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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2 홍콩 센트럴 산책

10월 1일, 란타우 섬 선셋 비치 트래킹을 마치고 센터에 출근했다가 느지막이 게스트하우스에 귀가합니다. 멕시코 요리를 만들어먹던 라틴계 2명이서 Hello~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본디 나쁜 학생들이 아닙니다. 다만 배낭여행자로서 낮밤이 바뀐 라이프스타일을 충실히 고수하고 있을 뿐. 방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2층 침대의 위층에서는 일본 청년이 웃통을 벗은 채 아이패드를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녀 혼숙인데, 윗도리는 좀 입고 있지... 맞습니다. 저는 꼰대 아재입니다. 30대 후반 직장인 중국인은 두꺼운 안경을 잔뜩 밀어 올린 채 "휴대용 세탁기"를 들고 끙차끙차 공동욕실로 향합니다. 저는 솔직히 휴대용 세탁기를 처음 보았습니다. 배가 남산만큼 불룩한 50대 중국인 아저씨는 무척이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지녔는데, 공동 객실임에도 불구하고 잘 때 항상 중국 가요를 틀어놓습니다. 두 중국인 남성은 저와 마찬가지로 직장인입니다. 홍콩의 물가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심천(선전, 深圳)에 사는 많은 중국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홍콩까지 출퇴근을 하곤 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까지 지하철이 다니니까요. 하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더 이상 그 노선은 운행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본토 중국인들이 생겨났습니다. 저는 그런 삶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지요. 뭐, 다 좋은데 제발 함께 쓰는 객실에서는 조용히 해줄 수 없을까요!


<아틀라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1달 동안, 저는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출근해서 밤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하곤 했습니다. 정말로 딱 잠만 잤죠. 오늘은 10월 2일 토요일입니다. 깨끗하게 샤워를 마친 뒤, 오늘은 란콰이펑을 비롯한 센트럴 곳곳을 마음껏 거닐어보기로 합니다.

홍콩 사는 내내 제가 걷고 또 걸을 할리우드 로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고자 합니다.

란콰이펑으로 향하는 언덕길이지요. 저 앞에 보이는 세븐일레븐을 벌써 5번 이상 이용한 듯합니다.

오후 1시인데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1 하는 시폰 케이크를 사서 손에 쥐고 걸어갑니다. 보행 취식 및 음주가 제 소소한 취미이니까요.

많은 관광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랄프 로렌> 커피숍입니다. 침사추이에 있는 <랄프 로렌> 매장이 유명합니다만, 실은 곳곳에 있습니다. 여기는 센트럴 지점입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만, 마셔본 분들의 견해로는 딱히 맛이 좋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만 여기는 커피잔이 예쁩니다. 물론 가격은 어느 정도 각오하셔야 합니다.

이제 <랄프 로렌> 커피숍을 뒤로하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릅니다.

자주 타다 보니, 어느덧 감흥이 없습니다. 이게 참 무서운 일입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에는 너무도 신났는데 말이지요.

이것은 벽화입니다. 센트럴의 소호 거리 및 그 주변에는 이와 같은 벽화들이 매우 많습니다. 일일이 거리 이름을 찾기에는 제가 너무도 게으릅니다. 골목골목마다 이처럼 따뜻한 감성의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벽화들을 따라 영차영차 계단을 올라봅니다. 날씨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제 굴욕사진입니다만, 뒤의 벽화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홍콩에서 금융회사를 다니던 한국인이 개업했다는 <서울 브로스> 벽화입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곳이며, 홍콩이 아닌 해외에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매우 유명한 할리우드 로드 벽화들입니다.

이름도 모른 채, 일단 찍고 봅니다.

마릴린 먼로 벽화와 마주 보는 골목에도 멋진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어두운 밤이 오면 이 골목에는 스탠딩으로 와인을 마시는 백인들로 가득하지요. 친구를 만들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이 골목을 위에서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미 젊은 관광객들이 꽤나 와 있지요. 골목의 양옆에 소재한 레스토랑에는 손님들이 가득했습니다.

저 파이프 담배를 문 모습이 너무 좋아서 확대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참으로 유명한 골목으로 몇 년 전 저도 사진을 남겼습니다만, 골목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군요. 이제 다른 유명 스폿에 눌려서인지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장소입니다.

소호 거리 주변은 어디에 카메라를 가져다 놓아도 멋진 사진이 나옵니다. 저 같은 똥손이 똥폰 카메라로 촬영해도 그러합니다.

벽화를 찍다가 지칩니다. 참으로 많기도 합니다.

저 멀리, 제가 언젠가는 반드시 방문하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은 <미츠 MEATS>가 보입니다. 대낮부터 멋진 차림의 젊은 커플들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니, 로컬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남자 혼자 들어가는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아, 저는 아직도 "고독한 미식가"가 되지 못했단 말입니까! 사실 <미츠>는 2시간 동안 주류 무한 제공 서비스가 있습니다. 저 정도 레벨의 레스토랑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물론 해피 아워 때에 한해서 말이죠. 그냥 주말에 날 잡고 가서 혼자서 나 몰라라 하고 무한 리필(free flow)에 도전해야 하겠습니다.


이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지는데요? 사진이 많이 남았지만 대충대충 뛰어넘어야겠습니다. 그 유명한 라이브 연주 레스토랑인 <아이언 페어리>를 지나칩니다.

낮술이라도 하려 했더니, 오후 6시 이후에야 문을 연답니다. 에이, 김샜습니다.

방콕의 <아이언 페어리>는 내가 불쑥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홍콩 친구는 다소 쌀쌀하구나? 오늘은 내가 맘이 좀 상해서 방문하지 않겠지만, 12월 언젠가 불쑥 입장할 수도 있어. 각오하라고. 방콕 아이언 페어리를 즐긴 여행자의 블로그가 있어 링크합니다.

https://blog.naver.com/jmin214/221607784463


제 센트럴 여행의 마지막은 (거의) 항상 태국 레스토랑 <반타이>죠. 이곳의 분위기를 저는 정말로 사랑합니다.

일단 메뉴판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타이 티(Thai Tea)를 주문합니다. 타이 티는 색깔은 홍콩 스타일 밀크티와 유사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지요. 저는 외람되게도 타이 티에 환장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달착지근한데, 옆에 시럽까지 따로 제공되지요? 그냥 이날은 당 충전하고 쓰러져 자라는 암시이지요.

하지만 어찌 타이 티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맥주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보시다시피, 글래스가 제법 깁니다. 양이 충분하여 제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80~90년대 미국 팝 뮤직이 흘러나오는 복고풍이 마음에 듭니다. 오후 1시부터 내내 걸어 다녀서 지금은 저녁 8시이니, 이제는 편히 맥주 마시면서 오늘을 정리해도 될 듯합니다. 저는 일요일에 출근하니, <토요일 밤의 열기>는 이까지만 즐기도록 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op5FxEs1a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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