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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인 Aug 22. 2016

나는 아직 스물다섯이라는 것.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


  '미용'을 그만두었다.

작년에 일을 정리한 나는 2016년 한 해 동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지쳐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쳐있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보다 입시라는 것에 등 떠밀려 원하지 않는 전공을 강행한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원하지 않는 길의 끝에 취업이라는 깃발을 꽂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는 그 무모함이 좋을 리 없었다.

  나는 4년 동안 다녀야 하는 대학을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며 보내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원하는 전공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이 '미용'이었다. 그렇게 미용만 공부하고 업으로 삼던 나는 7년 만에 모든 재료와 자료를 종이 상자 안에 넣어 정리를 하고 말았다.

  아직도 내게 사람들은 물어본다. 그동안의 업이 아깝지 않냐고. 지금의 나는 더 넓은 시야에서 세상을 마주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누군가의 바람이 나의 포기로 인하여 이뤄지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희생하려 한다. 그것이 7년 동안의 내 노력이 허황되는 일이라 하여도.






  큰아버지가 점심식사를 같이 하던 중에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사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물다섯, 스무 살의 중반이 되면 나는 꽤나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아직 무언가를 이루기엔 내가 너무 어린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취향마저 스무 살 풋내기였다. 하고 싶은 일은 해야만 하고, 가끔 주체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틈에서 목표를 잃고 당황하기 일수였다. 한국 나이로 나는 스물다섯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모아둘 줄 알았던 적금 통장은 어느새 꿈을 이루겠다는 명목 하에 파산이 났고, 샵에서 실장급의 실력을 가지고 유연하게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나는 전혀 다른 직종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랑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열렬한 연애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던 나는 혼자 있는 것이 너무도 편해버린 건어물녀가 되어있었다.

  나는 큰아버지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어 책임감 있게 인생을 설계할 나이임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아직 어리고 얕은 물가에서 놀며 따뜻하게 자라도 될 나이에 어른이 되어있는 사람이 있다. 나이 때에 따라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는 기준을 정해놓는 것이 어쩌면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억지로 어른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벌써' 스물다섯이 아니라, '아직' 스물다섯인 나이를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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