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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07. 2018

<호주생활> Go, Jony - 서른아홉번째

중고차 구매기 2

"그러니까, 니가 차를 사러 가는데 시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기제?” 

운전 중인 패우릭이 나에게 물었다. 

“그래. 운전만 해주면 돼.” 

“차는 봐 놨나.” 

“응. 홀덴 바리나 07년형이야. $4,990.” 

“몇 키로 탔노.” 

“5만.” 

“좋네. 근데 믿지는 마라. 딜러 놈들은 킬로수 다 조작하고 차 판다. 니 사고차량인지는 확인해봤나.” 

“사실 내가 면허 따고 나서 실운전 경력이 없어.” 

“그래? 내가 봐주게.” 

“근데 너 염색했냐?” 

“와? 므찌나? 하하.” 

4개월 만에 본 패우릭은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그래도 곧 마흔이 다 되어가는 모습은 감출 수 없었다. 

차는 중고차 매장 앞에 도착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딜러가 마중 나왔다. 

“조니! 반가워요. 아, 친구랑 같이 왔군요. 반갑소. 난 브렛이오.” 

“패우릭이오.” 

딜러가 패우릭에게 악수를 건넸다. 

“패우릭! 어디 출신이오?” 

“아일랜드에서 왔소. 조니가 차를 봐놨다는데 좀 봐도 됩니꺼.” 

“물론요! 저기 있는 파란색 홀덴 바리나에요. 시운전 해볼 거죠? 키 가지고 올게요.” 

딜러는 키를 가지러 갔다. 패우릭은 차로 걸어가 외관을 살펴봤다. 

“나온 지 십 년 된 차치고 외관은 깔끔하네. 잔기스도 별로 안 심하고.” 

“좋지?” 

내가 물었다. 

“짜슥. 아직 안심하면 안 된다. 외관만 보고 차 고르는 인간들이 가장 한심한기라. 속을 봐야지.” 

기다리고 있으니 딜러가 키를 가져왔다. 

“천천히 한 바퀴 쭉 돌고 오세요.” 

패우릭은 키를 받아 운전석에 앉았고 나는 조수석에 승차했다. 우린 매장을 나와 시티 외곽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소음도 크게 없고, 핸들링도 좋네. 브레이크, 클러치, 에어컨 멀쩡하고....... 지금 110km/h 로 달리고 있거든? 딱 핸들을 놔보면 직선으로 쭉 간다. 휠얼라이먼트 상태도 좋다는 기야. 요 쫌 가다보면 주차장 하나 큰 거 있는데 그 가서 엔진룸 한번 보자.” 

패우릭은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워 보닛을 열었다. 

“니 이거 볼 줄 아나?” 

“아니.”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여기 보면 이게 엔진, 이건 브레이크오일, 이건 엔진오일 게이지, 자동차량은 미션오일 게이지도 있는데 이건 수동이니깐 없고, 이건 배터리, 요건 워셔액....... 아무튼 다 필요 없고 이 나사를 보면 사고차량인지 아닌지 안다. 잘 보래이. 색깔이 똑같제? 처음 출시될 때 페인트칠해서 나오는데 색깔이 다르거나 페인트가 벗겨졌으면 엔진룸 한 번 뜯은 기라. 이 차는 큰 사고는 안 난 것 같다. 지금 시동 켜 놨는데 엔진 진동이 우렁차면 안 돼. 보면 조용하제? 떨림도 크게 없다.” 

우리는 방향지시등, 브레이크등도 함께 체크했고,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짜슥. 운전도 못하는 놈이 잘 골랐네.” 

“꽤 괜찮지 않아? 이젠 나한테 맡겨.” 

“왜? 우짤라고?” 

“협상할 거야. 패우릭, 부탁인데 절대 딜러 앞에서 차가 좋니 어쩌니 떠들지 마.” 

“그래. 니가 얼마나 깎는가 보자. 세일가라서 안 깎아줄낀데.......” 

“지금 생각나는 단점 아무거나 말해봐.” 

“음....... 아까 봤을 때 타이어가 쪼끔 마모된 것 같다. 이게 심한 건 아니고, 애매하다.” 

“그거면 됐어.” 

매장으로 돌아와 주차를 마친 우리를 딜러가 맞았다. 

“어때요? 좋아요?” 

“타이어가 마모가 좀 된 것 같은데요.” 

“진짜요? 그럴 리가 없는데.......” 

딜러는 타이어를 한 번 쓱 훑어봤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6개월은 문제없이 탑니다. 딱 보면 누가 봐도 10년 찬 타라고 믿지 못할 만큼 관리가 잘 돼 있다니까요? 패우릭! 차 좋아요?” 

“뭐....... 나쁘진 않아요.” 

난 차를 지그시 바라보고 턱을 괴었다. 딜러는 그런 나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한 번 사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4천 7백 어떻소?” 

딜러는 헛기침을 했다. 

“음....... 조니.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이건 이미 세일해서 파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이면 안 깎아줍니다. 우리도 먹고 살아 야죠.” 

“그래요?” 

나는 무표정으로 딜러 눈을 응시했다. 패우릭은 옆에서 재밌다는 듯 씰룩거렸다. 딜러는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다가 나에게 말했다. 

“좋소. 4천 7백으로 하죠.” 

난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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