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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9 홍콩 할로윈데이와 오징어게임

란콰이펑과 침사추이의 할로윈 분위기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은 아시다시피 할로윈데이입니다. 한국의 이태원에서도 코로나를 잊은 젊은이들이 잔뜩 몰려들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47717/?sc=Naver

홍콩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10월 31일 일요일 이전, 29일 금요일에 홍콩 할로윈의 성지인 란콰이펑을 방문했습니다. 불금을 사무실에서 마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간략하게 스케치해보고자 합니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코로나 방역을 시행 중인만큼, 대규모 행사에 대한 단속이 매우 엄격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31일 당일에는 통제가 심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아쉽지만 일단 이틀 전인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센트럴에 있는 란콰이펑으로 향했습니다. 몇 년 전 홍콩 할로윈을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했습니다. 

란콰이펑에 발을 들이자마자, <오징어게임>의 히로인(?)인 "순이 인형" 사진이 떡하니 저를 사로잡습니다. 아울러 오징어게임 캐릭터의 복장을 차려입은 분들이 가게 홍보를 겸해서 사진을 찍어 주고 계십니다. 금요일이라서 아직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저 매장 앞만큼은 인산인해였습니다. 

국뽕이 차오른 상태에서 란콰이펑 주변을 걷자니, 갑갑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담배를 당기러 가는 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힘들어 못해 먹겠다!라는 그들의 푸념이 등에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사진만 골라 찍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확실히 오징어게임이 대세였습니다. 아마 특히 저 분홍색 슈트를 입은 코스프레가 유독 많았는데, 아무래도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30일 밤에도 또 란콰이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역시 제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홍콩 정부는 란콰이펑 전체를 강하게 관리하면서 정부가 지정한 골목만을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통제했는데, 그 때문에 감당 불가의 인파 속에 저는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스프레를 준비하고 나왔던 사람들은 모두 할로윈 축제 즐기기를 포기하고, 널찍한 대로변으로 나와서 저와 같이 길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리 오징어게임 군단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입니다. 한 달 동안 공을 들여서 나왔을 터인데, 이게 왠 날벼락입니까. 

센트럴 피어로 가는 길에서도 오징어게임 코스프레는 흔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 역시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이 오징어게임 군단과 함께 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피어로 넘어왔습니다. 

아, 놀랍게도 침사추이에서는 정부가 할로윈을 통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각종 옷으로 변장하여 할로윈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기쯤 와야 비로소 호박 상자를 든 어린아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란콰이펑의 분위기는 "애들은 가라!" 지요. 

오징어 게임 속에서 저 서로 다른 두 색깔의 캐릭터가 사이좋게 지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런 복장을 갖추고 침사추이에서 데이트를 즐긴다니,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여하튼 저는 10월 30일까지 할로윈을 즐기고, 31일 당일에는 란콰이펑 방문을 포기했습니다. 아마 홍콩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말미암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로서는 2021년 홍콩 할로윈의 분위기를 소소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데에 만족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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