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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5-1 홍콩우유공사, 츈완역 도삭면 맛집

정확히 1주일 전 일요일, 저는 자가격리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홍콩에 와서 두 번째 맞는 일요일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대학 후배와 함께 홍콩 츈완 역 근처 <성문 저수지공원(城門郊野公園 / Shing Mun Country Park)>에 하이킹 가기로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개인 일정이지요. 우선 어제 새벽 2시가 넘어 잠들었는데 6시가 조금 넘어서 깼습니다. 에어컨 온도가 맞지 않아서인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상했으니, 새벽에 산 세제를 들고 가서 공용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기로 합니다. 그동안은 속옷 등을 매일 손빨래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정장 등은 세탁기에 돌려야 합니다. 제 방은 16층에 있습니다만, 세탁실은 15층에 있습니다. 복도가 꽤 긴 데다가 세탁실까지 가는 과정이 조금 귀찮습니다. 여하튼 이제 홍콩 사람 다 되어서, 숏 팬츠에 나시를 입고 어슬렁어슬렁 빨래를 한 아름 들고 갑니다. 처음 방문하는 세탁실에는 이미 세제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미리 와보았다면 세제를 따로 사지 않았을 텐데... 드럼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버튼을 누르니, 50분이 소요된다고 나옵니다. 15분 퀵 빨래를 선택해야 했을 것을... 어차피 겉옷이 전혀 더럽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것도 경험입니다. 제 방으로 돌아와 샤워한 뒤 조던 역 근처 맛집을 다시 검색해 봅니다. 본디 아침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관광객 모드이니만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아, 제가 며칠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호주 우유 공사 Australia Dairy Company>가 유명한 맛집이었군요?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빨래를 끝내고 건조기까지 돌려서 가져오니, 9시 정도 되었습니다. 7시 반부터 영업이라 하니, 지금 가면 딱 좋겠지요? 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안쪽입니다. 사실 한국에 잘 알려진 맛집들은 뻔해서, 모두 지하철 역 근처입니다. 진짜 맛집을 찾아내려면 현지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사실 잘 모르더군요) 영어로 작성된 웹사이트를 방문해야 합니다. 그것도 아직은 먼 얘기입니다. 급할 것이 없습니다. 

  


<홍콩 우유 공사>(홍콩 낙농 공사라고 번역하는 편이 낫겠지만, 블로거들이 우유 공사라고 하니 그대로 따르겠습니다)는 조던 역 C2 출구를 나와 몇십 미터만 걸으면 바로 나옵니다. 홍콩은 거리가 복잡할 뿐 크지 않아서, 절대적인 거리는 항상 짧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기 딱 좋죠. 그것도 그나마 구글 앱이 나온 뒤로는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구글 앱을 쓰지 못할 따름이지요. 

호주우유공사 앞을 가니, 어이쿠, 줄이 엄청나게 길었습니다. 제가 방심했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지나갔을 때에는 줄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아침 시간에 인기가 더욱 많은가 봅니다. 게다가 일요일 아침이니, 먹으러 오기 딱 좋은 때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줄이 금방 빠지니까요. 

우유 푸딩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판매대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니, 종업원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테이블 합석시킵니다. 전형적인 홍콩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맨 처음에는 시간을 들여서 먹방을 촬영해 고국의 학생들에게 소개할 생각이었는데, 순진했습니다. 뒷줄이 너무 길어, 총알같이 먹고 일어나야 할 태세입니다. 가장 무난하게 브랙퍼스트를 주문하고, 밀크티는 아이스로 바꾸었습니다. $2를 더 지불하면 됩니다. 맨 처음에는 닭고기 육수에 햄과 마카로니를 넣은 수프가 나옵니다. 홍콩 사람들은 이 메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듯합니다. 저는 그저 그랬습니다. 다음으로 스크램블 에그와 버터를 입힌 빵이 나옵니다. 이 친구는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좋아할 듯합니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종업원이 이제 차 마실 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음료를 들고 옵니다. 아이스 홍콩 밀크티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실패가 없죠. 앞으로 이것만 따로 사 먹고 싶을 지경입니다. 직원이 흘리듯이 놓고 지나간 $40이 쓰인 계산서를 들고 가서 결제하고 나옵니다. 2021년 9월 현재, 브랙퍼스트 세트 가격은 $38이며, 음료를 아이스로 바꿀 경우$2가 추가됩니다. 

https://youtu.be/NZu0MumyHL0

아, 홍콩에서는 이가 빠진 접시나 그릇을 일부러 씁니다. 왜냐하면 이가 빠진 식기야말로 이 가게의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호주우유공사의 밀크티 찻잔 또한 이가 빠져 있었습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pub.chosun.com/client/article/viw.asp?cate=c03&nNewsNumb=20141116047


식사를 마치고 침사추이 항구를 잠시 돌고 돌아오니, 아직도 약속 시간까지 많이 남았습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그냥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거기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하이킹하기로 합니다. 조던 역에서 목적지인 츈완 역까지는 지하철로 25분가량 소요됩니다.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다가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매우 낯섭니다. 

셩완 역은 레드 라인 종점입니다. 그러니까 졸다가 내리지 못할 염려는 없습니다. 그래도 벌써 홍콩에 적응했다고, 지하철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여하튼 안전하게 하차해서 B출구로 나갔지요. 한국의 뛰어난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은 홍콩 지하철만 해도 분통이 터질 것입니다. 구글맵이 없는 상태에서 지하철 입구에 쓰인 내용만을 가지고서는 제가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한 끝에 겨우 제가 미니버스를 타야 할 정류장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성문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성문 컨트리 파크>는 츈완 역에서 내려 근처에서 82번 미니버스를 타고 가면 됩니다. 

이렇게 보아선 별로 도움이 되질 않겠군요. B출구에서 나와 쭉 걷다가 왼쪽으로 틀어서 육교를 내려간 뒤 그 상태로 걷다가 오른쪽으로 틀면 바로 나옵니다. 여행을 가고자 하는 분께는 참고가 될 것입니다. 여하튼 약속 시간까지 1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저는 근처 쇼핑몰에 들어가서 와이파이를 잡아 맛집을 검색했습니다. 산시 도삭면(正宗山西刀削麵皇), 그러니까  중국 산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칼로 깎은 면(도삭면=칼면)을 기반으로 한 국수점이 아주 유명하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냉큼 출발합니다. 미니버스 82번 정류장에서 그대로 아래쪽으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틀면 맥도날드 맞은편에 위치합니다. 구글맵을 이용하면 이제 이런 설명조차 필요 없겠지요.

도착하니, 과연 유명한 집이기는 합니다. 줄이 엄청나게 깁니다. 이러다가 약속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귀신같이 줄이 줄어듭니다. 금세 입장합니다. 제 오른편에는 젊은 커플이, 왼쪽에는 꼬마 남자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메뉴판을 봅니다. 

모를 때에는 가장 크게 나온 사진을 고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Beef shin(shank) 즉 쇠고기 사태 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유와 함께 먹습니다. 두유를 아이스로 바꾸면 여기에서도 $2가 추가됩니다. 생각보다 요리가 나오는데 꽤 걸렸습니다. 배달 주문이 꽤나 많이 밀려있는 합니다. 깨끗한 테이블 앞에서 도를 닦으며 기다렸습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에 앞서 차가운 두유가 먼저 제공되었기에, 그 친구를 홀짝홀짝하며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요리가 나왔습니다!! 면이 아주 두껍고 국물에서는 느끼하지 않은 정도의 간장 향이 올라왔습니다. 이 친구는 분명히 성공입니다. 

사태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고, 계란도 한 알을 두 개로 나누어서 제공되었습니다. 고수가 꽤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저는 고수를 좋아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먹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 집은 제가 기꺼이 추천합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느라고 꽤 오랜 시간을 소요했을 정도입니다. 

완벽하게 클리어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줄이 깁니다. 입구 모습은 아래 영상과 같습니다. 맥도날드 맞은편이고 간판 모양이 특이하니, 헷갈릴 염려는 없습니다. 

이 도삭면 맛집은 홍콩에 4개 분점이 있는데, 제가 오늘 방문한 츈완 역 레스토랑이 본점이라고 합니다. 제가 츈완 역 쪽으로 하이킹하러 올 때에는 재방문 의사가 있습니다. 홍콩의 "고독한 미식가"로서, 오늘 좋은 체험 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하이킹은 이제 시작이지만 말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먹방 유튜버인 "쯔양"은 최근에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을 피해서 늦은 시간에 먹방 촬영을 하다 보니, 9시쯤 촬영을 끝내야 해서 다소 불평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히밥 님은 엄청나게 빨리 먹는 푸드파이터 타입이지만, 쯔양은 많이 먹기는 하되 무척이나 천천히 먹지요. 저도 만약 여러분께 제대로 레스토랑 소개를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복장도 좀 단정히 하고 말이죠. 하이킹 후기는 따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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