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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1 홍콩 백신 접종 및 침차이키누들 후기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에 잠이 깨었습니다. 오전 9시 백신 접종 예정이었지만, 경험상 빨리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지요. 오늘 아침 날씨는 매우 화창합니다. 물론 이러다가 갑자기 폭우를 퍼붓는 것이 홍콩 날씨지만 말이지요. 어저께 사전답사를 했기에, 찾아가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도착하니 먼저 문자 메시지부터 보여달라 합니다. 화면 캡처를 보여주면서 약간 긴장했지만, 무탈하게 넘어갔습니다. 매우 신속하게 과정이 진행되었으며, 실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었습니다. 제게 접종을 해준 직원분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았습니다. 아마 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겠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긴장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접종이 1차 시기인지 2차 시기인지, 맞는 접종이 바이오테크(화이자)인지 시노백인지 등등을 제가 직접 답하도록 해서 확인하더군요. 그리고 주사 바늘을 꽂고, 끝났습니다. 접종 후에는 의자에 앉아서 30분을 대기합니다. 왜냐하면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보통 30분 이내에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끝나고 나니 제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열어 보니 마스크 묶음이더군요.

몸 상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내친김에 제 근무지인 홍콩 시티 대학까지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제 숙소에서 걸어서 50분가량 걸리니, 출퇴근 거리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저는 아직 홍콩에서 전화번호를 개통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와이파이를 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지요. 거리 중간중간에 프리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박스가 있고, 또 큰 건물 주변에서 와이파이가 잡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와이파이가 긴급하게 필요하다 싶을 때에는 큰 건물 주변에서 노력해보면 됩니다. 여하튼 저는 땀에 흠뻑 젖어 홍콩시티대학 주변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참으로 가까운 거리인데, 구글맵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물론 결국에는 홍콩시티대학 앞에 당도했지요.

홍콩시티대학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었지만, 저는 다시 걸어서 집까지 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내일 정식 출근 때 루트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며칠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빤한 길인데, 내려오다가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못 들어 또다시 1시간 이상을 헤매고 말았습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워낙 큰 우산을 들고 다녔기에 젖지는 않았습니다.

간신히 귀가해서 샤워하고 숨을 좀 돌리고 나니, 몸이 또 근질근질해졌습니다. 조던 역 근처 맛집을 검색하니, <침차이키 누들> 조던 역점이 있었습니다. 런닝맨 홍콩 편에서 전소민 팀이 방문해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곳이지요. 저는 런닝맨을 보지 않아서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홍콩에서 최소한 1달은 관광객 모드로 살 것이기 때문에, 남들 가 본 곳은 또 가 봐야죠. 물론 저는 <홍콩 미니멀 라이프> 원칙에 따라 살고 있으며, 제 대부분의 여행은 "짠내투어" 형식이 될 것입니다. 저는 "born to be backpacker"이며 그냥 이렇게 여행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미니멀 라이프를 지나치게 추구해서인지, 얼마 전에 아무런 생각 없이 사진을 거의 다 지우고 말았네요. 남아 있는 몇 장의 사진으로 내용을 대신해야겠네요.

침차이키 누들은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보통 센트럴 지점을 많이 가십니다. 저는 조던역 지점이 혹시 전혀 다른 브랜드인가 의심했는데, 동일한 침차이키 누들이 맞습니다. 혹자는 조던역 지점의 맛이 낫다고도 하더군요. 저야 뭐, 맛을 비교해 볼 생각은 없습니다. 6시 전에 가게에 들어가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젊고 덩치가 큰 청년이 와서 주문을 받았는데, 저는 완탕면이 아닌 소고기 국수를 시켰습니다. 의도해서가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예스~예스를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네요. 하지만 집 근처라서 또 올 기회가 있으니,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니까요.

대부분의 홍콩 식당이 그렇듯이, 총알같이 요리가 나왔습니다. 사실 누들 요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요하지는 않겠지요. 결과만 말씀드리면,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뭐, 맛을 과장해서 쓰러질 듯 리액션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국물이 담백했고, 저녁 식사를 거하게 먹고 싶지 않았기에 양도 적당했습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로컬 특유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32로 멋진 경험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직 6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숨 돌리고 주변 거리를 산책했더니, 유명한 <막스 누들>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래 간판에 관심을 두시겠지만, 제 눈은 <막스 누들>을 향하고 있었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래 간판에 <오마카세 토이>라니, 흥미롭지 않습니까? 한국에서는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일임하는 고급 식사 코스를 일컫는 말인데요, 여기에서는 누구에게 맡긴다는 뜻일까요? 사진을 찍었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사진을 후일에 쳐다보면서 글을 쓰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나는군요. <막스 누들> 또한 센트럴 쪽으로 많이 가시는데, 저는 조던역 근처에서 먹을까 합니다. 셩완이나 센트럴은 나중에 방문할까 합니다. 저는 9월은 조던 역 근처, 10월은 침사추이 역 근처에서 살 예정이라, 일단 이 주변을 탈탈 털어야겠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입니다. 홍콩 섬 쪽은 주말에 셀카봉 들고 한 번 진출할 생각입니다.

자그마한 숙소가 아직 낯설게 느껴집니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입었던 옷들 손빨래를 마칩니다. 온도 조절이 되지 않는 강력한 에어컨 바람에 오들오들 떱니다. 빨래를 말리려면 에어컨을 어느 정도 틀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뭐, 조금 지나면 익숙해지겠지요.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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