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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ㅎ Feb 18. 2024

06_07. 캄보디아 시설 방문 둘째 날

2015년 12월 15일, 캄보디아 프놈펜

캄보디아 시설 방문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 처음 곳은 툴콕 공립학교였다.

노란빛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 귀여웠지만 낡은 학교. 

운동장에는 그럴싸한 놀이기구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그저 행복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툴콕의 첫 인상은, 그렇게 해맑은 아이들 그 자체. 그저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으며 맨발로 뛰어다녔는데, 운동장 바닥이 그저 부드러운 흙이나 잔디로만 덮힌 것은 아니어서 혹시라도 발이 다칠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나 얼굴에서는 그런 걱정이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해맑고 예쁜 모습들이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밝고 예뻤던 것은 선생님들의 영향이 8할이었을 것이다. 

캄보디아의 복지 시설을 모두 둘러본 것은 아니었지만, 몇 번의 방문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그 시설 담당자들의 높은 열정이었다. 툴콕 공립학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여느 시설과 마찬가지로 학교 자체는 많이 낙후된 상황이었다. 그래도 여러 반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시설 자체는 공간이 넓어서 아이들을 모두 품기에 적절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는 부족한 환경이었는데, 모든 부족함을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채워가고 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학습 도구들을 선생님이 하나하나 일일이 그리고 자르고 붙여서 만들어서 사용하고 또 재활용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조금 불편할지는 몰라도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아이들 또한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부족함 하나 모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해가리라.   



이 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장애인 직업 재활 학교인 반티에이 쁘리업이었고, 이 곳에 와 계신 예수회 신부님이 직접 안내를 해주셨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반티에이 쁘리업을 다시 찾아보았는데, 정부의 명령으로 2019년도에 마지막 졸업식 이후 문을 닫은 듯 했다. 그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어쩐지 조금 아렸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을 반티에이 쁘리업. 이 곳을 철거한 이후 남은 자재와 파편들로 십자가상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반티에이 쁘리업은 캄보디아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지뢰, 폭탄, 총탄 등 전쟁의 흔적이 건물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놀랍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비단 이러한 흔적은 건물에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고, 이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팔을 잃거나 다리를 잃는 등의 후유증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 곳 반티에이 쁘리업은 그런 분들을 위한 직업 재활 학교기도 했다.    

반티에이 쁘리업의 프로그램과 졸업생들의 모습이 담긴 액자들.

보통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면 축하하고 행복해할 일이지만, 반티에이 쁘리업의 학생들은 졸업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잠시나마 장애인들에게 교육과 직업재활의 기회를 주고 삶을 품어주었던 반티에이 쁘리업이 이제는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니. 이곳을 몸을 담았던 학생들과, 또 입학할 기회를 잃어버린 학생들은 이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반티에이 쁘리업의 공간도 상당히 낙후되고 열악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실내 곳곳에 아기자기함이 묻어났다. 

반티에이 쁘리업의 한 공간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있었는데, 책 같은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성당에 다니시는 엄마께 드릴 예쁜 십자가 목걸이와 필통, 캄보디아어로 적힌 책을 한 권 구입했는데, 그저 좋은 마음으로 구입을 했다기 보다는 정말 예뻐서 구입한 것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캄보디아 프놈펜에 간다고 하면, 반티에이 쁘리업을 꼭 얘기해주었었는데, 이제는 이 곳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하다. 


이제 캄보디아의 일정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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