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달려온 상반기였는데 오랜만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휴일을 맞았다. 친구 미숙이와 조용하고 예쁜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원동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커피 푸른창”은 하얀색의 2층 건물에 파란색 창문틀로 인테리어 된 아담한 카페이다. 오늘은 날씨까지 너무 화창해서 파란 하늘아래 커피푸른창의 외관이 더 예쁘게 빛이 났다. 게다가 지난 겨울엔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아있던 감나무가 잎이 풍성하게 자라 입구의 작은 테라스에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커피푸른창 : 양산시 원동면 원동마을1길 11]
2층 카페 내부는 유럽풍의 빈티지 소품들과 여사장님이 손수 만든 자수와 뜨개질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판매도 하신다. 어찌나 솜씨가 좋으신지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이 안닿은데가 없었다.
4면이 전면 푸른창으로 꾸며진 3층 루프탑에서는 숲속에 둘러쌓인 것 같은 아기자기한 원동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지나가는 경부선 기차까지 볼 수 있어 무척 낭만적이다. 더울 것 같았던 루프탑은 의외로 아주 시원했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으로 하얀 커튼과 원형테이블의 레이스 덮개가 바람에 휘날려 내 맘까지 살랑이게 했다.
그녀는 주문한 음료 외 빵조각과 산딸기를 먹어보라며 예쁜 그릇에 담아주셨다. 도심 속 카페에서의 기계적인 말투와 행동, 손해 보면 안되는 이익집단들 속에 적응되어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볼 수 없는 이런 호의에 감사했다. 사장님 내외분이 카페를 하신지 벌써 4년째라 하였다. 부산에서 경찰공무원을 정년퇴임하시고 양산 원동으로 오신 사장님은 뽀글이 펌에다 청바지에 티를 입으셨는데 큰 키에 늘씬하셔서 멋있었다. 경찰공무원보다 카페 사장님이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표정이 편안하고 행복해보여서 인가보다.
이곳은 오전 8시 반에 오픈을 하고 있었다. 보통 카페는 10시~11시가 오픈시각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여쭤봤다. 이곳을 아주 좋아하시는 어느 할아버지 손님이 아침에 밀양에서 기차타고 원동역에 내리시는데, 혹여나 불 꺼진 카페를 보고 실망하고 그냥 가실까봐 일부러 일찍 문을 연다고 하셨다.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고단하고 힘들텐데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또 한번 놀랐다.
경찰을 하면서 인생의 절반을 시민의 지팡이로 살아오셨고, 그러면서 우리들보다 더 많은 사건, 사고들도 많이 접하여 더 이상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힘들수도 있을텐데, 가족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나누고 베푸는 삶이 마치 일상인 것 같다.
노을이 지려고 할 때 쯤 손님이 가득차 미숙이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숲이 우거진 길과 차안에서 들리는 잔잔한 음악은 오늘의 여운을 더욱 짙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