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의무감이 생기면 부담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내가 하고 싶던 거라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결정한 건데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자꾸 미뤄버린다.
중요하지도 않고, 평소엔 잘하지 않는 일들이 괜히 떠오르면서 내가 계획했던 일을 당장 하지 않는 것에 흐린 눈을 해버린다. 그리고 하루가 다 가버린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자기 전에 미룬 것에 대한 죄책감이랄까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면서 그 일에 대한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이 악순환. 전보다는 줄었고 이제 이런 사이클을 벗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제 이 사이클이 또 시작됐다는 걸 알아채고, 흐린 눈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왜 이런 악순환이 시작된 건지 복기해 봤다.
내가 얼마 전 행동의 기준으로 삼았던 ‘불안한가? 초조한가? 마음이 불편한가?’를 그새 또 망각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일상에서는 이 기준을 따르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나에게 맞는 일이라고 결정했던 일이라 이 기준을 접목시킬 생각도 안 했던듯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계획한 일이라도, 자꾸 미루려 하고 머릿속에 떠다니기만 하면서 행동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이 상황을 벗어나면 되는 건데! 지금 안 하면 그만인 건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고 안 하고는 나의 선택인 건데, 지금 이걸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스스로 만들고 불편해하고 있었구나. 내키지 않는다면 흘려보내고 지금 땡기는 걸 하면 되는 되는데 스스로 악순환을 만들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은 벗어나기.
이 기준에서 결정되는 것들에 대한 죄책감 갖지 않기.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기.
그 순간순간 마음 편히 하고 싶은 걸 편안하게 즐기고 몰입하기.
회피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낼 수 있는 결과를 가장 좋은 퀄리티로 출력할 수 있는 나만의, 나의 사용설명서였다.
남들 눈에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어떻게 사냐,
의지박약이나 현실회피 또는 자기 합리화라고 하는 것들-
나 역시 그 다수의 생각과 관념에 따라 1,20대를 스스로 의지박약에 스트레스 개복치고, 유리멘탈에 현실도피를 일삼는 회피형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싫어하고 괴로워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나한테는 나에게 맞는 사용법이 있는 거였다.
그게 다수의 것과 다른 것뿐이었다.
외부 자극이나 비교로부터 오는 동기부여, 승부욕이 부스터가 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편안하고 즐겁고 자유로운 상태, 편안함이 부스터가 되는 사람이었다.
이걸 서른이 훌쩍 지나서 깨달았고, 받아들였다.
받아들인다는 건 다른 사람들 기준에 맞지 않는 내가 틀렸음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나의 쓰임이나 방법을 알아내고 나에게는 이런 방법이 맞는 거구나,를 받아들여 그 방법을 활용할 줄 아는 거였다.
이럴 때마다 항상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외부의 의견과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고, 나다워지는 걸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것.
거대하고 강력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것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나로서 살아감을 느낄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