정말 그럴까요? 가끔 제 자신도 그렇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목사인데도 말이죠! 우린 우리가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지는 않습니까?”
설교가 끝나고 밴드가 올라가 잔잔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기도를 원하는 신도들이 빌에게 다가왔다. 빌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고, 교회 봉사팀이 다가와 신도의 어깨와 등에 손을 얹어 함께 기도했다.
예배가 끝나자 사람들은 마련되어 있는 차와 커피, 과일, 쿠키 등을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설교 잘 들었어요 빌.”
“조니! 어땠어요? 들을 만 하던가요?”
“네.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요. 다과가 마련되어 있으니 마음껏 들어요. 중국에서 왔다고 했나요?”
“아니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 한국! 한국에도 기독교인이 많지요?”
“많죠. 하지만 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여긴 훨씬 더 자유롭네요.”
“그런가요 허허. 한국에서 교회를 다녔었나요?”
“어릴 때 열심히 다니고 대학 가고 나서부터 안 갔어요. 장로교에 다녔죠.”
“그래요? 호주엔 장로교가 없어요. 우린 ACC 라고 하는 분파인데, 믿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빌과 이런저런 얘기 후에 다른 신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조니라고 했죠? 난 프레디입니다. 칼굴리는 어쩐 일로 온 거에요?”
“돈 벌러 왔어요. 한국은 최저임금이 시간당 7달러거든요.”
“뭐라고요? 정말 끔찍하군요!”
그 날 하루 난 여러 사람에게 나 자신을 소개한다고 바빴는데, 종교를 떠나서 이만한 공짜 어학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