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묘한 책방
이 날은 북카페에서 강연이 있던 날이었다.
거리가 먼 탓에 자주 가지 않는 동네여서, 이왕 멀리 가는 것 근처 책방에도 가보자며 생각했다. 그래서 미리 찜해두었던 책방을 가보니, 그 날따라 쉬는 날. 차선책으로 <미묘북>이라는 곳을 찾아냈다. 마침 영업시간도 딱 맞아떨어졌다. 지도 앱을 보면서 골목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사람 한 명 살지 않을 것 같이 컴컴한 어둠만이 있는 골목이었다. 이런 곳에 책방이 있는 것일까. 입간판도, 입구도 찾을 수 없었다.
하도 이상하다 싶어, 앱이 아닌 SNS를 찾아보았다. 아뿔싸. 책방이 이사를 했구나. 강연에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 어중간했지만 오기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길을 건너 큰길을 따라가다가 높은 계단을 마주하였고, 계단은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는 생각으로 빙 둘러 갔는데, 어쨌든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이었다. 하하.
마침내 지도 앱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을 했다. 예쁜 카페가 있었고, 예쁜 카페가 또 있었다. 아니 대체 책방은 어디람. 또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여기는 아니다 싶어, 도로 나왔다. 그러다 가정집 대문으로 보이는 곳 옆에 책방의 도로명 주소가 쓰여있었다. 아, 여기로구나.
이 사진도 밝기를 최대화해서 찍은 것이다. 실제로는 더 어두웠다. 혹시나 가정집일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다.
대문을 열었더니 짜잔, 여기가 책방 <미묘북>이로구나!
또 계단을 올랐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그중엔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분들도 있었고.
책방은 전체적으로 파란빛이 도는 보라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책방 안보다는 바깥 복도(?) 쪽이 더 밝았다.
작은 책방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책들이 방 한 가득 있었다. 그림책이 주로 보이기에 사장님께 이 책방은 그림책 전문 책방인지 여쭤보니 의외로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었다. 그림책뿐만 아니라 소설책, 영화 관련 서적, 고전 도서, 요리책까지. 게다가 외국에서 수입된 예쁜 그림책들도 많았다. 그만큼 탐나는 책이 많았다는 것.
책방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었다. 메인 조명도 빛이 크게 들어오지 않게 해 두었고, 스탠드에서 나오는 빛이 가장 밝았다. 책을 구경할 때 눈을 부릅뜨고 구경을 해야 했지만, 분위기 자체는 참 묘하고 아름다웠다.
자개 장식장이 묘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조명이 강하지 않아서, 자개 장식이 마치 달빛처럼 보인다.
탐나는 책들.
특히 병풍 같기도 하고 아코디언 같기도 한 저 책은 몇 번이나 살까 말까 생각하며 들었다 놨다 구경을 했다.
복도에 있는 빈티지한 컵들도 장식인 줄 알았는데 일부는 판매하는 것이라고.
그 외에도 엽서나 에코백도 판매하고 있었다.
책방의 분위기와도 꽤 잘 어울렸다.
미묘북에서는 세계의 동네 책방을 그린 책을 구입했다. 예산 범위를 초과하는 책이었지만, 이 날은 보너스도 받은 날이었고. 그리고 넙적한 노란 연필을 선물로 받았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면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미묘북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하다가, 대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란 느낌이 들게 그리고 싶었다(만 표현이 잘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펜선을 그렸다. 나름 신경을 써서 그렸는데, 그린 것들 중에 글자가 제일 마음에 든다.
좀 더 짙은 보랏빛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적절한 수분감을 갖추지 못하였다.
- 컨셉 컬러가 있는 것 (보라색)
-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하여, 책으로 알차게 꾸민 것
-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지만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구경하기 좋았음
-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굿즈 판매
- 친절한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