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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07. 2018

<호주생활> Go, Jony - 마흔번째

패우릭의 운전교습

나의 차 홀덴 바리나


우린 차를 산 후 교통국으로 가서 명의이전을 하고, 보험사에 방문해 보험을 들었다. 보험은 Cover 라고 하는데, 호주 현지인들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보험을 든다. 

Third-party: 사고가 일어날 경우, 상대 운전자와 상대 차량에 대해 보험금 지불. 나와 내 차는 해당사항 없다. 가격은 Comprehensive 의 1/3 가격 정도로 저렴. 여기서 도난방지보험을 추가하는 옵션을 가장 많이 택한다. 

Comprehensive: Third-party 의 범위를 포함하며, 내 차량까지 배상. Third-party 보다 3배가량 비싸다. 한국에서 아무리 운전을 능숙하게 했더라도, 호주는 교통 법규도 다르고 차선도 다르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진 Comprehensive 로 들고, 이후 Third-party 로 전환을 추천한다. 

나는 Comprehensive 보험을 가입하고 월 $65를 지불하기로 했다. 참고로, 도로에서 차가 고장 날 경우의 픽업 서비스는 따로 가입해야 하는데, 1년 단위이고 도로 위에서 전화로 가입할 경우 영업점 방문가입보다 비싸게 받는다. 가격은 년 $200정도. 물론 모든 종류의 보험 가격은 보험사, 차종,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패우릭은 내 차를 우리 집 앞에 주차해주었다. 
“근데 니 운전 못하잖아. 어찌 탈라고.” 
“가르쳐줄래?” 
“안 그래도 내는 이번 주 내내 쉰다. 내일 오후 편할 때 백팩커로 온나.” 
그렇게 다음 날부터 패우릭에게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평소 성격으로 봐서 아주 무서운 강사가 될까 긴장했는데 아일랜드 아재 패우릭은 생각보다 꽤나 부드러운 남자였다. 
“보래이. 운전 초보자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일단 마음가짐부터가 겸손해야 돼. 니 방금도 보면 안전벨트 팍 잡아땡기제? 그런 마음가짐으로 도로 나가면 대번에 사고 나는 기라. 벨트 당길 때도 살살. 도로 가서도 주행속도 50이라고 50으로 달릴 필요 전혀 없다. 천천히 달리고 뒷차가 크랙션 빵빵 울려도 무시해라 고마.” 
[L]마크를 붙인 내 자동차는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일종의 초보운전 마크인데, 한국처럼 아무 마크나 붙이면 되는 게 아니라 문구점에 파는 규정된 마크를 규정된 곳에 붙여야 하며, 동승자 없이 혼자 주행하면서 붙이고 다닐 경우 벌금이 붙는다.

"자, 여기가 라운드 어바웃(Roundabout)이다. 보면 일반 교차로랑 다르제? 신호등이 없다. 여기서 까딱하면 사고 나는 기라. 일단 저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가고 싶은 곳으로 방향지시등 켜고 속도 줄이면서 오른쪽을 보래이. 차가 온다 싶으면 멈춰야 된다. 무조건 오른쪽에 있는 차가 우선이라. 그라고 그 차가 지나가면 원 안으로 들어간다. 니 왼쪽 도로에서 오는 차는 그냥 무시해라. 지금은 니가 우선이다. 그라고 원 빠져나갈 땐 왼쪽 방향지시등 켜주면서 나간다는 신호를 보내야 된다.” 

설명은 되게 복잡했는데 패우릭의 설명대로 세네번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저기 스톱 표지판이 보이면 차가 오든 안 오든 멈춰야 된다. 꼭 이 근처에 경찰아재들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해놓는기라. 호주는 벌금 때리면 거창하게 크다. 50으로 달려야 되는데 52로 달리다 걸리면 벌금문대이. 그렇지, 멈추고, 좌 우 확인한 다음 직진하고, Give Way 표지판 안 나오면 옆에서 차가 튀어나오든 안 나오든 직진 쫙 해라.” 

이 외에도 패우릭은 언덕길에서 반 클러치를 이용한 출발, 각종 주차규정과 후진 주차법, 스쿨존 규정, 사고 발생 시 해야 할 행동, 엔진룸 및 타이어 관리법, 보조 타이어 사용법, 고속도로에서 야생 캥거루가 튀어나왔을 때 대처법 등 별의별 걸 다 가르쳐줬다. 패우릭은 무려 3일을 나에게 투자해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을 때까지 좋은 강사가 되어 주었다. 

“이제 됐다. 내 도움은 없어도 될 거 같고 혼자 운전 해보면서 익히라.” 

패우릭이 백팩커 앞에서 나에게 말했다. 

“패우릭, 이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하지? 사소하지만 백 달러 정도 챙겨주고 싶은데.” 

“치아라 마. 그건 쟁여놨다가 니 까까 사무라. 다음에 뭔 일 있으면 또 연락하고.” 

그는 멋진 뒷모습을 보이며 백팩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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