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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Jun 22. 2022

우리동네 사람들

#08 노화의 신호

다비치안경 양산증산역점.. 시력검사중

 나는 고등학생부터 안경을 쓰게 되었다. 그때부터 수십 년간 안경은 나와 한 몸이 되어버렸다. 불편한 점의 하나가 여행을 다닐 때면 내 눈에 맞는 도수를 넣은 선글라스와 일반 안경을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점인데, 자외선의 농도에 따라 렌즈색이 변하는 변색 렌즈 안경을 착용한 후부터는 따로 선글라스를 챙기지 않아도 되어 너무 편하다.      


 얼마 전 제주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신나게 놀고 숙소로 들어와 세안을 마친 후 안경이 바닥에 있는 줄도 모르고 육중한 내 엉덩이로 안경을 깔아뭉게 버렸다. 자외선이 침투하면 눈건강에 좋지 않아 렌즈에 기스라도 날까 아주 소중히 다뤘었는데 여행지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일어나 보니 안경다리 한쪽이 완전히 휘어져 있었다. 다행이 렌즈는 깨지지 않았지만, 비뚤어진 안경을 쓰고 다니니 초점도 잘 안맞고, 내 몸의 일부가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아 여행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집 앞 다비치안경점(양산 증산역점)으로 갔다. 전국 정액정찰제로 운영되고 있어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듬직하고 인상좋은 안경사가 이른 아침 첫 손님인 나를 반겨주셨다. 2016년도 12월부터 이곳에서 안경점을 오픈하고 쭉 영업 중이시다. 휘어진 내 안경다리를 손쉽게 수리해주신 후 시력이라도 떨어졌나 해서 눈 검사를 해주셨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검사하고 컴퓨터에 남겨진 내 예전 기록을 살펴보니 2년 전과 시력의 변화는 없다고 하셔서 그나마 안도를 했지만, 가까운 것이 점점 더 잘 안 보일 수 있다고 노안을 말씀하신다. 어느새 나는 작은 글씨를 볼 때면 눈이 피로하고 나도 모르게 멀찌감치 떨어뜨려 글자를 보고 있으며, 잠들기전 누워 핸드폰을 볼 때면 안경을 벗고 보는 편이 훨씬 잘 보이게 되었다.


    


항상 봄철이 되면 꽃가루 알러지와 함께 피부트러블이 있어 안경 코받침 부분의 피부가 엉망이 된다. 이런저런 불편함으로 라식 또는 라색 수술을 고민해 보았었지만 수술 자체를 두려워 하는 데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안경을 쓰며 쭉 지내다 보니 이제는 노안이 오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젊을 때는 마치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았다. 노화라는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데, 이제 내 몸의 일부에서 하나씩 그 신호가 오니 어느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려 서글퍼진다.


나는 매일 자기 전 깜깜한 침실에서 핸드폰을 본다. 암흑에서의 밝은 빛은 눈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이런 습관을 버려야겠다.

조금 더 오랫동안 건강한 눈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그리고 싶다.

[그림 그리는 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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