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책방 사장님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가보고 싶었던 책방의 이야기였고 그 책을 산다는 핑계로 그 책방, <주책공사>를 찾았다.
1. 주책공사 (부산시 중구 대청로141번길 15-1 1층)
2. 방문 날짜 : 2020년 6월 26일
3. 운영 시간 : 월-토 11:00-20:00
4. 중앙역 11번 출구로 나와서 쭉 걸어 올라오면 된다. (검색을 미리 안 하고 남포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꽤 걸었다) 부산의 명소인 40계단 옆에 위치하고 있다.
<주책공사> 건물 자체는 소담하고 깔끔하지만, 의외로 주변 경관은 다소 소란스러웠다(SNS에서는 책방 건물만 늘 보아왔던 터라..). '외로이 책방을 지키고 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조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선명한 색감의 우체통이라든지 어린이 의자, 예쁜 외관이 손님으로 하여금 절로 책방을 홍보하고 싶도록 한다. 'SNS각' 이란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리라.
서점의 내부도 좋았다. 얼핏 보았을 때는 그냥 무난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책방을 구경할수록 곳곳에 비치된 독특한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방답게 책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독특했다. 여태 책방을 여러 군데 다녀보았지만 이런 인테리어는 처음. 무심하게 걸어둔 것 같지만 마치 미술작품을 설치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책방과 잘 어울렸다. 인테리어가 지겨워지면 책만 바꾸어 꽂아두어도 될 터이니 실용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작은 책방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방이지만 간단한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이다 보니 점심시간 등 여유시간에 잠시 책방에 들러 책을 읽고 가는 직장인,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마치 와인바에서 와인을 키핑 해두는 것처럼 책을 책방에 키핑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이런 책방이 집이나 직장 근처에 있다면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장님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게 조금씩 책을 사유하면서 마침내 한 권을 완독하고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은 정말로 광채가 날 정도로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장서는 독립 출판물뿐 아니라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도 많았는데, 그 목록이 조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동네책방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책들도 <주책공사>에서는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들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둔 점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
추천 책마다 추천 글귀를 붙여두는 방식은 다른 책방에서도 종종 만났지만, <주책공사>의 추천 글귀는 디자인 등의 요소가 통일되지 않아서 특이해 보였다. 특히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글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사장님의 책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이 작은 책방을 4바퀴나 돌아보았다).
판매용 도서와 샘플 도서를 따로 마련해두는 배려가 마음에 든다.
책방이라는 공간의 기념품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40계단과 책방 전경의 도장으로 꾸밀 수 있는 책갈피 DIY 코너를 마련해둔 것도 귀여웠다. 나도 내심 신나서 책방 전경으로 하나 만들어갔다.
계산대 한편에 마련된 나눔 도서. 책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책으로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방식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원래 목적이었던 사장님의 책은 찾지 못했고, 구입한 책은 바로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알고 보니 사장님의 책은 인기가 좋아서 내가 책방을 찾은 그 당일엔 이미 품절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책과 연이 닿아 마음 한편은 기쁘다. 책을 계산할 때 사장님이 이 책을 극찬해주셔서, '좋은 지름'을 하는 기분이 들어 돈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쳐보니 역시나 잘 구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담아 본 <주책공사>.
내부 인테리어의 어느 부분을 표현해보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책방 한편에서 발견한 독특한 구조의 책장을 그려보았다.
주책공사의 다채로운 매력을 그림에 다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아서 다소 아쉽다.
V <주책공사>의 포인트
- 책을 구입하는 공간뿐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 책을 가지고 다니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 그냥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추천한다는 점
- 누구나 부담 없이 만들어갈 수 있는 주책공사만의 DIY 굿즈가 있다는 점
- 손님이 자발적으로 책방을 홍보하고 싶을 정도로 예쁜 인테리어 요소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 다채로운 장서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