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집에서 하던 중 중요한 자료를 차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더운 날씨로 몸을 움직이기 싫었으나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온갖 세차에 필요한 청소도구와 약품들을 가득 실은 미니 봉고차 한 대가 내 차 옆에 서 있었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차량을 열심히 닦고 계신 아저씨가 보였다. 바로 출장 세차 아저씨였다.
머리에는 램프를 달고 차량을 비춰가며 여기저기 세차 중인 아저씨께 나는 다가갔다. 그는 낮에는 다른 일을 하시고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여기서 세차 일을 하는데, 하루에 20대나 세차한다고 한다. 고객 중 현장 일을 하시는 분들의 쉽게 오염되는 차량을 맡을 때 외에는 특별히 힘들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와 대화하며 잠시 쉬는 중에도 그의 얼굴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땀은 이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내 생에 첫차를 샀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회사 과장님은 차는 뭐니 뭐니해도 타이어 휠이 광이 나야 차가 예뻐 보이고 차주가 멋있어 보이는 법이라고 강조를 하셨다. 그래서 그 뒤로 달리는 도로의 차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역시 타이어와 휠이 깨끗한 차들이 멋지게 보였다. 나는 각종 차량의 내, 외부세차 약품 및 도구와 휠 청소 약품까지 사들여 야심 차게 손수 세차를 했다. 그렇게 딱 한 번 세차를 한 후 그 이후로는 다시는 그 세차도구를 스스로 꺼내 들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휠을 봐도 흐뭇하지가 않았다. 경차였음에도 4시간을 직접 세차를 하고 나니 너무 진이 빠졌고 온몸이 아팠으며 세차도구들은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아저씨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매일 하고 계셨다. 그것도 벌써 4년이나 되셨다고 한다. 나는 집으로 올라오는 사이 숙연해졌다. 투잡까지 뛰면서 많지 않은 서비스요금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고객의 시간을 대신해주며 온 힘을 다해 일을 하시는데, 나는 에어컨 아래 책상에 앉아 편히 일하면서도 늘 이것저것 불만 사항들이 많고, 시간 관리도 제대로 못 해 업무시간 좀 더 집중하지 않아 집으로 일을 싸 들고 온 나를 보니 한심하기까지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전날 겨우 마무리해 놓은 일을 들고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에 갔다. 어제 그분이 세차한 승용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차는 와이퍼가 하늘을 향해 불뚝 솟아있었다. 마치 "나 세차 다 되었어요~~" 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