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10919 홍콩 에일 맥주 눈으로 마시기

변함없이 후텁지근한 일요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먼저 드럼 세탁기에 빨래를 돌립니다. 15분 쾌속 세탁을 설정한 뒤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건조기를 돌립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일요일엔 무엇을 할까. 저는 토요일을 제 공식 휴일로 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페리 요금이 뛰어오르기 때문입니다. 홍콩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제가 불필요한 지출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달력에서 매주가 일요일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이, 저 또한 일요일을 주일의 첫째 날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출근했지요. 할 일이야 언제나 넘쳐나니까요. 어젯밤에 9시가 넘어서 탐자이 삼거 운남쌀국수를 먹었더니, 아침부터 속에서 반응이 옵니다. 일단 베이컨과 버터 바른 토스트, 홍콩 스타일 밀크티로 브런치를 마친 뒤에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립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일요일을 한 주의 시작이라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도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신 뒤 하루를 쉬셨다는데, 어째서 달력에는 일요일부터 한 주가 시작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구글에 검색해보면 역사적 유래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제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부가적 지식은 제 흥미를 자극하지 못합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단순히 유희로 지식을 쌓는단 말입니까. 참고로 유교 철학은 제게 있어 유희가 아닌 실생활의 도구이자 방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왕 아침에 출근했는데 총알같이 교문을 뛰쳐나갈 수는 없고,  홍콩의 펍(pub)들이 해피 아워를 개시하는 시간까지는 꾹 참고 일하기로 합니다. 홍콩에 머무는 11개월 동안, 그래도 이름난 수제 맥주 펍은 다 방문해볼 생각입니다. 다만 홍콩은 가게 술값이 원래 비싼 데다가 보통 서비스 차지가 10% 추가로 붙기 때문에, 한국처럼 기분을 내며 마셨다간 1인 당 4~5만 원은 금세 나옵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답게 해피 아워를 챙겨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제가 홍콩의 술값이 비싸다고 했는데, 이것은 반만 진실입니다. 왜냐하면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맥주들은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몇 년 전에 홍콩에서 30도 미만의 술에는 주세를 부과하기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고량주는 타격이 좀 있겠지만, 맥주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 열린 셈이지요. 하여, 저녁 해피아워 시간에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잠시 술 산책을 나가 보기로 합니다. (일은 언제 하냐....) 


제 근무처인 홍콩시티대학은 <페스티벌 워크>라는 대형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쇼핑몰 아래층에는 <테이스트 taste>라는 매장이 있는데, 신세계 프리미어 슈퍼마켓처럼 고급스럽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웰콤>이나 <파크앤샵>은 좀 더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고, 사실 동일한 물건도 더 싸게 팝니다. 반면에 <테이스트>의 경우에는 앞선 두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제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홍콩 로컬 맥주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자, 그러면 들어가 보시겠습니다. 

오늘 글은 자세한 설명이랄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앞으로 마실 IPA나 PA(Pale Ale)을 점찍어 둔 것에 불과하니까요.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실 수는 없고, IPA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PA를 마셔보겠습니다. 목표가 명확하니 좋습니다그려, 허허허.

먼저 홍콩을 대표하는 마이크로 브류어리인 <영 마스터>의 IPA 맥주입니다. 허허, 그냥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릅니다. 그런데 왜 안 사냐고요? 아무리 그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술을 사들고 캠퍼스를 들락날락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음에는 꼭 가방을 준비하겠습니다. <영 마스터>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양조장 투어도 있다고 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래도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우 안 갔다가는 귀국 후에 꼭 후회를 하게 되더라고요. 별 것도 아닌데 말이죠. <테이스트> 매장에는 총 3 종류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앞으로 저녁 식사 대신 마실까....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designpress2016&logNo=221517522858


이 3종류의 맥주. 동일한 회사에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사기 아닙니까! 그냥 홍콩스러움을 대놓고 광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녀석들은 "돈쭐"을 내주어야 합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특히 빅 웨이브 베이와 드래곤스 백의 경우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홍콩의 트레킹 명소이죠. 빅 웨이브 베이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서핑 비치입니다. 드래곤스 백은 섹오 비치와 연결된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지요. 서양인들이 한국의 지명이 붙은 맥주를 볼 때 이런 기분일까요? 빅 웨이브 비치의 경우 IPA입니다. 반드시 제가 섭렵해야 할 친구입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402434&memberNo=607398


이 IPA 친구부터는 제가 그다지 배경 지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겉모습이 장국영의 <천녀유혼>을 생각나게 합니다. 게다가 아주 대놓고 IPA라고 크게 써놓지 않았습니까? 이 친구는 몸값도 아주 비싸군요. 한 캔에 7000원 정도 합니다. 하지만 위장이 손톱만 한 저에게 저 정도 양이면 한 끼 저녁식사로 충분합니다. IPA 친구만큼은 놓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놓고 악마를 그려놓은 경우를 오히려 좋아합니다. 제게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겠지요? 다만 탠저린 맛을 제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귤색 악마보다는 녹색 악마를 선택하기로 합니다. 


여기는 악마나 귀신 느낌이 나는 IPA가 왜 이렇게 많단 말입니까! 그러지 않아도 어저께, 몇 년 전 핼로윈 축제 때 방문했던 란콰이펑을 훑고 왔는데 말이지요. 두 친구 모두 IPA입니다. 그런데 가격 차이가 꽤나 나는군요. 하지만 사실저는 트로피컬 맛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커먼 친구가 오히려 끌리는군요. 이렇게 병으로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야우YAU 페일에일이 여기 있었군요! 침사추이의 유명 재즈 바인 <네드 켈리>에서 마셨던 친구입니다. 물론 재즈 바 친구는 IPA인데 이 친구는 PA라서 다소 속상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기로 합니다.  


어머, 저는 얼그레이 홍차를 좋아하는데, 이 나쁜 녀석들이 제 취향을 저격해 버렸습니다. 홍차 향의 엠버 에일이란 말입니까! 설사 맛이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고얀 녀석, 돈쭐을 내주겠습니다!


이 친구도 무척이나 끌리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마블 히어로인 헐크를 닮아 녹색입니다. 그린 킹이라 하니, 더욱 헐크가 생각나는군요. 캔이 아닌 병이라서 아쉽지만, 그래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오, 테이스트에서도 자체 IPA를 만드는군요. 전문 양주회사에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서 내놓는 맥주가 평타 이상을 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모양이 "이마트"스럽네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응? 이 친구는 뭐지? IPA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IPA가 아닙니다. 그런데 일본이란 나라는 정말....어찌 저리 디자인을 예쁘게 만든단 말입니까. 적어도 제게는 맛이야 어떻든 저 친구는 꼭 한 병을 사야겠다는 아주 강렬한 욕망이 치솟았습니다. 서양인들의 오랜 감성을 자극하는 우키요에 스타일로 디자인을 만들다니. 보다 보니 전혀 저렴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한 번쯤 친해지고 싶은 친구입니다. 


사진을 찍고 와서 흥취가 채 가시기 전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저녁 5시입니다. 보통 펍은 늦어도 3시에서 4시부터는 해피 아워를 시작합니다. 하루에 두 탕을 뛰지는 않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소화하려다 보니, 도리어 개별 경험 속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현재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딱 한 군데만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하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이 글을 포스팅할 예정인데, 술 사진이 쏟아져서 다소 민망합니다. 그래도 독자 분들께서 이해해주시겠죠. 월요일인 20일은 저도 제법 바쁠 것 같습니다. 기분 좋게 딱 한 잔만 하고 일찌감치 잠들고자 합니다. 모두에게 평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ll-is-well)

https://www.youtube.com/watch?v=wekt7kNeK5c

매거진의 이전글 210909 홍콩 차찬텡의 성지, 미도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