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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9 자가격리에서 해방되다

8월 28일(토)은 자가격리 21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의 호텔 식사는 최악이었습니다. 오전에는 간장범벅 오리고기 샌드위치가 나와서, 먹지 않고 그대로 내어놓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니, 그 대신 라면을 두 개 끓여먹었죠. 덕분에 9개나 샀던 즉석라면을 몽땅 해치우고 자가격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짐을 싸고 격리 이후 해야 할 업무들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는....제가 끔찍하게 싫어하는(이렇게 계속 부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한 이해 바랍니다. 식사 빼고는 라마다 홍콩 그랜드뷰 호텔은 썩 괜찮은 초이스라고 저는 계속 말합니다) 간장 토마토 범벅이 나왔고, 저는 또다시 먹지 않고 내놓았습니다. 배달음식을 시킬까 했지만, 꾹 참고 사놓았던 프링글스와 맥주를 꺼내었습니다. 어쩌면 이 마지막 잔치를 위해서 저녁 식사 따위는 개의치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몇 줄 되지 않는 글에 부정적인 표현이 많이 나와서 편치 않지만, 사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은 온종일 들떠 있었습니다. 맥주는 기껏해야 한 캔 뿐이었지만, 21일 동안 환기를 시키지 못해 탁해진 객실 안에서 취하기에는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프링글스는 맥주에 딱 어울리는 기본 안주이지요. 한 캔으론 사실 부족하지만,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았기에 많이 마시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밤이 아름다워~ 잠이 오질 않아~" 새벽 1시가 넘게까지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잠들었습니다.


새벽 5시가 되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오늘 이동할 거리가 꽤 긴데, 잠을 설쳐 버렸습니다. 그래도 남은 11개월 동안 이렇게 넓은 방에서 지낼 일은 이제 다시없을 것입니다.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 당할 일만 남았지만, 그것도 또한 사는 재미 중 하나이지요. 오후 2시 체크인이므로 일찍 나가 봐야 소용없습니다. 저는 호텔 로비에 짐을 맡겨 두고 노스포인트 역 주변을 산책하려 했습니다. 제 호텔 바로 앞이 바로 트램이 관통하는 전통 시장으로 유명한 "춘영 스트리트 마켓"이거든요. 남들은 일부러 시간 내서 오는 곳인데 저는 호텔 문만 나서면 거기이니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10시가 넘어서도 체크아웃하지 않고 뒹굴거리니까, 로비에서 제가 죽었는지 걱정이 되었는가, 전화를 하더군요. "Are you ready?" 진짜 이렇게 제게 묻더군요. "Of course, I am xxxxing ready!!!"라고 와썹맨처럼 외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교직에 몸 담았는지라 점잖게 응대하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방을 나와 텅 빈 복도를 걸을 때에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로비에서 남은 절차를 마칠 때까지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로비에서는 짐을 맡길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어떤 짐도 로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결국 11시 이전에 체크아웃하고 말았지요. 넓은 유리 현관을 밀고 나가 후텁지근한 홍콩의 낮공기가 허파에 스며들자마자, 아, 내가 홍콩에 와 있구나!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번 홍콩 체류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요? 제가 체크아웃하자마자 폭우가 시작되어, 저는 30분 이상 호텔 문 앞에서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시간이 지루했을까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 있는 트럭들의 바퀴 쪽을 잘 보시면 트램이 지나가는 두 선이 보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끊임없이 2층 트램이 제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제가 오늘은 대부분의 사진을 영상으로 남겼는지라, 뜻밖에 보여드릴 사진이 적네요. 하지만 아주 장관이었습니다. 홍콩의 비란 어차피 소나기임을 알기에, 저는 여유롭게 짝다리를 짚고서 트램을 구경하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저분한 소매치기 할아범이 제 가방에 손을 대는 것도 모르고 있었지요. 다행히 호텔 경비가 손짓을 하며 그를 쫓아냈습니다. 저는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아, 여기는 한국이 아니구나.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어딜 가나 소매치기를 신경 쓰지 않지요. 하지만 홍콩에서는 정신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윽고 비가 잦아들어, 저는 양 손에 30kg이 넘는 여행가방 두 개와 무거운 백팩을 앞쪽으로 메고서는 낑낑대면서 노스포인트 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그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홍콩에는 건물마다 비를 피하는 천막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 아래로 이동하면 됩니다. 노스포인트 역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초행이라 잠시 헤매었습니다. 가방 2개가 정말 팔이 빠질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일단 세븐일레븐에서 옥토퍼스 카드를 사서 100달러를 충전한 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어서 다행이었.... 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애드미럴티 역에서 환승하여 조던 역까지 가는 데에도 진이 다 빠져 버렸지요. 하지만 조던 역에서 제 숙소까지는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여행 가방만 없으면 말이죠... 12시가 조금 넘어 숙소가 있는 빌딩 앞에 도착했지만, 체크인까지는 2시간 가까이 남았습니다. 에어비앤비 메시지를 통해서 호스트에게 조금 일찍 체크인할 수 없느냐고 오전에 문의했는데, 아직 답이 없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채로 오랜만에 무거운 짐을 운반했더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음식점을 검색할 수는 없고, 일단 걷기로 했습니다. 비가 그쳐 하늘이 쨍쨍한 것이 아주 보기 좋았지요. 조던 역에서 몽콕 역 쪽으로 조금 걸어 나갔을 때, 해외여행을 하면 반드시 한 번은 가게 되는 그분, 바로 스타벅스 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나탄 로드에 속한 나탄 호텔 1층에 소재하더군요.(nathan road를 나탄, 네이선, 네이던 중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타벅스에도 샌드위치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서 앉아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스타벅스에는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보시다싶피 계단이 제법 높은데, 직원 분께서 친절하게 문을 열어 주셔서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은 크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저는 무엇을 주문할까 두리번거리다가, 그래도 한국에서 못 먹는 거 먹어보자는 심정으로 이 녀석을 골랐습니다.

Tuna and Cheese Quinoa Multigrain Pocket

요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녀석이고요, 제가 실제로 먹은 애 사진은 이와 같습니다.

제가 너무 지쳐 보였던지, 파트너가 직접 물을 가져다주더군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참치 샌드위치야 맛이 뭐 특별할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곡물이 듬뿍 담긴 번이 좋았습니다. 홍콩 스타벅스의 경우 와이파이를 30분만 쓸 수 있습니다. 홍콩 지하철은 15분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좋은 나라입니다. 잔뜩 밀려 있는 카카오톡을 살펴보고 있는데,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후 1시에 체크인 가능하답니다. 호스트가 싹싹해서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스타벅스에서는 정확히 1시에 일어섰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캐리어 2개를 질질 끌고 출발했습니다. 호텔까지는 100m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힘들었습니다. 로비에서 괴상한 음악을 듣고 있던 경비원 할아버지가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보이며 저를 반겼습니다. 홍콩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러닝 차림 심지어 상의 탈의 차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 방은 건물의 꼭대기인 16층에 있습니다. 느려 터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영원히 도달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호텔 앞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복도식 층계 하나에 "호텔"이 적어도 3개나 있습니다.

이제 <중경삼림> 같은 제 홍콩 라이프가 시작되겠군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서, 다시 제 방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섭니다. 이야, 정말 저는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 당하게 생겼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콤팩트한 방이 저를 반깁니다. 다만 에어컨이 시원하고 방에서는 산뜻한 향이 났습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합격입니다. 개인 화장실 크기를 보니, 어머니께서 저를 장다리로 놓아주지 않으신 것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사람은 아담해야 어디에서든 편히 잘 수 있죠. 일단 캐리어 2개를 침대 에 두고 침대 위에 쓰러집니다. 수면 부족에 더위에 무거운 짐에, 탈진할 만합니다. 호텔 와이파이가 매우 약해서 왔다 갔다 합니다. 이거 어쩌나.. 하고 있을 찰나에 갑자기 누군가가 제 방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조그맣게 비명을 지릅니다. 알고 보니, 제 방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겁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안절부절.... 홍콩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참으로 친절하고 부지런하십니다. 제가 묻는 이것저것 묻는 것에 정성스럽게 답해 주십니다. 제 마지막 질문은 "침사추이"까지 걸어서 가려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였습니다. 역시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틀리게 가르쳐주셨죠. 다행스럽게도 그분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침대 시트를 갈러 자주 들어오실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출근하고 나면 편하게 들어오시겠죠.


자,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코딱지만 한 방안에 있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 홍콩 라이프는 주로 밖에서 이루어지겠지요. 일단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침사추이 해변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주머니 속에 옥토퍼스 카드와 현금, 여권 사본을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호텔을 나섭니다. 조금 쉴까 생각도 했지만, 에라 그냥 일단 나가보자입니다. 제 숙소는 나탄 로드의 대로변에 위치합니다. 호텔에서 나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면 아래로는 침사추이, 위로는 몽콕과 프린스 에드워드 역까지 이릅니다. 정말 편하죠. 침사추이 쪽으로 걸어가는데 거리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예쁩니다. 지나가다 인버터를 사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쳐,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키가 엄청나게 큰 여점원이 저를 반겨줍니다. 저 같은 한국인을 많이 만나보아서인지, 두 번 고민하지도 않고 제가 원하는 인버터($15)를 꺼내 줍니다. 땡큐~걷다가 그 유명한 <돈돈, 돈키>를 발견합니다. 일본 잡화점인 <돈키호테>의 홍콩 버전입니다. 잠시 내려가 봅니다. 우와, 좁은 통로에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물건도 많습니다.  

요런 제품이 $35입니다. 한국 돈으로 6천 원 안쪽인데, 이만하면 홍콩에서는 꽤 먹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돈돈 돈키>에서 가끔씩 식사를 조달해야겠습니다. 계속 걸어 나가니, 몇 년 전 제니 쿠키를 사 먹었던 빌딩을 지나가는군요. 명품 샵들과 마주하고 있는 청킹 맨션의 모습이 참으로 절묘하게 대비됩니다. 침사추이 도로의 끝인 셰라톤 호텔을 지나 길을 건너니, 이제 홍콩 연인들의 장소인 침사추이 해변 산책로가 나옵니다. 오늘은 영상으로만 20분을 넘게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 사진이 거의 없네요.

저 여자분은 유튜버인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해변 산책로를 몇 번씩이나 왕복했습니다. 약 2달 동안 해변 산책로에서 20분 내 거리에서 살 예정이기 때문에(더 길어질 수도 있고요), 여기에서 야외 강의를 촬영할 예정입니다. 다만 바닷바람 소리가 매우 거친데,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 감당이 될까 두렵습니다. 추가 비용을 들일 생각이 없어서.....

멋지게 늘어선 야자수 사이로 무슬림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스타페리 선착장 근처에서는 많은 홍콩인들이 매트를 깔고 누워서 쉬거나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2달 넘게 근처에 살 예정이라, 사진은 원 없이 찍을 것 같습니다. 스타페리 선착장에서는 버스킹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여성 싱어가 부르는 발라드 곡이 매우 좋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발걸음을 옮겨 하버 시티 쇼핑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감성이 달라져서인가요, 더 이상 붐비는 쇼핑몰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발걸음을 옮겨 다시 침사추이 산책로로 향합니다.

침사추이 해변에 있는 맥도널드입니다. 저는 피자헛 골목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앵거스 버거 세트를 먹었습니다. 간장 범벅의 호텔 식사를 하다가 "찐"으로 느끼한 햄버거와 달콤하고 깔끔한 콜라, 제대로 짭조름한 프렌치프라이를 매장에 앉아서 먹으니 살 것 같더군요. 일단 햄버거 세트를 통해 위장을 서양식 기름기로 한 번 닦아내었습니다. 침사추이에 저녁까지 머물고 싶었지만, 21일 동안 방안에만 있다 보니 걸어 다니는데 다리가 아파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호텔로 복귀해서 조금 쉬었습니다. 오후 3시쯤에 햄버거를 먹으면 저녁 식사는 필요 없습니다. 제 방에 냉장고가 없는 관계로, 미니멀리스트 시부처럼 냉장고 없는 미니멀 라이프를 강제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이것저것 사놓지를 않아서 오히려 건강해질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이제 겨우 저녁 7시인데 이대로 자가격리 해방 첫날을 마무리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위쪽으로 향해서 몽콕 역에 소재한 레이디스 마켓으로 이동합니다. 앞서 와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나탄 로드를 따라서 쭉 올라가면 곧 나옵니다. 제 숙소에서 몽콕 역까지는 도보로 20분이 채 안 걸립니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시끌벅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늙었나 봅니다. 예전에는 사람 많은 장소가 그렇게 즐겁더니, 이제는 별로 머물고 싶지가 않네요. 침사추이 해변 쪽이 훨씬 좋습니다. 사실 저녁에 나온 까닭은 몽콕 역 웰컴 마트를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홍콩의 대형 할인마트에는 <웰컴 마트>와 <파크앤샵> 등이 유명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 주변에는 파크앤샵이 훨씬 많고, 규모도 더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파크앤샵>을 좀 더 찾을 듯합니다.

 

제법 큰 수박이 3천 원 조금 넘습니다. 저는 수박 마니아인데, 고맙게도 홍콩은 수박이 쌉니다. 웰컴 마트에는 특이하게도 진로와 참이슬이 750ml가 있었습니다. 와인병과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한국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있겠지요? 하지만 구경해본 적도 마셔본 적도 없네요. 웰컴 마트를 나와 파크앤샵에 들어가니, 아까의 수박을 조각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8이면 1200원 정도의 가격인데요.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아직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나 분리수거 등의 절차를 몰라, 함부로 과일을 사 먹지 않기로 합니다. 그 대신 귀가하는 길에 과도와 쟁반을 샀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홍콩에서 과일만큼은 좀 실컷 먹고 가기로 합니다. 귀가하고 나서 옷을 여러 벌 손빨래하고 샤워했습니다. 정말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도 빨래만큼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저는 숙소에 다행스럽게도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빨래 문제만 해결된다면, 홍콩에서 미니멀 라이프로 사는데 크게 어려울 것 없습니다. 제 침대 이불이 왜 이렇게 두껍나 했더니, 온도 조절이 되지 않는 에어컨 바람이 살을 에는 듯 차가웠습니다. 결국 끄고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또 덥더군요. 복도 쪽 방음이 되지 않아 밤늦게 떠들썩하니 귀가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제 방까지 들려왔습니다.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익숙해지고 나면 이제 다 추억이 될 테니까요. 이렇게 새벽 1시가 넘어, 제 자가격리 해방일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란콰이펑에서 핼로윈 파티를 즐기던 때를 추억하며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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