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어야 가까워진다

존중 없는 친밀이 남기는 상처에 대하여

by 백서

어떤 관계는 가까워지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가까워지고 싶다는 말이 곧 진심은 아니다.

때로는 그 말 뒤에,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변해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숨어 있기도 하다.


친밀은 존중 위에 세워져야 한다.

존중 없는 친밀은 강요일 뿐이다.

웃음을 원한다면 먼저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하고,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귀 기울이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밀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결국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게 된다.


그런 모순된 친밀은 깨진 그릇과 같다.

겉으로는 붙여낼 수 있을지 몰라도, 금은 선명히 남아 있다.

그 금은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오히려 그 흉터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 다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더 단단히 닫게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가까워지고 싶다면,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요당하지 않는 것처럼,

상대 역시 그의 방식과 기호를 지닐 권리가 있다.

존중 없는 친밀은 결국 파괴를 부르고,

존중 위의 거리는 비록 멀어 보일지라도 오래도록 이어진다.


나는 이제 깨닫는다.

진짜 가까움은 억지로 맞춰진 일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모습이 공존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데 있다는 것을.

그 허락이 없다면, 어떤 친밀도 결국 모순으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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